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여진의 EP3. 당신의 스펙은 어떻습니까?
EP3. 당신의 스펙은 어떻습니까?
이곳 바양노르 조림장에서 최고의 스펙은 강력한 힘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권력이나 그런 힘이 아니라 의미 그대로의 “힘”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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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나는 최저등급이다. 구덩이 많이 파기, 양동이 많이 나르기, 양동이 빨리 나르기 이 철인 3종목에서 나는 3종목 모두 최저등급을 받았다. 여기 사람은 구덩이 60개 팔 때 나는 겨우 20개 남짓 파고 양동이 3번 나를 때 겨우 1번 나른다.
하루는 함께 일하던 몽골사람이 나 일하는 것을 유심히 보더니
“너 흙 엄청 조금 퍼면서 왜 계속 으으으 하고 소리를 내니?”라고 이야기를 하고서는 껄껄 웃는 것이 아닌가.
‘나도 너네만큼 하고 싶은데 도저히 되질 않는다고!! 내 속도 모르면서…’
고백하자면 한국에서 나는 한번도 삽질을 해본 적이 없다. 농사체험도 초등학생 시절 고구마심기와 대학 다닐 때 봉사활동 점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한 농활프로그램이 전부였다. 그런 내가 삽질을 잘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 아니겠는가!
한번은 또 이런 적이 있었다. 그날의 우리 임무는 구덩이 파기였다. 다들 각자의 줄을 맡아서 열심히 구덩이를 팠다. 나 역시 그들에게 나의 “강력한 힘” 보여주기 위해서 있는 힘을 모두 짜내서 팠지만 결과는 나의 참패였다.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그들의 힘과 속도에 나도 모르게 오기가 생겼고 남들이 쉬는 시간까지 투자해서 구덩이를 팠다. 정확히 1시간 20개의 구덩이를 팠지만 결국 그날 나는 탈진해버렸고 오후 일을 나갈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내가 아등바등하며 쌓았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펙인 토익점수, 컴퓨터 활용, 자격증 들은 전혀 무용지물이다. 내 능력이나 지식들은 이곳에서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매우 허무해져버렸다.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별것 아닌 것에 내가 세상의 전부인양 바라보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나 넓은데 나는 고작 점수와 자격증의 개수를 전부로 바라보고 있었다니…답답한 짓이 아니었나…
우리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스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고 스펙의 조건에 대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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