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Main Story] 2010 푸른아시아 활동 보고 – 푸른아시아는 “강아지똥”이다.
시나브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지나온 길을 더듬어보고 가야할 길을 다시 살피게 되는 시점입니다.푸른아시아는 올 한 해도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꾸밈없는 표현입니다.2010년 1월, “소박한 미소의 나라” 라오스에서 50명의 대학생들과 현지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땀나는 봉사활동으로 한 해의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동시에 사막화 방지사업과 에코투어 그리고 청소년 환경교육 등의 사업을 위한 기획과 준비작업을 시작했습니다.2월말 윤전우 지부장과 윤지윤 팀장이 지부 상근을 위해 몽골로 출발했습니다.그리고 지난 10개월 간 조림지의 나무들을 자신의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 강진아, 김다인, 김영경, 김진희, 박재현, 서여진, 신은혜, 지은희 등 8명의 파견간사들도 함께 장도를 떠났지요. 지금은 익숙한 일상이 되었겠지만 떠날 당시에는 그들이 어떤 현실에 직면할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3월의 현장 적응기간을 거쳐 현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3월 말부터 조림 준비를 하고, 주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근무자를 선발했습니다.4월에 들어서는 울타리 치기, 구덩이 파기에 이어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전국 다섯 개 지역에 자리 잡은 조림장을 차로 발로 뛰면서 마치 전투와 같은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작년에 비해 조림지가 한 군데 더 늘었고, 울란바타르 시내 9개 학교에 숲 조성을 위한 활동까지 더해졌습니다. 이처럼 늘어난 작업 규모를 감당하다 보니 5월은 정말 살처럼 지나갔습니다.대략 50ha(15만 평)의 부지에 6만 5천 그루 정도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헉…헉…헉^^나무 심는 과정에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습니다.한국에서 국제환경문제 체험과 봉사활동을 위해 많은 시민과 청소년들이 현장에서 땀을 흘렸습니다. 대한항공, 인천환경원탁회의, 국립청소년수련원, 호수연대, 요코하마타이어코리아, 전인자람학교 등의 기관에서 300여명이 힘을 보탰습니다. 여기에 조림장 인근에 사는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서 국제교류의 의미까지 더해졌습니다. 올 한 해 연인원 1,000명이 넘는 몽골 자원봉사자가 푸른아시아의 조림 활동에 참가했습니다. 환경문제와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이 미약한 몽골에서는 이례적인 일입니다. 푸른아시아가 환경 보전 활동을 통해 현지의 자원봉사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점도 아주 보람이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쉴 틈도 없이 6월부터 조림지에 대한 관리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미뤄두었던 농사일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우물이 수시로 고장 나고, 전기도 정례행사처럼 나가고, 한 조림장에서는 전기공사가 몇 달이나 늦어져 물차 불러다가 나무에 물주고, 근무자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일부 주민은 무단으로 결근을 하고, 날씨는 무진장 덥고, 가끔씩 우박에다 수시로 메가톤급 황사가 불어오고….(현장이 늘 그렇지만)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과정이었습니다.
국제환경교육과 봉사활동 프로그램인 에코투어도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용인외고의 환경동아리인 한나무, 남도학숙,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배화여자대학, 성균관대학교, 한영외고 등의 기관의 참가자들.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 신청한 참가자들.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서울시의 공모사업을 통한 참가자 등 약 200명이 푸른아시아 조림장에서의 봉사활동과 사막화체험, 몽골문화체험, UNDP몽골과 같은 국제기관방문 등을 통해 국제환경문제에 대한 인식과 자신의 미래설계를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로서는 작년 여름에 기술봉사활동을 다녀갔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학생들이 올해에는 바양노르 조림장에 태양광펌프(solar pump)를 설치하여 친환경적 사업 체계를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소규모이지만 태양광펌프를 실제로 설치하고 운용하는 몽골 최초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경상남도, 수원시 등의 지자체 관계자와 여러 기업과 기관이 사막화 방지사업에 대해 알아보고, 또는 내년부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언론과 함께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로 유명한 박경화 작가도 푸른아시아의 활동 내용에 관심을 갖고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특기할만한 일은 일본의 NGO 중 18년 전 중국 내몽고지역에서 사막화 방지사업을 시작해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지구녹화센터 관계자들의 방문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사업을 맡아온 중국인 사업소장은 “중국과 몽골은 자연 조건과 사업 환경이 많이 다르다. 푸른아시아의 사업 규모는 지구녹화센터에 비해 작지만 현지의 조건을 고려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 일자리와 소득 문제의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는 점. 에코투어를 통해 많은 한국인들이 직접 사업에 참가하고 교육과 교류가 진행되며, 작업 강도가 높음에도 참가자들이 만족한다는 점. 푸른아시아의 젊은 직원들이 현장에 상주한다는 점들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지구녹화센터가 설계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비전에 부합하는 점이 많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후 10월에는 윤전우 지부장이 중국의 사업현장을 방문하여 향후 협력사업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습니다.그리고 한 가지 더. 바양노르 조림장 인근에 있는 호수 살리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푸른아시아 회원이시라면 최근 20여년 사이 몽골에서 850여개의 강과 1,200개 가까운 호수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위기라는 사실은 알지만 아무도 그 위기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푸른아시아가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말라가는 호수가 더 이상 마르지 않도록, 희망하건데 우리의 노력으로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푸른아시아의 사업지와 가장 가까운 호수 살리기에서 시작합니다. 호수 주변 식생의 복원이라는 자연친화적 방식에 초점을 맞춘 이 사업은 올해 기반 공사를 마쳤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가를 부탁드립니다.올해 푸른아시아의 사막화 방지사업 중 조림사업과 관련하여 올해에도 특히 많은 수고를 해주신 분들이 있습니다.거친 땅 만달고비에서 “고양의 숲”을 2년째 든든하게 지켜준 한승재 전문위원,1년의 절반 이상을 현장에서 조림사업의 대안 개발에 몰두한 이덕수 전문위원,금년에도 변함없이 개인 시간을 쪼개 현장 지도와 자문을 해준 김광섭 하남시 산림과장.이 분들의 각별한 애정과 노력이 “아시아 희망의 숲”을 내실 있게 조성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다 소개해 드리지는 못하지만 이외에도 무수한 사연과 많은 분들의 열정이 함께 했습니다. 몽골에서 진행된 일만 되돌아보아도 참 숨차게 달려온 한 해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청소년 대상의 환경교육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경기도 분당과 수지 지역에 거주하는 중고생30여명을 대상으로 ‘우리지역 녹색청사진 만들기’ 프로젝트를 7개월 간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강의만 듣고 배우는 수준을 넘어 학생들이 직접 지역의 환경문제를 선정하여 현장에서 그 원인과 대안을 찾고 홍보와 해결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또한 서울 지역의 고등학생 20여명과 ‘서울로 떠나는 기후변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6개월간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서울 녹색체험 지도를 제작하고, 다양한 동영상도 만들었습니다.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 서울시의 공모사업도 국제환경교육과 실천을 주제로 내실 있게 진행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7명의 대학생들이 Green Asia Keeper로 활동하고 있고, 대학생 환경동아리를 만들기 위한 준비에도 열심입니다. 그리고 라오스에 이어서 국제봉사활동의 폭을 넓히기 위해 내년 1월에는 필리핀 빈곤지역에서 한국기술교육대학생 40명과 현지NGO가 협력하여 봉사활동을 진행합니다. 올해 푸른아시아는 국제활동을 위한 기반을 넓혔습니다. 3월에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ECOSOC)의 특별자문단체 지위를 부여받았고, 5월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공인NGO로 등록되었습니다. 또한 내년 10월 경상남도에서 개최되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자문단체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푸른아시아의 활동은 한 걸음 한 걸음 더 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한 해의 사업을 되돌아보는 시기가 되면 송구한 마음이 가슴을 채웁니다.늘 바쁘다는 핑계로 회원 여러분들에게 사업 보고를 충실히 하지 못했습니다.그리고 회원들께서 교감하고 교류하고 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습니다.반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한 가지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내년에는 회원들을 위한 작은 공연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름 하여 “푸른아시아 카페 콘서트”를 매월 1회씩 열겠습니다. 소박한 자리가 되겠지만 높고 다양한 수준의 공연을 준비하겠습니다. 열린 자리, 즐거운 자리, 나누는 자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자 이제 글을 마무리하면서제목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합니다.많은 분들이 연상하시듯 『강아지똥』은 권정생 선생이 쓴 유명한 작품입니다.최근 이 책을 세 번째 읽으면서 가슴에서 뭉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제가 조금 감성적입니다.책의 소개 글에도 저자가 눈물을 흘리며 책을 썼다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그 이유가 제게 온전히 마치 감전되듯이 전해졌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이죠. 강아지 똥이 민들레의 제안을 받고 있는 힘을 다해 민들레를 껴안는 장면, 그리고 내리는 비와 함께 민들레의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후 몇 일이 지나자 민들레는 노란 꽃을 피웁니다. 어쩌면 이것이 환경이든 빈곤이든 주제와 분야를 넘어 대안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져야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저 개인의 감상에 불과하지만,저는 푸른아시아가 강아지똥과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대의와 명분을 우선하는 단체와 활동가이기보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족하지만 온전히 자신을 바칠 수 있는 존재가 되면 좋겠습니다.한 송이 민들레를 피우기 위해 자신을 바친 바로 그 강아지 똥처럼 말이죠.이 글은 꼭 식사 후에 읽으셔야 하는데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