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 바가노르 사업장 공정희 단원

 

바가노르 사업장?공정희 단원

주민직원들은 정말 대단한 능력자임이 분명하다. 무엇이든 뚝딱뚝딱. 이런 환경에서 이런 재료들만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싶은 일들을 결국은 해낸다. 못이 크면 잘라서, 땅이 얼어있으면 롬(쇠막대기처럼 생긴 도구)으로 깨부숴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 저수조 비닐을 컨트롤하기 힘들었을 땐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그리고 등등. 그렇게 어떻게?’라는 시작이 어떻게든!’이라는 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조림사업을 진행하는 5월을 준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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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에서 가장 유능해야할 나 자신은 그다지 신통하지 못한 것 같다. 주민직원들은 이곳 일에 익숙하고 경험이 많지만, 내 밑천은 수년 전 단기 봉사의 기억과 바가노르 파견 전 두 달여의 교육기간이 전부다. 그나마 교육이란 것도 책상에 앉아 배운 이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겪어야 했던 시행착오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힘들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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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을 뿐만 아니라 각 시설들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만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조림지이지만, 몇날 며칠에 걸쳐 걷고 또 걸어 결국 제대로 된 도면을 완성시켰다.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의 한계를 수없이 느꼈지만, 이제 단 한 마디 알아듣지 못하는 대화에서도 오로지 눈치만으로 어떤 말인지 알게 되는 아이러니함을 자주 겪는다. 전 날 미리 꼼꼼히 작업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작업이 잘 이루어진 날이 손에 꼽힐 만큼 돌발 상황이 많아 하루에도 수차례 계획을 변경하며 주민직원들과 부딪히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상황조차 화가 치밀지 않을 만큼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순발력과 상황대처능력만큼은 확실히 키워가고 있음에 감사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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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낯선 땅에서 낯선 일을 하며 생각해본다. 이제 5개월 차, 이것이 내가 꿈꾸던 세상을 비추는 사람이 되고자 했던삶이 맞는 것일까? 어쩌면 지금 몽골에서의 이 시간이 나의 인생에 있어 시행착오일 수도 있다. (아니라면 좋겠지만.) 그러나 지난 5월의 몽골에서 배웠듯 시행착오라는 것이 무의미한 스트레스 정도로 끝날 만큼 의미 없는 것만은 아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