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Main Story] 나무를 죽이는 사람들
윤전우, (사)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
몽골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이 기간동안 우린 참 많은 나무를 죽여 왔다. 처음에는 한국과 너무 다른 몽골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한국에서 나무 한 번 심어보지 않은 내가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마는), 뻔히 알면서도 사람이 없어 두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어서, 주민들의 교육을 위해 일부러 죽이기도 했다. 올해는 조림을 위한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년보다 15일정도 빨라진 봄날씨가 우리를 많이도 괴롭혔다. 나무를 심기 전에 끝내야할 기반공사(전기, 우물, 우물집, 울타리, 관수시설 등)는 거의 완료가 되어 묘목만 배송되면 작업을 순조롭게 끝낼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그래도 이런 어려운 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10년전 처음 나무를 심을때만 하더라도 우리를 보는 몽골사람들의 평가는 ‘미친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5월의 나무심는 행사에 서로 자원봉사를 오겠다는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대학교,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울란바타르에서 가까운 에르덴사업장은 이미 약 1,000명(대학생 600명, 정부기관 350명, 기업 1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갔다. 여하튼 이런 변화가 몽골 사회가, 자연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나무를 죽이는 짓이라고 비난하고 조롱하는 사람들, 푸른아시아를 나무를 죽이는 사람들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얘기들이다. 우리는 나무를 죽이면서 사람들을 심고 나무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많은 인내와 시련을 견디고 넘어서야만 하는 지난한 과정인 것 같다. 후원을 하신 분들은 하신 분들 대로 성과가 쉬 나오지 않으니 실망하기 쉽고 현장의 참여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힘들고 고된 작업과 교육으로 지치고 낙오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나무를 죽이는 과정 속에서 몽골의 많은 변화들을 만들고 있다. 몽골에도 식목일이 생겼고 건물 주위에 나무를 심지 않으면 각 지자체로부터 경고와 함께 범칙금을 무는 사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산개발 후 복원작업에 대한 현장검사와 인허가가 까다로워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1주일로 시작되었던 몽골 첫 출장이 한달이 되고 3개월이 되고 6개월이 되는 시간을 6년정도 보냈다. 그 사이에 양묘장조사와 사막지역 조사를 나갔다가 비자기한을 지키지 못해 출입국법 위반(불법체류)을 한 범법자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몽골이 내 집이 되어 여기에 살고 있지만 사는 곳이 서울에서 울란바타르로 변했을 뿐 각 사업장을 돌며 출장다니는 생활은 2년째 달라진게 없다. 힘들지만 희망이 있고 포기하기에는 함께 노력한 시간과 수고가 너무나 아깝다. 이제 변화의 시작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