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Main Story] 유목에서 숲으로, 숲에서 사람으로

윤전우, (사)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

지난호에 이어 이번에는 바양노르사업장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양노르사업장은 볼강아이막 바양노르솜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 4개의 조림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양노르라는 지명은 ‘바양’은 많다라는 뜻이고 ‘노르’는 호수를 뜻합니다. 전통적으로 물이 많은 초원지대로 유실수와 건초 생산, 여름철 유목민의 방목지역으로 손꼽히던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사막화와 급진전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더 이상 이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된 인구 16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입니다.

푸른아시아는 2007년부터 몽골정부의 그린벨트사업과 연계하여 이 지역에 아시아희망의숲을 조성하기 위한 양묘장과 조림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초기에는 여느 사막화방지사업과 비슷한 방풍림조성에 전력투구하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 몽골 전역에 대한 타기관 및 단체의 조림사업지와 몽골 그린벨트사업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방풍림조성만으로는 항구적인 숲의 보전과 이를 통한 토양복원의 결과물은 달성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조사 당시 실제 진행되었던 조림사업 중 한 곳도 제대로 성공하거나 유지되고 있는 곳은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실패의 흔적 속에 우리 사업장에 도입을 하면 괜찮을 아이템과 방법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를 처음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곳이 바양노르사업장(실험장)입니다.


2007년, 바양노르 아시아 희망의 숲

아무리 잘 가꾸어진 방풍림이라도 훼손은 순식간에 발생합니다. 잘 가꾸어진 숲이 주변지역에 사는 주민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지 못하면 가축과 주민들에 의해 언제든지 훼손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울타리를 치고 나무를 심는 것은 여느 조림장과 다를바 없지만 우선 도입한 것은 지역주민들을 고용하여 나무를 심고 물을 주는 관리작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특히 기계를 통한 물주기 작업은 최대한 줄이고 인력을 활용한 물주기를 진행함으로써 마을의 실업율을 낮추고 마을 소득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에는 1인당 노동강도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되었고 주민들 또한 푸른아시아에 대한 신뢰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 또한 심심찮게 발생하였습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1인당 노동강도나 생산성은 이전의 3~4배 정도로 높아졌고 나무를 보는 안목 또한 높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심겨진 나무에 대한 가지치기에 대해 너무나 심한 반대와 갈등이 빚어졌지만(사실 힘들게 키워온 나무를 왜 삭둑 잘라버리냐는 것이 주민들의 반대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가지치기를 하면 나무가 살지 못하고 죽는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먼저 가지치기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음단계로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냥 방풍림이 아니라 유실수나 꽃이 피는 나무들을 심어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소득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무들을 함께 심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입한 수종이 차차르강(비타민나무)와 우흐린누드(Black current)를 시범적으로 심어서 주민들의 태도를 관찰하였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일부는 내년부터 수확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느 차차르강 농장처럼 유실수만 심는 것이 아니라 방풍림과 유실수가 어울려 잘 자라줘야 과실의 수확량이나 과실의 크기 또한 좋아진다고 교육하면서 유실수를 키우기 위해 방풍림 또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의 지역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마을숲’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양노르 조림지의 수확물

그리고 현지에서의 조림사업과 함께 한국에서 모집하여 진행되고 있는 에코투어는 이런 현지주민들의 노력들에 가치를 부여하고 몽골에서는 허드렛일로 치부될 수 있는 조림활동을 몽골뿐 아니라 아시아의 사막화방지를 위해 중요한 활동임을 인식시키고 이런 작은 노력들이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듭니다. 특히 현지 청소년들은 본인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잘사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몽골에서는 허드렛일로 치부되는 일을 열심히 성심성의껏 진행하는 모습에 나름 자부심과 새로운 가치부여가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몽골의 작은 마을에서 국제교류의 장이 열리고 몽골의 전통유목생활의 가치와 의미들을 한낱 낡은 것이 아닌 미래에 남기고 보전해야할 가치로 새롭게 각인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노력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정착하게 된 곳이 바양노르사업장이고 이제는 2008년도에 심은 나무들이 2m를 넘기고 있고(2008년도에 심고 우박을 맞아 생존율은 그리 좋지 않지만) 2009년도에 심은 나무들도 이제는 한 살 많은 형들을 넘어설 만큼 빠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바양노르 조림지를 관리하는 주민들

이외에도 바양노르사업장에서는 조림사업 틈틈이 농업훈련도 병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감자농사를 지어 거의 실패했지만 이제는 1톤의 감자를 뿌리면 4톤 정도의 수확을 달성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 또한 다양한 실험과 주민들과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몽골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방법으로 감자만 심고 아무런 관리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방식으로 경작을 시도하였습니다.
결과는 1톤을 심어 1.2톤이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다음해는 감자를 심고 관수는 하되 업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팀별로 자유롭게 주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심고 관리하는 방법에서 팀마다 제각각으로 이랑에다 심는 팀, 고랑에 심는 팀, 심고 물만 주고 김매기를 하는 팀, 그렇지 않은 팀….. 결과는 1톤을 심어 3톤 정도의 수확을 거두는 발전된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어디서 배워 왔는지 감자 모종마다 북을 만들어 예쁘게 쌓아올렸습니다. 아직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잎과 줄기가 자라는 모양을 보아서는 작년보다도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종 및 씨감자를 분배할 때도 개인으로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작목반의 개념을 살려서 팀제로 경작을 합니다. 개인이 할때의 작업부담과 리스크관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렇고 수확 후에도 팀별로 자율적으로 분배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모종이나 씨감자는 모두 팀별로 구매하도록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익히고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다양한 작물을 푸른아시아를 통해 구입해서 집뜰 안에서 재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푸른아시아의 입장에서야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니 좋고 모종을 구매하면서 본인의 자본이 투자되었으니 열심히 할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런 다양한 노력들을 통해 식물, 즉 나무나 채소는 관리를 해야만 하고 그럴수록 더 잘 자라고 수확도 많아진다는 것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의 바탕에는 한국 파견간사들의 엄청난 땀방울과 눈물이 숨어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풀 한포기 심어 본 적이 없는 청년들이 현장에 1년간 던져져 책을 뒤지며 국제전화로 한국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며 나무며 채소를 키우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밝혀 두겠지만 푸른아시아의 현장파견간사들은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성공한 미국의 평화봉사단이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 현장요원들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현장에서의 활동과 생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고 현장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였고 이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평화봉사단은 필자가 알기로 가장 오래된 국제봉사활동기관인데 가장 큰 원칙이 ‘현지의 주민들과 똑같은 생활을 한다’는 것입니다. 필자의 눈으로도 확인했지만 몽골의 돈드고비아이막에 파견나와 있는 미국인 여성은 유치원선생으로 파견되어 유치원 주변의 겔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라민뱅크는 책으로 접한 사실이지만 책상에 앉아 있는 것보다 현장을 뛰어다니며 주민들을 만나는 업무가 현장요원들의 기본업무이고 현장에서의 생활도 그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이렇듯 푸른아시아의 파견간사들은 여느NGO와 다르게 지역의 현장에서 몽골 사람들(거의 그 지역 중산층)과 똑같이 생활하며 한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한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를 함께 느끼며 현지 주민들과 고생해 준 청년들이 있기에 지금의 성과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바양노르사업장 초창기에 솜의 다 쓰러져 가는 여관에서 근 1년을 버티며 주민조직을 만들고 교육한 이재권전문위원, 학생들과 사업장에 에코투어를 왔다 반해버려 1년2개월간 주민들과 동고동락한 윤석진간사, 다양한 실험과 10만그루 포플러묘목을 만들면서 주민들의 원성과 사랑을 독차지한 여전사 지은희, 김영경, 서여진간사, 언제나 고독을 사랑하며 홀로서기에 열심이었던 박재현간사, 그리고 올해 새롭게 파견되어 현장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말까지 타고 다니는 이은화, 홍연주, 김진호, 이현명간사… 울란바타르에서 업무지원을 하며 물품구매며 현장 지자체의 조율, 주민고충처리 등을 담당한 지부간사들… 이들의 눈물과 땀방울이 바양노르사업장의 오늘을 있게 했습니다.

아직은 성공했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이런 노력들이 쌓여 다른 이들이 맛보지 못한 보람과 성과를 느끼고 사막화방지를 위한 힘든 노력과 행복한 성과물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1년,7월 각 조림지 담당 간사들(위 : 바양노르 / 아래 : 만달고비, 바가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