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의 바양노르에서..] 바양노르 작업장, 그 일상

바양노르 작업장, 그 일상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7시부터 18시까지 8시간, 전날 저녁 맞추었던 작업 일정에 따라 진행되는 하루 일과. 가장 시급한 노지 양묘장과 온실의 묘목을 굴취하는 일이 아주 정신 없이 진행되었고, 동시에 보식 구덩이 파기 작업이 이루어졌다. 두 번 정도 10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 꽤나 고된 작업 환경 속에서도 몽골 사람들은 꽤나 능숙하게 작업을 진행해내고 있다. 물론 개인차가 크고, 몽골 사람들의 느긋한 성격 덕분에 ‘호르당 호르당(‘빨리 빨리’)’라는 말이 끊임없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작업은 꽤나 유쾌하고 즐겁다. 특히 오늘처럼 꽤 많은 양의 작업을 다 함께 해낸 날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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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부터 바양노르 작업장에서는 팀 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다섯 팀장을 중심으로 다섯 개의 팀(‘박’)이 구성되어 있다. 현재 바양노르에서는 아주 빠르고 능숙하게 작업이 가능한 ‘후를레’ 아저씨, 눈치도 빠르고 손이 야문 ‘사랑치멕’ 아주머니, 남자 못지 않게 힘이 센 ‘아마’ 아주머니, 꼼꼼하고 야무진 ‘다와 수릉’ 아주머니, 그리고 몸이 약해도 책임감이 강한 ‘바트히쉭’ 아주머니를 중심으로 다섯 팀이 꾸려져 있다. 팀 중심으로 작업 내용이 분배되고, 현장 매니저와 박사님이 작업 지시를 하고 있다. 팀 제를 도입했던 의도대로 모든 것이 진행될 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지만, 팀장들의 협의에 의해 팀이 구성되고 팀 별로 움직임이 진행되는 요즘 이러한 기획이 꽤나 좋은 시도였다고 여겨지는 것은 팀장들이 각자 책임감을 갖고 작업에 참여하고 있고 팀 별로 유대관계가 형성되면서 작업이 꽤나 유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사실 몽골에 오기 전부터 가장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외국인인데다 나이가 한참은 어린 나의 말이 얼만큼의 힘을 가질까 하는 것이었다. 작년에 몽골에 파견되었던 분들 역시 같은 내용의 당부 말씀들을 해주셨던 탓에 작업 첫날부터 꽤나 그 부분에 압박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경우, 한국 사람들을 한참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는 몽골 사람들은) 나를 10대로 보기까지 했던 탓에 나는 꽤나 긴장을 했었고, 덕분에 작업이 진행되는 초기에 으레 그렇듯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불협화음으로 공지한 내용이 번복되어야 하는 경우가 잦아질 때면 나는 신경이 잔뜩 곤두서곤 했다. 하지만, (물론 아직 확신할 만큼 오랜 기간을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작업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사람들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몸에 잔뜩 들었던 긴장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다. 물론 나름으로 현장 매니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자 노력하는 몇 가지가 있지만 (작업 지시 내용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다거나, 작업 지시 시에 확실하고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한다거나 몽골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등), 구멍이 많은 나의 성격 덕분에 종종 실수를 하는 내 모습은 그대로 주민들의 웃음을 불러내곤 한다. 잔뜩 긴장했을 때보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을 때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훨씬 즐겁다는 것이 2주 동안의 작업을 끝낸 후에 내가 얻은 결론이다.

이제까지의 고민에 대한 현재의 나의 대답은, 나는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나갈 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나는 결코 그들에게 권위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나이도, 성격도 아니다. 다만, 나는 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유쾌하고 즐겁게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다. 철저하게 작업 내용을 숙지하고 확실하게 작업 지시를 전달할 수 있고, 그 날의 작업에 대해 작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설명을 해주어 그들이 스스로가 하는 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타이트하게 작업량을 지시할 때는 ‘바야를라(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조금씩 게으름을 피우는 이들에 작업 지시를 할 때면 ‘호락샤(화이팅)’이란 말을 덧붙여 그들을 독려할 수 있다. 그 날의 작업 목표를 설정해서 성취해낼 수 있고, 작업 중간 중간 한국어를 가르쳐 주며 함께 웃을 수 있다. 오히려 어린 나이 덕분에 그들은 나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려 애쓸 수 있고, 나는 그런 그들에게 웃으며 감사를 전할 수 있기도 하다.

오늘은 빡빡하게 일을 한 후에 모두 둘러 앉아 한국 동요인 ‘머리 어깨 무릎 발’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즐거워하는 주민들의 모습의 뒤로 넓게 펼쳐진 몽골의 하늘은 언제나 그렇듯 참으로 아름다웠고, 그 아래 퍼지는 그들의 웃음소리는 나를 벅차게 했다. 몽골은 연달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마구 벌어져 사람의 혼을 빼놓는 황당한 나라이지만, 동시에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과 사람들로 사람을 가슴 벅차게 만드는 매력적인 나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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