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1-[Main Story] 나무를 죽이는 사람들Ⅱ

윤전우, (사)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

푸른아시아의 몽골 사업장 5곳 중 어느곳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각 사업장은 만들어진 시기와 환경적인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실패를 많이 한 사업장을 소개합니다.

먼저 바가노르사업장을 소개합니다.
푸른아시아 조림지의 역사요, 자부심이고 지부장인 저를 다시 몽골로 불러들였던 사업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나무를 가슴에 묻었던 곳입니다.
울란바타르에서 동쪽으로 130km 떨어져 있는 울란바타르시의 한 구로서 인구 45,000명을 자랑하는? 몽골 5대 도시 중의 하나입니다.
석탄광산의 개발로 조성된 도시로 2010년 30주년을 맞은 아주 젊은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초기 조림사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지역에 대한 애착이나 변화의 가능성은 없어 보였습니다.


2002년, 바가노르 조림투어

바가노르의 조림사업은 참 우연하고도 운명적인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푸른아시아의 몽골사업은 일본 NGO(요코하마정책NGO)와 공동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청소년의 환경교육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마을그리기’를 청소년들과 함께 하면서 그린 그림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다름 아닌 거의 대부분의 그림에 물이 흐르는 수로와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마을의 풍경이었습니다. 한명 한명이 자기가 그린 그림에 대해서 발표하였고 하나같이 광산도시의 뿌연 먼지와 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물과 숲을 너무도 갈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구청장과 면담을 할 때 구청장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도시에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하는 한일공동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청장은 한국과 일본이 도와준다면 시작해 볼 수 있겠다고 하여 본격적인 조림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국제사업을 진행할 때는 현지파트너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구두나 구체적이지 않은 약속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나 할까….
이때의 협약으로 푸른아시아는 바가노르에서 조림사업을 시작하였고 이면에 숨어 있던 사실들을 비싼 수업료와 아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나무와 숲에 대한 갈망은 그 속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여되어야 하는지를 누구도 생각지 않고 있다는 점조차 이후에나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를 심을 때에는 굉장한 열의를 보이지만 관리를 하는 긴 기간을 참지 못하는 것도 이후에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다보니 작은 묘목을 심는 것에 반감을 나타내기도 하고 큰 나무를 가지고 오라고 공공연하게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심어 1년을 키워야 첫 해는 죽지 않고 10cm 정도만 자라도 칭찬을 해 줘야하고 2년째라 하더라도 30cm 미만으로 성장하다보니 나무를 심고나서 가지치기를 하는 것에 너무도 심한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초기의 이런 상황들을 넘어서기에는 너무도 많은 나무를 가슴에 묻어야 했고 그 중 크게 성장한 녀석들이 제가 잠시 YMCA에서 일을 하다 돌아와 조림장을 둘러보면서 눈물을 흘리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지금 2004~2005년에 심었던 포플러들이 그간의 세파(우박, 가뭄, 폭풍)에도 잘 견뎌서 큰 놈은 3m이상이고 굵기도 10cm 이상의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2010년, 바가노르 조림지

2007년 다시 몽골사업을 맡으면서 둘러본 바가노르사업장에서 마주한 나무들은 저 뿐만아니라 푸른아시아에게도 가능성과 희망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현재 바가노르사업장은 2008년부터 한국에서 파견된 실무자 2명이 주민 35명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주변지역이 몽골의 손꼽히는 광산도시이다보니 배후도시의 수요와 욕구에 맞추어 다른지역과는 다르게 도시공원이라는 컨셉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전의 단일화된 수종(포플러)에서 사막화방지 전략수종인 비술나무와 버드나무를 추가하고 노란아카시와 부일스(몽골 벚꽃)도 경관조성과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식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양묘장과 해바라기 코스모스꽃밭 등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위적인 식재나 변화 못지않게 조림장 내에는 다양한 변화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전에 자라지 않던 민들레, 수선화, 붓꽃, 이름모를 들꽃들이 지천에 널려 피기 시작했습니다. 혹 회원 중에 식물채취나 관련내용을 취미로라도 열심히 탐구하신 분이 계시면 오셔서 함께 조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푸른아시아 사업장의 생태변화라는 내용으로 논문이나 글을 쓰셔도 좋을 것 같네요… 항공권만 사서 오시면 지부장이 잘 해 드릴겁니다.
보드카는 꼭 쏘도록 하지요…. 술을 드시지 못하는 분은 매일 치즈와 우유로 입을 즐겁게 해 드리지요….
다음은 바양노르입니다.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