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흐르 나눠먹기 – 바양노르 사업장 김영숙 간사

 

 

김영숙, 바양노르 조림사업장 파견 간사

5월이 시작되자마자 한여름 같은 더위가 시작됐다. 분명히 한 주 전에 오리털 파카를 입고 다녔는데 , 아침 8시부터 햇살은 눈부시게 강하고, 일한지 얼마 안 돼 이내 땀이 나기 시작한다. 나무를 심는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팀 구별 없이 모두 함께 구덩이 파는 작업에 전념해야 한다.

파고 또 파고 끝도 없는 삽질을 하다보면 아쉬운 것이 항상 마실 것과 간식이다. 한국이었다면 분명 새참이 있었을 것이요. 그것도 푸짐한 먹거리가 있었을 것이다. 잔치국수 정도는 기본이요, 힘든 노동이니 김치전에 막걸리 한잔도 약소한 것이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 침이 넘어간다.

여기는 몽골! 현실은 전날 끓여 놓은 물을 휴대정수기에 걸러 준비해 패트병에 담아 가지만, 우리 팀만 마시는 것이 아니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갈증을 해결하려면 한참을 걸어 경비원 게르에서 아직도 그냥 먹기에 익숙하지 않은 물-석회성분이 많이 들어있고 끓이면 부유물이 많이 뜸-을 얻어 와야 한다.

여기 사람들은 즐기는 간식은 치흐르(사탕)이다. 처음 몽골에 와서 마트마다 진열해 놓은 많은 사탕 양에 놀랐다. 어디서나 언제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먹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먹거리가 다양하지 않고 풍부하지 않은 곳이기에, 값싸고 간편하게 최대한 먹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사탕이 아닌가 싶다.

새참을 준비하기는 형편이 안 되고, 우리팀원들을 위해 생각한 것이 사탕을 준비하는 것 이었다. 그것도 오전은 건너뛰고 오후에만 두 개씩만 나눠 먹는데 정말 달게 고맙게들 먹는다. 그런데 다른 팀과 함께 일하면서 부딪히는 난간, 우리 팀 만 먹을 수 없고 같이 나눠먹자니 매일 준비해야 하는 양도 부담스럽고, 나만 사탕을 준비해서 나눠 주다보니 다른 파견간사들 눈치도 아니 볼 수 없다. 정말 치사하지만 사탕은 한 개로 줄어들었고, 사람 수가 많거나 누가 두 개를 먹어버리면 못 먹는 사람도 생겨나게 된다.

우연히 눈이 갔다. 구덩이 파는 흙무더기 위에 남자 둘이 머리를 조아리고 엎드려 있다. 물론 쉬는 시간이다. 뭐하나 봤더니 반조각난 젤리사탕이 손에 들려 손임자가 아닌 다른 남자의 입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탕이 모자라니 반씩 나눠먹고 있는 것이다. 어디선가 언제가 봤던 그림 같다. 어릴 적 이제는 끄집어 내려 해도 잘 나오지 않는 먼 기억 속에 그림이다. 아니다 다르다. 내 기억속 주인공은 아이들이고, 이곳은 가정을 이루고 있는 장정 둘의 그림이다.

여기는 이렇게 작은 먹거리조차 소중하다. 사탕이 모자라 내 몫을 선뜻 내주기는 하지만 아쉬움에 마른침만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