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그리고 여유 – 바가노르 사업장 파견 간사 김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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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노르 사업장 파견 간사 김양희
이틀 째 비가 내리고 있다. 주룩 주룩. 귀하신 비님 덕분에 하루 종일 우리 집 내 침대에서 뒹굴 수 있는 행복함이란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때문에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해서 따가운 해가 미칠 듯 쨍쨍 되는 1시에 퇴근하던 일상을 뒤로한 채 9시까지 뒹굴어 되는 이 달콤함은 푸른 아시아 간사들이라면 알지 않을까? ^-^
정말 정신 없이 달려왔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늘어나는 책임감 때문에, 내 안에 꿈틀거리던 어떠한 사명감 때문에 무릎에 소리가 날 정도로, 얼굴과 손이 시커멓게 탈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올 해 심어야 할 나무들도 다 심었고, 에코 클럽 친구들과도 꾸준히 만나고 있고, 물론 같이 일하는 주민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하고 있지만 먼가 하나 빠진 듯한 이 찝찝함이란……. 동시에 서글픔 또한 같이 느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흐릿한 날씨 때문이라며 나 자신에게 핑계를 되면서 부정 하려고 했던 그것을 오늘마저 비가 와, 너무 시간이 흘러 넘쳐, 마주 할 수 밖에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쉬지 않고 일하면서 내가 놓쳤던 것은 여유라는 녀석이다. 혹자는 그냥 쉬면 되지 하고 말을 내뱉을 지도 모르나 혼자 쉬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계획하던(행동에 옮기기 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를 3개월 동안 놓쳐버리고 있었단 생각이 든다.
같이 일하는 주민들의 무책임한 행동에도, 함께 어울려 놀며 함께 배워나갈 우리 에코클럽아이들도, 같이 사는 내 가족 막내 지영이 에게도, 그리고 소중한 나 자신 김양희를 진정 사랑하고 제대로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있도록 여유란 친구를 다시금 내 옆에 챙겨두고 누려야겠다.
내 속에 흘러 넘치는 여유가 내 주변 이들의 그 어떠한 행동에도 이해하며 웃어 넘길 수 있는 원동력이 바란다. 오늘 따라 지난 3개월의 삶 가운데 부족하게 대처했던 내 모습들만 두둥실 떠오른다. 무릎이 아프긴 했지만 너무 아픈 것에만 집중해댔던 것. 문제해결점을 찾기보단 문제에만 너무 초점을 맞춰댔던 것. 책을 지독 시리 안본 것. 조금씩 늘어졌던 것.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 너무 닥 달해댔던 것,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귀찮아서…)등.
성인이라기에 너무나 모자란 지성과 인간관계에서의 미흡함. 그 어떤 누구가 아닌 나 자신에게 오늘은 유난히 부끄럽고 미안하다. 음… 늘 당당했었던 내가 오늘은 참 자신이 없다. 새벽 이슬마냥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있는 몇 년 남지 않는 나의 20대의 삶이 어떻게 해야 질적으로 성장 할 수 있을까? 누구와 비교를 통해 당당해지는 자신감이 아니라, 나 자신이기에 그 어떤 곳에 있던지, 어떤 직업을 가지던지, 부가 얼마나 있던지 간에 맘껏 당당한 나로 살 수 있을까? 남의 이목에 끌려가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그것에 미친 듯 도전하며 달려갈 수 있을까?
이곳에서 지금 던져대는 이 질문들의 답만큼은 꼭 찾아가고 싶다. 내가 태어난 한국 땅에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좋은 곳에 살기 위해 일하고 싶지 않으니깐……. 천재가 아님을 인정하고, 내가 가진 유한한 지성 안에서 내가 가진 능력 안에서 나 자신이기에 맘껏 반짝거리며 살수 있길 비 오는 날 몽골 바가노르 시 5번 아파트, 트윈 침대 위 보라색 침낭 속에 누워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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