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의 바양노르에서..] 고래만 춤을 추면 성공인가요?
1007 고래만 춤을 추면 성공인가요?
김광섭 과장님 이하 어른들께서 인력 운용에 대해 해주신 조언이 있다. 소위 당근과 채찍, 상벌을 명확히 하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잡힌다고. 서른 남짓 우리 주민들이 조림장 작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 그것은 결국 잘 한 쪽에 칭찬을 반대편엔 꾸지람을 하는 간단한 공식으로 단순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이라 흔히들 회자되는,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유명한 문장처럼 일면 인간의 학습 기제이기도 한 ‘인센티브’의 활용쯤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어떤 강력한 무기건 양날이 존재하는 법. 칭찬이 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칭찬이 칭찬으로서 다수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즉, 모두가 칭찬을 받는 이유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 설명의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존재하는 우리 한국 간사들과 몽골 주민들의 상황에서는 그러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일은 내가 보기에 꽤나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우리 바양노르 사업장에서 올 한 해 꽤나 성공했다 여겨지는 부분 중 하나는, 중간 관리자로서 팀장들을 훈련시킨 일이었다. 물론 그 훈련이라는 것이 체계화된 교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1년이라는 기간 팀 제를 도입하여 운영하면서 특히 팀장들이 작업 시 팀원들을 통솔하여 작업 페이스를 조절하고 팀 조직을 관리하는, 그리고 작업장 내의 크고 작은 일들을 논의하고 기획하는데 솔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해왔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팀장들에게 1시간 추가 수당을 지급하면서 더욱 또렷하게 팀장들의 적극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몇몇 초반부터 팀장 역할을 기대이상으로 해주던 주민들이 있었던가 하면, 기대 이하의 행동을 보였던 사람들이 있었다. 오히려 분위기를 더욱 흐린다거나 앞장서서 불평만을 늘어놓는 등 우리의 속을 뒤집었던 바트히쉭 아주머니가 그랬다. 하지만, 팀장들에 기대되는 역할들을 나열한 뒤 그들의 노고의 대가로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우리의 제안에 우리 주민들이 모두 동의를 하면서 9월부터 적용된 새로운 월급 시스템 아래 그녀의 태도는 급격히 변화했다. 물론, 몇 번 그녀의 부적절한 행동을 콕 집어 지적한 것도 영향이 있었을 테지만, 십중팔구 일반 주민들보다 많은 수당을 받는다는 것이 그녀에게 자부심이나 당장의 경제적 이득이라는 메리트 뿐 아니라 책임감과 부담감을 주었던 모양이었다. 다음날부터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앞장서서 작업도구를 챙기고 정리하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조림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요즘 나는 올 한 해를 열심히 참여해준 주민들, 그리고 특히 우리 파견 간사들의 책임을 덜어 함께 나누어준, 뿐만 아니라 처음보다 훨씬 팀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보인 우리 팀장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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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추가 수당 지급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괜찮은 성과를 보였던 데에는 주민들 모두가 그것의 필요성에 공감을 했다는 점이 필요 조건으로 작용을 했다 생각한다. 이 시도 이후, 사실은 한 건의 미미하지만 불미스런 사건이 있었는데 한 팀의 팀원이 팀장의 지시를 무시해서 다툼이 있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을 했을 터이지만, 개인적으로 당사자의 성격이나 정황을 보았을 때 팀장이 받는 특권에 대한 욕심 혹은 시기가 충분히 한 몫 차지 했으리라 추측한다. 만약 이 새 제도의 타당성을 동의하는 절차가 없었다면, 이러한 충돌들은 더욱 많았을 수 있고 팀장을 따르는 팀원들이 없었다면 팀장들은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협력해야 하는 경우 소통은 필수적인 코스다.
그런가 하면 올 해 또 다른 시도였던 팀 별 감자 경작 경쟁은 결과적으로 조금 개운치 못하게 아쉬움이 남는다. 팀 별로 경작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여 결과를 확인함으로써 농사 교육적 효과와 동시에 열심히 하는 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그 기본적인 목적이었던 이 새로운 시도는, 각 팀이 100kg의 감자를 무료로 임대 받아 경작한 후 추후 해당양은 상환하고 나머지를 소유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다섯 팀 중 가장 많은 감자를 수확하는 팀에 상환해야 할 100kg를 부상으로 수여하기로 했었다. 각자 다른 방법으로 감자를 심고 각자 작업 외 여유 시간에 관수 등 관리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문제는 결과적으로 감자 수확량이 거의 대동소이했다는 데 있었다. 그나마 수확량이 많은 팀은 두 팀으로 줄였지만 문제는 차이가 크지 않은 이 경우 감자 수확량만을 기준으로 놓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기타 항목들도 고려하는 편이 좋은 지였다. 두 팀 모두 작업 능력은 비교적 뛰어난 편이었지만, 그 중 다른 팀보다 적은 양을 수확한 팀이 특별히 그 성실성과 작업능률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 팀은 올 한 해 양묘 및 관수 시설 관리 등을 전담하는 등 무거운 임무를 맡아왔고, 이러한 역할 분담에 있어서 다른 팀이 시기 어린 불평을 하기도 했다. 이는 그 팀을 특별 부대로 임명한 명확한 근거들을 공식화하는 데 우리가 서툴렀던 탓이 컸다.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뛰어난 이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본연의 기대되는 역할 (상향 평준화)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오히려 분란, 반감, 분열을 불러온다. 그것이 리더의 합당한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정적 편애에 의한 것이라고 여겨지면 곧 인센티브는 인센티브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경쟁의 우승자를 발표해야 하는 그 순간 우리를 짓눌렀던 것은 이러한 불완전한 두 선택지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감자 경작에 있어서도 올 한 해의 전체 작업에 있어서도 가장 성실하게 수고한 팀은 부작용을 낳을 위험성이 있고, 그렇다고 객관적으로 양만 따지자니 아쉬움이 남았다. 그 와중에도 몇몇 사람들은 당장 한 간사에게 그렇게 애매하면 맘대로 결정하라며 노골적으로 그 팀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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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부장님이 언급하셨던 평가 기준의 명확화라는 숙제가 떠올랐다. 처음에는 그 뚜렷한 기준이라는 것이 심리 검사 시 등장하는 선택지와도 같이 1번, 2번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객관화된 항목들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이 때의 기준은 그것이라기보다는 추구하는 지향점, 즉 높이 평가할 가치를 확실히 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이번 감자 농사 대결을 통해 우리 주민들의 어떤 행동들을 칭찬할 것인 것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부재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들과 감자 경쟁의 의미에 대한 논의의 장이 부족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 짧은 순간 짧은 말들 속에 많은 표정들을 주고받다 결국 감자 수확량이 많은 쪽에 100kg의 부상을 증정하기로 했다. 빈틈이 있다 여겨지는 상황에서 위험 부담이 있는 쪽보다는 다수가 수용하기에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이다.
칭찬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칭찬해야 할까 라는 추상적이면서도 포괄적인 질문에 나름의 확고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숙고를 끝마쳐야 그 힘이 힘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칭찬을 받는 근거에 대한 의견들을 협력 대상들과 공유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도 말이다. 특히 우리 사업장처럼 주안점이 단순히 작업의 효율성이 아니라 결국에는 주민들 스스로의 자립에 놓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칭찬이 칭찬을 받는 모범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꾸지람을 받는 문제아들을 위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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