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스? 찜스! – 에르덴 사업장 백민주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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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덴?사업장?백민주 단원

 

?찜스무엇인가? 몽골어로 Жимс. 한국어로는 열매, 과일’. 그리고 내가 현장에 파견된 4월부터 간절히 바랬던 염원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몽골에 오기 전부터 바양노르에서 차차르간, 우흐린 누드의 열매를 수확해 팔기도 하고 쨈도 만들어 먹고 카페에 유통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던 나는 이제 생각해보면, 비록 그곳에 파견되진 않았지만 내심 에르덴에 그 꿈을 안고 왔다.

에르덴에는 단원이 3명이기 때문에 크게 담당 파트가 방풍림, 유실수, 양묘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자연스럽게 나는 유실수를 맡게 되었다. 백지 상태의 머리로 유실수 단지의 도면을 보며 골머리도 알아보고, 구덩이 작업, 저수조 작업, 관수는 물론이요 지금까지도 내년 식재를 위한 구덩이를 미리 파느라 매일같이 5, 6차 유실수 단지에서 살고 있다.

 

?처음 현장에서 구덩이 작업을 할 때

어색함을 없애보자 아무렇게나 던졌던 많은 질문들 중 한 질문이 생각난다. “Ахаа жимс хэзээ т??х вэ?”(아하 찜스 헤쩨 투흐 웨?) 바로 열매 언제 따느냐는 질문이었다. 나의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Чадахг?й. (차닥궤). 올해는 못딴다는 말이었다. 앙카 팀장님, 바잉나 팀장님 그리고 다른 주민들께 몇 번을 여쭈어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나무가 너무 작아서, 혹은 나무를 심은 지 아직 2년밖에 안 되어서 찜스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소망을, 집착을, 버릴 수 가 없었다.

무조건 나는 찜스를 따야 할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올해 힘들게 심은 6,336주의 차차르간과 3,284주의 우흐린 누드의 열매는 내가 먹지 못할텐데, 유실수를 열심히 심어도 유실수 맛조차 못 보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까지 차차르간과 우흐린 누드가 무슨 맛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이 소망과 집착도 자연스럽게 조금씩 무뎌지고 있었다. 우흐린 누드에 맺힌 열매를 보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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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 즈음, 우흐린 누드에 맺힌 열매를 보았다. 그것도 올해 내가 직접 심은 3차 유실수 단지에서! 올해 나올 수가 없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거 , 두알 나오다 말겠지 했다. 7. 양동이 관수를 하는 날엔 늘 이 곳 저 곳에서 찜스 밴!”(열매가 있다) 라는 나의 외침이 들리곤 했다. 그리고 8 9일 우흐린 누드를 수확했다. 사실 수확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양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수확이자 풍작이다. 올해 나무를 심으며 찜스야 나와라”, 관수하면서도 찜스야 나와라!” 했지만 정말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우흐린누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열매를 맺은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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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2011년에 식재한 1차 유실수 단지의 차차르간도 수확했다. 차차르간 역시 수확이라고 하기엔 정말 민망한 양이지만 나에게는 무척이나 기쁜 일이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많이 주지 못한 1차 유실수 단지에서 생각지도 못한 열매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다.

 

사실 타 지역과 비교하면 정말 적은 양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의 이 찜스 자랑(?)이 유난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에르덴은 이제 첫 시작 끈을 끊은 것 뿐이다. 유실수는 주민들의 소득창출을 위해서 심고 있다. 우리 에르덴의 하늘마을이 유지되고 주민들의 소득이 증대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길이 새롭게 열린 것이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양이 적어 주민들과 나누어 먹으니 모두 사라져버렸지만, 이렇게 적게나마 찜스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내년에는 더 많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다시 한 번, ‘찜스란 무엇인가? 이제 찜스는 에르덴에서 내년에도 또 다시, 수없이 불려질 단어이다. 그리고 이제 정말 실제로 소득 창출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하나의 길이다. 내년에 또 얼만큼의 찜스가 얼굴을 드러낼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또 다시 기대감을 안고 기다릴 것이다.

 

<우후린누드 열매>

 

 

<차차르간 나무와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