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을 잃은 탄소순환과 인간

오 기 출(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이런 비유는 어떨까요? 우리 몸에 독성 바이러스와 독성 물질이 침투하여 몸의 물질대사를 교란하고 파괴시켜 균형을 깬다면 몸은 즉각 무너질 것입니다. 따라서 균형을 깨지 않기 위해 독성 바이러스와 독성 물질을 피하고, 정갈한 음식을 먹고,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을 마시고, 운동을 하면서 필요하면 건강진단도 받습니다. 그리고 면역력을 길러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합니다. 이런 순환시스템의 유지는 생존의 필수요소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구에도 생명 순환시스템이 있습니다. 지구 생명 순환의 균형이 흔들린다면 지구생명 전체가 영향을 받고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위기의 문제에 관한 한 인간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현존하는 인간이 지구 생명 순환을 교란시키고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래서 지구 전체의 생명질서에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나 피할 수도 없는 위기와 재해를 만들면서 우리 인간만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탄소의 순환] vs [물의 순환]

1. “탄소순환”의 위기

2005년 이후 인간은 매년 300억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상태에서 이산화탄소를 바다와 숲, 초원이 흡수를 하는 양이 매년 60억톤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240억 톤은 어디로 갈까요? 모두가 알다시피 이렇게 매년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축적이 되면서 온난화가 일어나, 현재 타는 여름과 더 사나와진 폭풍, 달라진 강우패턴, 생물종의 이주현상은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비교적 온건한 변화라고 합니다. 기상학자들은 현재 추세대로 가면 대기속의 이산화탄소량이 200~600ppm 정도 더 늘어나 “온갖 종류의 끔직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해양의 순환이 정지되고, 지구 곳곳에는 빙하기를 맞이할 것이고(역설적으로 빙하기가 올 수 있습니다), 사막화는 맹렬한 속도로 진행될 것이고, 북반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생산이 정지되어 인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중 일부는 정말 실현될 것입니다. 아울러 지구온난화는 바다의 온도를 높여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온 바다의 역할을 정지시켜 거꾸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것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피할 수 없는 위기를 지구 전 생명이 순식간에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경고에 불과할까요?

물의 순환을 제외하면, 자연에서 대기와 육지, 물 사이에 이루어지는 탄소순환만큼 중요한 메커니즘은 없습니다. 그동안 자연 상태에서 매년 600억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고, 육상식물은 성장을 위해 연간 탄소를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방출했습니다. 이러한 순환으로 지난 42만년 동안의 탄소 순환과정을 과학자들이 조사하여 확인한 결과, 이산화탄소량이 지구에 증가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이산화탄소의 수치는 그 동안의 평균치인 250ppm에서 360ppm으로 증가했습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산업화를 하면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등 지하에 수억년동안 저장되어 있던 탄소를 너무 빨리 방출한 데에 있습니다. 과핮들은 이것을 탄소순환에서 “인간의 방해”라고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현재처럼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하면 자연이 탄소를 흡수하는 도움의 손길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

2. “탄소순환”의 구원군은 있는가?

지금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이 “탄소순환”위기를 해결할 구원군을 찾아왔습니다. 탄소를 먹는 열대림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스펀지’를 발견하기도 하고, 바다에서 이산화탄소를 먹는 녹조류를 대량 양산하는 시스템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자연 상태에서 열대림은 7년 이상이 지나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속도가 현저하게 저하되었고, 바다의 경우 표층수의 온도증가로 녹조류의 효과가 없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자연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인간은 이제 스스로 탄소흡수원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그것은 첫째, 인공조림을 통해 거대한 숲을 만드는 것입니다. 예컨대 중국정부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국토의 침식과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1970년 이후 매년 수천ha의 숲을 조성했습니다. 그 결과 매년 중국의 인공 숲은 5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둘째 이미 있는 숲을 가꾸는 일입니다. 어린 숲일수록 맹렬하게 성장해야 하기에 탄소에 굶주려 있고, 해마다 일정한 숲을 새롭게 만들고 이를 관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셋째, 탄소를 모아 심해나, 동굴에 격리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러한 계획들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 수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앞으로 인간이 사용할 차세대 에너지 중 태양전지나 풍력발전기, 수소 에너지 등 비화석 에너지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탄소순환에 대한 인식과 위기대응능력이 현저히 낮은 현실을 고려한다면 자연은 최선을 다하여 탄소를 흡수하려 하겠지만, 최악의 상황이라는 경고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200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왕가리마타이의 이야기처럼 숲에 불이 나면 아주 작은 입으로 물을 떠와 불이 난 숲에 물을 뿌리는 벌새처럼 전 인류가 행동하는 것이 최선의 답이 아닐까 합니다. 즉 전 인류가 평생 열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면 지구온난화문제가 해결된다는 간단한 방법이 구원군이 아닐까 합니다. 나는 왕가리마타이의 제안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인간이 파괴라는 역할을 바꾸어 살림의 역할을 회복하는 데에 답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또 이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요.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위기를 먼저 인식한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역적으로 먼저 실천하는 것, 이것이 갈 길이 먼 사람들이 시작해야할 첫 걸음이고 구원군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