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1-[Climate Change Report]기후정의와 기후난민(2)

이 승 지(푸른아시아 정책팀장)

몽골의 기후난민

몽골은 사막화와 황사, 그리고 극한 한파로 인해 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다. 그렇다면 몽골 사막화-황사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은 ‘기후난민’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후난민’은 환경난민과 달리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실향민 혹은 난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몽골의 경우 지구온난화와 사막화의 영향으로 인해 유목민들 중의 상당수가 더 이상 목축을 유지할 수 없어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오고 있다. 실제로 2009년 겨울에는 조드(Dzud)라는 혹한을 맞아 그 해 겨울 약 820만 마리(몽골 전체 가축의 약 18%)가 동사했다. 원래 조드는 몽골에서 약 9년에 한번 꼴로 오는 겨울 혹한을 뜻하는데, 이러한 혹한이 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연이어 오면서 겨울 기온이 영하 50도를 밑도는 극심한 추위에 많은 가축들이 한꺼번에 동사한 것이다. 목축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온 유목민들도 가축들이 동사하자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생계를 잇지 못해 그 해 겨울 약 2만명(총 인구의 약 0.7%)가 울란바타르 도시로 몰려오게 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조드 피해가 심각해지는 원인이 급격하게 늘어난 목축과 더불어 기후변화에 있다고 몽골정부는 밝히고 있다.< 한계레 신문, 2010. 10. 29 “몽골 50년 만의 혹한, 가축 820만 마리 동사”(AP 통신 참조)>

이러한 몽골 사막화 지역의 난민 발생의 원인을 사막화-황사 발생의 메커니즘을 통해 살펴보면, 먼저 몽골 사막화의 원인은 자연적 원인과 사회․인위적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자연적 원인을 살펴보면 몽골의 가장 가까운 해양과 약 2,500km 이상 떨어진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를 가진 지역으로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으며, 겨울을 제외하고 연중 적은 량의 비가 자주와 남쪽의 사막과 북쪽의 침엽수림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대초원을 이루기에 적합한 기후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연 평균 기온의 상승, 대기 중 습도의 감소, 바람의 증가, 강수량 감소 등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초지의 사막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강수량의 감소로 강과 호수의 수가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둘째, 사회적 원인으로는 1990년 이후 사회주의체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의 사회 시스템의 변화와 더불어 경제성이 높은 염소 등의 과방목과 광물 채취를 위한 난개발, 취약한 교통 인프라 환경에서의 인구와 물자 이동의 증가로 인한 불법 도로 형성, 난방용 목재를 채취하기 위한 산림 파괴 등이 토지퇴화를 부추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유목의 전통이 소멸되고 지역사회가 붕괴됨으로써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을 또 다시 토지와 자연자원을 무분별하게 이용함으로써 사막화의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견고하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몽골 사막화의 원인은 자연적 원인과 사회․인위적 요인이 모두 작용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전 인구의 50% 이상이 여전히 유목 생활에 의지하고 있는 몽골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 감소와 초지 생산량의 감소는 사막화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난민의 발생은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유목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 살면서 최소한의 에너지와 물을 소비하는 유목민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자신의 전 재산인 가축과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되어 도시 빈민이 되고 있다는 것은 기후 불의 개념이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몽골 유목민들은 오늘날에도 전통 가옥인 ‘게르’에서 생활을 하며 난방과 취사를 위한 연료는 가축의 분뇨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몽골의 본래 물이 귀한 나라로 의-식 생활을 통해 사용하는 물의 양은 1인당 하루 평균 30L 미만이다.> 몽골 사막화 지역에서 발생하는 난민은 국적국 외부로의 이동이 아닌 국내의 실향민 혹은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는 난민이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후난민이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한다 하여 이에 대한 대응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며,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향후 더욱 심각한 도시 빈민 문제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몽골 사막화의 발생 원인과 그 인과관계를 검토해 보았을 때, 이는 ‘기후난민’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적 대응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기후난민 극복 프로젝트 – 푸른아시아의 에르덴 하늘마을

(사)푸른아시아의 몽골 사막화-황사 방지 사업장 중 ‘에르덴’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에르덴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시에서 정확하게 동쪽으로 약 5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이고, 푸른아시아의 에르덴 사업장은 울란바타르에서 에르덴 마을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사막화의 징조들이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는 이곳 에르덴 지역 대로변 옆 이름 없는 초원, 약 116ha 면적에 푸른아시아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울타리를 치고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다. 이곳에는 약 일곱여 가구, 약 20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푸른아시아의 에르덴 조림 사업장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 주민들은 다른 마을 주민들과는 좀 다르다. 마을도 아닌 이곳에 어떻게 모이게 되었을까. 이곳에 모여 사는 유목민들은 몽골의 사막화와 혹한으로 인해 경제적 기반이었던 가축들을 한꺼번에 혹은 몇 차례에 걸쳐 잃게 되어 생활이 어렵게 된 경우가 많다. 즉,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야 말로 앞서 설명한 ‘기후난민’인 셈이다. 투발루의 국민들이 국토를 포기하고, 만조때마다 차오르는 바닷물로 가축과 가옥을 잃어 삶의 기반을 빼앗기는 것처럼 푸른아시아의 몽골 에르덴 조림장에 모여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이 유목민들도 그들과 마찬가지다.

푸른아시아가 에르덴 지역에 사막화-황사 방지를 위한 숲을 조성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들 ‘기후 난민’들의 자립을 위함이기도 하다. 에르덴 사업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은 나무를 심고 가꾸어 소득을 마련하고 겨울철에는 소량이지만 가축의 털과 가죽을 이용해 수공예 제품들을 생산한다. 이 제품들은 푸른아시아 몽골 지부와 한국 본부를 통해 판매되어 작지만 겨울을 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을 마련한다.
푸른아시아는 에르덴 조림장에 특별한 이름을 붙여 주었다. 바로 ‘하늘 마을’이다. 하늘마을은 이름에서 그대로 드러나 있듯, 푸른 하늘과 지평선이 맞닿은 마을이라는 뜻도 있지만 몽골을 기후변화와 사막화의 위험에서 안전하게 지키고자 하는 푸른아시아의 소망과 ‘기후난민’이 되어 삶의 기반과 희망을 잃었던 주민들의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하늘에 맞닿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난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건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고, 경제적․사회적․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따라서 하늘마을은 몽골의 유목민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고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내용이 환경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을 지향한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사막화와 황사, 토지퇴화를 줄여 환경의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이며 현재 하늘마을에서 진행하고 있는 양묘사업과 수공예품 제작은 그들의 경제적인 자립을 위한 노력이다. 또한 어린이 놀이방 게르를 만들거나 자원봉사팀이나 여행자들의 위한 전시관 게르 설치는 사회적인 안전망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하늘마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작지만 많은 일들은 궁극적으로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된 ‘기후 난민’을 돕고, 난민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기후난민 극복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 일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재정이 투여되어야 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몹시 지난할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기후변화 문제에는 정의롭지 못한 측면이 내재되어 있고, 그 책임의 한 가운데 우리가 있음은 분명하다. 기후정의를 위해서 그리고 기후난민이 되어 고통 받는 우리의 이웃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이며, 이제는 하늘마을 주민들을 더 이상 기후난민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할 우리의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