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타러 오실래요? – 바양노르 사업장 파견 간사 이현명
“>
바양노르 사업장 파견 간사 이현명
몽골친구들은 아니겠지만 한국 사람에게 말이란 가깝지만 먼 존재이다.
제주도나 몇몇 한정된 관광지에서 말을 탈 수 있지만 생활하면서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몽골하면 말이 떠오를 정도로 말이 많은 이곳에선 오토바이처럼 흔한 것이 말이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처럼 경쾌하게 지면을 두드리는 말의 다리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말을 타는 것은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번에 같이 일하는 간사가 말을 하게 되어서 나도 빌려 타게 되었다.
가게에 가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오는 막중한 임무를 맡아 말위에 올랐다. 영화에서 본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나름 멋있게 말을 타기 위해 노력했더니 말이 잘 가는 것이 아닌가? 나도 할 수 있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다만 말 위에서 있는 느낌은 생각보다 편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매우 힘들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잡고 빨래를 터는 것처럼 흔드는 느낌처럼 정신이 없었는데 이것은 끝이 아니라 고생의 시작이었다. 마을 입구까지는 잘 가던 말이 갑자기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추, 추’를 외치면 말이 나간다는 사람들에게 배운 대로 말머리가 내 침에 다 젖을 정도로 추추를 외쳤지만 말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때리고 달래며 20분을 말과 씨름하다가 결국 가게 가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이젠 또 집 반대방향으로 말이 달렸고 나는 마음속으로 깊이 뉘우치며 말님에게 죄송합니다를 외쳤지만 말님께서 나를 용서해 주시는 데는 20분의 시간이 더 걸렸다.
결국 가게는 가지 못하고 1시간 30분동안 말타고 돌아다니다가 겨우겨우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렇듯 상처뿐인 첫 승마였지만 말과 함께 달리는 재미는 자전거를 타는 것과는 또다른 즐거움을 나에게 주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나에게도 말이 한 필 생길 정도로 그 즐거움에 중독되었다.
오토바이 타는 것보단 훨씬 불편하고 파리도 많이 꼬이지만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는 말, 말타는 것을 좋아하는 걸 보니 나도 이제 반쯤 몽골사람이 된 것 같다.
이제 델만 입으면 누가 날 한국사람으로 알아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