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빛과 그림자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2012년 5월 3일 대한민국 국회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제에 관한 법률”이라는 다소 생소한 법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배출권 거래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은 이번 국회에서 폐기될 운명이었지만, 국회의원 151명중 148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살아나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지만 5월 초순의 한국 상황, 특히 정치권은 통합진보당 문제로 시끄러웠다.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모든 언론이 그 정치적 파장에만 집중하면서 “배출권 거래법”의 국회 의결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국민적으로 알려질 기회를 잃게 된 것이다. 물론 그와 같은 정치 현안이 없었다고 해서, 이 생소한 법이 국민적으로 관심을 받았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금융위기와 기후변화문제는 한국 국민들은 물론 인류 전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2가지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기후변화’는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무시한 조건은 반드시 보복을 하게 되어 있다’는 경구를 되새기면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법”의 의미와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논해보고자 한다.

1. 배출권 거래법이 필요한 이유

나는 그 동안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력한 하나의 대안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할 것을 여러 언론을 통해 제안해왔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류는 현재 매년 30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다. 자연이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양이 60억 톤이라는 점에서 80%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목표에 도전해야 한다. 모든 문제의 발단인 80%를 앞에 놓고 인류 모두는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각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는 각국 정부가 이런 공동의 목표를 합의하는 것과 더불어 탄소세 혹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는 것이 파국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화석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 상한제를 두고 그 이상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규제하고 무거운 페널티를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무거운 페널티를 부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등 지구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도입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경우 80%에 이르는 온실가스 배출을 발전소와 산업시설에서 대부분 발생시키는 만큼 이러한 산업부문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산업부문에 해당되는 기업들은 온실가스 규제가 비용 상승을 초래하기에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반대해왔다. 기업들은 마른 수건 쥐어짜기라며 반대를 했지만, 사실상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해온 기업들은 온실가스에 푹 절은 수건이기도 하다.
분명한 사실은 이미 온실가스 규제와 배출권 거래를 유럽연합 31개국의 1만 2천개 기업이 적용을 받고 있다. 호주, 미국, 뉴질랜드, 일본과 같은 선진국만이 아니라 중국, 인도, 대만, 멕시코, 칠레 등의 개발도상국에서도 배출권 거래제를 국가 단위 혹은 지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조만간 국가 간의 무역 거래를 하면서 모든 상품에 온실가스 이력제(소고기 이력제처럼)를 적용하게 될 것이다. 온실가스를 저감하지 않은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온실가스 문제는 부각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한국이 피해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사태가 이러하다면, 한국 기업들은 문제가 벌어진 이후에 대처하는 것 보다는 선도적으로 온실가스 현안에 대응을 하는 것이 순리다. 결국, 이러한 노력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선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배출권 거래제는 필요하고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2.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법’ 소개

5월 3일 국회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법’이 기업의 반대와 연관된 정부 부처의 어지러운 이해관계 속에서도 일단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환영을 하고 싶다. 비유하자면 참으로 어렵게 아이를 낳은 셈이다. 어쩌면 유산될 운명이었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이 법에 따라 2015년 1월 1일부터 단일 사업장의 경우 온실 가스를 연간 2만 5천 이산화탄소 톤(tCO₂,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환산한 값) 이상을 배출하거나, 혹은 보유 사업체 합계 연간 12만 5천 이산화탄소 톤 이상을 배출하는 기업들은 정부 할당위원회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게 된다. 할당된 배출권 이상을 배출할 경우 배출권을 사거나, 온실 가스 저감기술을 도입하여 상쇄해야 하고, 할당 배출권 이하를 생산하면 배출권을 팔 수 있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 1톤당 10만원 이하 혹은 배출권 평균 시장가격의 3배 이하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도록 페널티를 제도화 했다.

아울러, 1차 계획기간을 2015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 2차 계획기간을 2018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로 정해 이 기간 동안 할당 총량기준 95% 이상을 무상으로 하고, 5% 미만을 유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유상과 무상할당을 명시한 12조 4항은 강제 감축을 했을 때 국제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거나 외국으로 사업장을 옮길 가능성이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100% 무상할당도 가능하게 했다. 이 법에 따라 2015년부터 발전, 제철, 시멘트, 제지 업종 등 에너지 과다 사용기업과 온실 가스 과다배출업체 중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양의 60%에 해당하는 450여개의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법’은 이런 내용으로 태어났고, 빛을 보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2020년부터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온실가스 의무감축체제 구축이 합의돼, 선제적 대응으로 대비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제 이 제도 도입으로 세계 탄소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녹색성장위원회가 제기한 세계 탄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다소 과장된 기대의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는 배출권 거래법이 통과된 이후 앞으로 벌어질 심각한 전투들이다.

<다음달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