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있는 호수와 강
사라지고 있는 호수와 강 |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
유목민과 사막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은 로망을 느낀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등반가인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의 마지막 여행기인 「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를 읽어본다면 더욱 그런 로망을 진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메스너가 그랬듯이 나이 들어서 한번 정도 광활한 사막을 건너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사막의 고독함을 경험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러면서 이 고독을 풀어줄 온기를 가진 존재, 언제나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유목민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분주한 도시를 떠나고 싶은 현대인들의 본능이 아닐까 한다. ![]() ![]() 2007년 2월 하순, 영하 20도를 육박하는 추위 속에 몽골 남부에 있는 어믄고비(남고비)를 방문하여 서북 방향으로 고비 사막을 횡단할 때의 일이다. 나는 어믄고비의 수도 달란자드가드를 지나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호수인 ‘울란 호수’를 조사하기 위해 그곳으로 갔다. 같이 동행했던 몽골 지리생태연구소의 하울렌벡 박사는 자동차로 대여섯 시간이 걸리는 ‘울란 호수’까지 가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몽골의 호수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바빴다. 몽골 지도를 보면 울란 호수는 여전히 푸르게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현장은 바짝 말라 생명이 살 수 없는 황폐한 땅이 되었다. 그만큼 주변의 생명과 삶도 사라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명심해야 할 교훈도 적지 않다. 습지가 사라지고 물이 사라지면 생명이 살 수 없고, 생명이 살 수 없다면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교훈을 울란 호수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울란 호수를 떠난 2,800명의 유목민들도 참담한 삶을 연명하고 있을 것이다. 사라진 1,181개의 호수를 떠난 수많은 유목민들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이들 유목민이 자신들의 삶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환경악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 이유를 모르면서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몽골의 유목민들은 1만 년 이상 초원에서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까지 살아온 그들의 땅에서 강제 퇴출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환경난민, 사막화 난민’으로 부르고 있다. 유목민들의 삶을 덮친 기후변화는 이들에게 매우 낯선 환경난민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