vol.34-[Main Story] 돈드고비 ‘고양의 숲’이 시작하는 희망 메시지
김경희 팀장, 푸른아시아 기획관리국 울란바타르를 출발해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하늘을 벗 삼아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작된 비포장 도로 길에 신나게 엉덩방아를 찧기 시작했다. 어릴 적 추억을 새록새록 되새기며 가고 있는 우리의 종착지는 울란바타르에서 남동쪽으로 276km 떨어진 돈드고비 아이막(道) 사잉차강 솜(郡). 사막화의 확대로 피해를 입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2009년부터 (사)푸른아시아와 고양시가 함께 사막화방지를 위한 조림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으로 사막에 들어선 숲을 확인하러 나선 길. 변모하는 산들의 모양새와 풀들을 바라보면서 초록이 감싸고 있는 산등성이들이 점차 사라지고 바위산과 모래 바람이 날리는 지역이 점점 많아지는 걸 보면서 새삼 북쪽에서 남쪽 사막지역으로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 끝이 어딘지 여기서 나의 시선에 보이는 곳까지 얼마나 멀리 떨어진 건지 거리감을 잃을 만큼 너른 대지와 눈이 시릴 만큼 푸른 하늘은 가는 내내 보아도 질리지 않는 자연의 위대함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솔롱고스(무지개를 뜻하며 한국 사람을 지칭하는 말)를 반기는 솔롱고스. 마치 우리의 방문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나타나는 무지개의 기운에 잠시 긴 여행의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만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게 작은 불편들이 불쑥 불쑥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중 제일은 역시 생리현상 해결. 예상대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화장실을 대신할 해결책을 찾던 중 모두가 동의한 방법은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 다만 구성원이 남녀가 섞여 있어 배려한 것이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 이런 식으로 흩어져 가급적이면 여자들은 덤불숲을 향해 해결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했던 문제가 하나 더 있었으니 몽골의 비포장 도로는 딱히 정해진 길이 없어 차가 가는 데로 길이 만들어 진다는 것. 나름대로 은신처를 찾았다고 안심하고 있을 무렵 앞으로 지나가는 차량에 탄 사람들과 눈이 딱 마주쳤을 때의 민망함은 다함께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유목민 할머니의 이름은 젠드. 올해 83세로 아들, 며느리, 손자들까지 모든 40여명의 대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평생을 유목민으로 지내신 분이다. 젠드 할머니는 1,500여 마리의 양, 염소, 말, 소 등을 기르고 있고 아들들도 도시로 나가지 않고 함께 유목생활을 해서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며 ‘우리 가족들하고 나눠 먹을 음식이 있으면 그걸로 족하죠.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요즘 사람들은 도시로 나가 사는 게 편하다고 하는데 전 그럴 이유도 없고 초원에서 가축 키우며 가족들과 먹고 사는 걱정 없는 게 여기가 맘 편하네요’ 라며 지금의 유목생활에 큰 불평이나 불만이 없다고 얘기했다. 다만 초원의 풀들이 부쩍 줄어들고 키가 작아지는 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내가 젊을 때는 풀이 내 무릎까지 자랐는데 지금은 많이 짧아져 걱정이에요. 이 지역은 풀이 많아서 주변 지역에서도 가축들 먹이려 이곳을 오는 곳으로 풍요로웠는데 예전과 많이 달라졌죠’ 라며 근심어린 눈빛을 내비쳤다. 몽골 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막화가 이 지역도 비껴가지 않는 모양이다. 갈 길이 멀어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가려니 둘째 아들인 아저씨께서 말을 보여주신다며 발길을 다시 한번 잡는다.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말을 탄 아저씨 아들 사진도 찍고, 우리도 한번 말에 올라보고, 잠시지만 떠나보내기 아쉬웠나보다. 게르에서 지체한 만큼 우리는 서둘러 길을 나섰다.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어진 시간에 도착한 숙소에 짐을 풀고 ‘고양의 숲’을 일구고 있는 두 분, 한승재 연구원과 김화준 단원을 만나 저녁을 먹으며 2009년부터 푸른아시아와 고양시가 함께 진행한 사막화방지 및 주민자립사업에 대한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돈드고비 사잉차강 솜에서 첫 날이 저물어갔다. 다음 날 사잉차강 솜의 부솜장이면서 주민대표인 툭쉰 자르갈(26, 남)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솜청은 앞으로 잘 가꿔진 공원을 마주하고 서있었다. 그리고 곧 우리는 고비사막 한가운데 마을이 이렇게 조경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부솜장 툭쉰자르갈은 ‘솜의 주민뿐만 아니라 솜장, 솜청 직원들도 고양의 숲에서 자라나는 나무를 보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올해는 솜장 지시로 솜 내에 자라고 있는 나무 종류 및 숫자를 파악하고 마을에 조경 정책을 세우는 등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또한 돈드고비 아이막 중 제일 큰 사잉차강 솜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주변의 다른 솜에서도 관심을 갖고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궁금해 하며 이미 조림사업을 솜 정책으로 정해 실천하는 곳도 생기고 있어요. 한박사님을 비롯한 고양시, 푸른아시아가 사막에 조림이 가능하다는걸 보여줘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서로 협조해서 이번 아이막 주민의회에서 통과한 녹색개발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함께 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라며 담담하지만 진심어린 고마움을 전했다. 부솜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드디어 마주 한 고양의 숲. 5년간 50ha에 심겨진 나무를 보니 처음에는 신기한 생각이 들다가 이것이 자연이 만든 것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일궜다는 생각이 드니 가슴 안 가득 묵직한 무엇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연도별로 키가 다른 나무를 보며 우리 어릴 때 한 해가 지날 때 마다 벽에 그어놓았던 키재기 눈금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5년간의 노력으로 이제 제법 숲의 모습이 갖춰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니 10년 뒤는 과연 어떨지 상상만 해도 웃음이 지어지는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2009년부터 고양의 숲 사업을 함께 일군 한승재 연구원은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담장마다 모래가 쌓여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졌어요. 처음에 이곳에 도착했을 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과연 사막화방지사업이 효과는 있는 것일까 나조차 막막했는데 주민들과 함께 한 노력이 차츰 결실을 맺는 걸 보며 10년 뒤에는 우거진 숲이 주는 혜택을 주민들이 누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면 모든 피로가 사라져요’ 라며 머릿속으로는 그동안의 시간을 회상하며 다가 올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지어지는 듯 했다. 마침 우리가 조림장을 찾은 시간이 주민들이 잠시 쉬는 시간이라 잠시 몇 분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조림장에서 일하기전에 일을 구할 수 없는 취약계층의 여성이 대부분. 여성가장으로 정부보조금으로 살며 불안한 미래만이 있었던 오랑비릴크씨, 남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일자리가 필요했던 나승바트씨 등 다양한 사연을 갖고 모여 든 주민들이 사막에서 숲을 만드는 기적을 만들고 있었다. 10분이 채 안 되는 휴식시간을 뒤로 하고 주민들은 다시 바쁘게 양동이로 물을 길어 나무에 주는 작업을 시작했다. 꽤 무거워 보이는 두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나무에 주는 익숙한 몸짓을 보며 이 단순반복적인 일을 얼마만큼 해야 이렇게 나무들이 자라 울창해지는지, 순간 그들의 작업에 숙연해졌다.
앞으로 남은 5년까지 합쳐 총 10년간의 조림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때가 되어봐야 알겠지만, 현재 절반의 노력이 모래가 쌓이는 마을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일자리가 없는 빈곤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생계유지가 가능하게 하는 등, 초기에 계획했던 두 가지 목표, 사막화방지 및 빈곤저감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차근차근 이뤄가는 모습이 푸른아시아에 거는 기대를 크게 만들고 우리의 기대를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줄 것 이라는 믿음을 더 다져주는 시간들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