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에세이 – 만달고비 사업장 이동광 간사

 

 

이동광, 만달고비 조림사업장 파견 간사

고등학교때 저녁이 되면 친구들과 모였다. 작당하여 어딜 간다거나 무슨 곳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모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억지로 맞춰끼워진것도 아니다. 수업이 끝나면 소위 특별활동이라고 하는 수학반, 논술반 등을 하는 것이다. 한창 소수의 아이들만을 위한 고급교육이라는 얼토당토한 말로 그런 것들이 유행했다. 운이 좋았는지 혹은 별로 생각이 없었는지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몇명의 아이들중에 나도 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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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이과라는 구분없이 모인 아이들이 나를 포함 대략 6명쯤되니까 놀기에 아주 적당하다. 선생은 수학시간에는 수업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들을 했는데, 예를들면 도형을 주고 이곳에서 어떤 공식들을 만들어내보라거나 어떤 수식을 주고 다른 수식을 만들고 혹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논술은 이야기였다. 친한듯 경계하는 그 나이때쯤의 아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들고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 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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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한 아이가 있었는데, 같은 반에서 온 한 아이와 나름 각을 세웠다. 같은 반 그리고 같은 분야(수학)를 공부하는 경쟁자로 생각하며 성적이나 수능모의고사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것들이 번지면서 일상생활 모두도 달리기의 일부가 되었다.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인정을 받는지 그런 모든것들이 같은 기준으로 자신과 그 경쟁자를 보는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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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둘 다와 친구였다. 우리는 셋이 만나서 종종 학교밖에서 놀았는데, 그것또한 경쟁이었다. 놀이는 경기로 그래서 꼭 이겨야하는 것이 된것이다. 그 사이에서 난 가끔 괴롭고 또 가끔 즐거웠다. 어쨋든 한 친구는 내가 아는한 가장 좋은 학과에 진학해서 의사가 되었고, 한 아이는 의학의 꿈을 그만두고 더 공부했다. 그리고 건축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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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의 이야기가 먼 곳에서 들리게 된 것은 하나의 영화를 보고나서이다. 말하는 건축가. 정기용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이 다큐멘터리는 자신이 만든 건물처럼 하고 가라앉여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건 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단 시간을 충분히 준비해두었다면 하나씩 뭔가 은은한 것들이 보이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잠시 생각한다. 결국엔 건축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일생은 하나의 드라마다. 이야기이고 완결된 하나의 책이다. 보이지 않고 튀지 않더라도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한다. 그래서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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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고비에서 혹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떨어져나와 몇개월이 지난 7월이 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여긴 정확히 어딜까’, 혹은 지금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걸까’. 분명하던 어떤 지점들이 모호해진다. 춥거나 혹은 덥고 때로는 말하기 힘든 여러가지 일들속에서도 확신에 차 하던 많은 것들이 지금쯤 시들해진다. 새롭고 특별한 일들이 이제는 더이상 없다. 심은 나무에 물을 주는 관수작업도 오늘일과 다음주 일이 같고 또 반복되면 지난주의 오늘이 이번주의 하루처럼, 그러니까 태엽이 생각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7. 그래도 많은 일이 있었다. 새로운 일, 에코투어로 경희대팀이 와서 10일넘게 지냈다. 같이 한 시간은 적었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박간사가 휴가를 다녀왔고, 이곳 만달고비의 지역나담도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7월 그리고 이제 8월은 이곳에서 적응하고 것을 요구하는 것만 같다. 타자로 보는 시간이 지나고 이제 완전히 일상으로 흡수되는 시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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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은 그 가치를 이해하기 힘들다. 몸이 아프거나 장비가 없어야 비로소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이 그 가치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래서 병은 반가운 손님이다. 드라이버가 없다면 그때서야 자신의 손이 나사를 조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 그래도 동생을 이해하는 방식도 유사하다. 나담기간중 트럭한대가 멈춰서서 물을 조금 받아갈 수 있겠냐한다. 타 지역에서 온 사람이였고 아들과 함께였다. 물을 조금 나누고 옮기고 하는데, 아버지가 아들에게 끈을 묶는 방법, 물을 지는 방법을 일러준다. 비가 오는 날에 그것들을 다 맞으면서 나는 아버지에게서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 생각한다. 이런 것을 생각해볼때, 익숙한 것이 가치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사는게 평범하다고 하는게 그래서 무가치한게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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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지리한 시간과 때론 비 그리고 뜨거운 빛이 팔을 데운다. 조림장에서의 일주일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시간이 계속 맴돌고 있다고 생각했다. 평범해진것이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이제 조금은 자리를 찾은 것 같다. 비로소 이제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다. 일상, 또 일상을 매일로 외쳐도 구호였는데, 이제는 생각이나 몸 그런 것들이 몽골 만달고비에 익숙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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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책을 읽고 있는데 재미있다. 용어를 빌리면 주민들과 라포가 형성되는 시기. 그리고 이제 현지조사 혹은 현지활동을 본격적으로 겪어볼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7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