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 측면으로 바라본 커피
숙명여대 SEM 김유솔 기자
현대인의 하루에서 커피를 빼놓기는 힘들다. 잠을 깨우기 위해 아침에 한 잔, 식후 동료와 담소하며 한 잔, 업무의 피로를 누르기 위해 한 잔. 통계적으로도 우리의 커피 소비량은 많은 축에 속한다. 국제커피기구(IC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380잔으로, 국가별 평균 152잔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다양한 인스턴트커피부터 캡슐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 전문점 등이 우리의 커피 소비문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커피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이 암울한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커피나무는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25°와 남위 25° 사이에서 재배된다. 커피 생산지는 커피 벨트(Coffee Belt, Coffee Zone)라고 불리는 열대, 아열대 지역의 북회귀선 아래에 주로 분포해 있다. 그러나 커피나무는 생산지만 지켜진다고 자라지 않는다. 커피 열매가 잘 수확되기 위해서는 연간 평균 15~25℃를 유지되어야 하고, 서리가 내리면 안 된다. 또한, 강한 바람이 불지 않아야 하며, 우기와 건기가 뚜렷해야 좋다. 강수량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일조량 등 여러 기후적 요소까지 적합한 곳에서만 자랄 수 있는 까다로운 식물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가 고온다습해지면서 커피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세계 1위 커피 생산국 브라질은 온도가 3℃ 오를 경우, 커피 생산지의 75%가 사라질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때문에 중남미 커피 생산지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된 헤밀리아 바스타트릭스(Hemileia vastatrix)라는 곰팡이까지 더해져, 원두 공급량에 차질이 생겨 원둣값이 급등하고 있다. 엘니뇨 현상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남미에 가뭄이 초래되기까지 한다면, 우리의 미래에 커피가 존재할지 불확실해진다. 이는 기호식품 수급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상 기후로 커피 생산량이 타격을 입게 되면, 수많은 농민이 생존권을 위협받을 것이다. 그리고 석유 다음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이 커피인 만큼, 국제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런데 커피 생산 자체가 궁극적으로 커피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 있는가?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커피 재배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삼림 파괴 원인이다. 본래 커피는 그늘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셰이드그로운(SHADE-GROWN) 방식으로 재배되곤 했다. 셰이드그로운 방식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수분 증발을 막고, 일교차를 조절해 잡초의 성장을 억제한다. 하지만 커피 수요가 급증하고, 대량 생산이 필요해지면서 대규모 커피 농장이 들어섰다. 그러면서 열매 성장 속도가 느린 셰이드그로운 방식 대신 키 큰 나무를 자르고 햇볕에 커피나무를 노출하는 선그로운(SUN-GROWN) 방식의 재배가 늘어났다.
커피가 재배되는 열대 숲은 철새들의 주된 서식지였지만, 인간의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고 있다. 셰이드그로운 재배 환경에서 243종의 조류가 서식할 수 있다면, 선그로운 재배 환경에서는 61종의 조류만이 서식할 수 있다. 나날이 커피 소비 인구가 증가하면서 커피 재배가 삼림 파괴에 미칠 영향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커피를 소비할수록 환경이 오염되고, 환경오염으로 커피를 마시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토착 나무의 유기농 환경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버드프렌들리 커피(Bird Friendly)’ 인증이 등장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아직 버드프렌들리 커피가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지 않다.
커피의 생산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15g의 원두가 사용되는데, 이 중 14.97g 즉 99.8%는 커피박이 되어 버려진다. 커피박은 커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흔히 ‘커피 찌꺼기’로 불린다. 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생활 폐기물로 분류돼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 처리되고 있다. 커피박을 땅에 매립할 경우 토양이 산성화되고, 소각하면 온실가스인 메테인이 발생한다. 커피박을 활용한 여러 업사이클링 제품이 제작되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에 한계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찾는 움직임이 계속되며 대체 커피가 대안이 되고 있다. 대체 커피란 원두(커피빈) 대신 버섯, 보리, 허브 등으로 커피 향과 맛을 낸 커피를 말한다. 원두 대신 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분자 커피(Molecular coffee), 실험실에서 만드는 배양 커피(Cultured coffee) 등이 있다.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형태의 대체 커피는 분자 커피이다. 대체 커피를 연구하는 해외 스타트업 ‘아토모’는 2019년부터 빈리스(Beanless) 제품, 즉 원두 대신 대추씨, 라몬씨, 해바라기씨 추출물, 과당, 완두콩 단백질, 수수, 레몬, 구아바, 호로파씨 카페인, 베이킹 소다 등을 이용해 커피 향과 맛을 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토모 사는 식품 폐기물로 커피의 향과 맛을 표현한다는 특징이 있다. 루핀과 병아리콩, 맥아 보리, 치커리 등을 이용하는 네덜란드 스타트업 ‘노던 원더’도 존재한다. 싱가포르의 ‘프리퍼’, 샌프란시스코의 ‘마이너스’ 등 다양한 대체 커피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도 ‘보리 커피’, ‘보리 라떼’ 등의 형태로 대체 커피가 소량 판매되고 있다.
배양 커피는 2021년 10월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소(VTT)가 커피 세포를 배양한 배양 커피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커피 농장에서 재배하는 것보다 비료와 물 사용량이 훨씬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실험실 환경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날씨, 벌레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아 일관된 품질과 양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농장이 아닌 도심지에서도 커피 생산이 가능하여 운송 과정이나 운송 시간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VTT는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세포배양 커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체 커피 시장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대체 커피 시장 규모는 2022년 27억 달러를 달성하였고, 2030년까지 5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두커피에 익숙한 우리에게 대체 커피가 어색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커피가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미래를 생각한다면, 하루에 마시는 커피 중 한 잔은 대체 커피로 바꿔 커피 소비량을 줄일 만하지 않겠는가. 커피 소비를 줄이는 것은 아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미래를 미룰 수 있다면 못 할 게 무엇인가. 대체 커피가 향후 예상되는 추가 커피 수요라도 상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지구를 위할 수 있다.
* 사진 및 참고 자료 출처
대한민국 커피시장, 10조 원 시대 열리다, 박미금, 코리아비즈니스리뷰, 2025.01.11.,
https://www.koreabizreview.com/detail.php?number=5787&thread=24
‘원두 없는 커피’의 등장...과연 맛있을까?, 조이 코빈, BBC NEWS 코리아, 2024.09.15.,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ewlwrkvn88o
[환경톡톡] 환경오염과 커피산업의 지속가능성, 유현지, 환경일보, 2024.03.04.,
https://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6517
커피지만 커피가 아니다. '대체 커피' 앞으로의 전망은?, 류창희, 우먼센스, 2024.01.26.,
https://www.womansense.co.kr/woman/article/55356
지구 온난화가 커피와 차의 재배·수확에 미치는 영향, 정영식, 경제포커스, 2019.10.24.,
http://www.economyf.com/m/view.asp?idx=3381
환경적 측면으로 바라본 커피
숙명여대 SEM 김유솔 기자
현대인의 하루에서 커피를 빼놓기는 힘들다. 잠을 깨우기 위해 아침에 한 잔, 식후 동료와 담소하며 한 잔, 업무의 피로를 누르기 위해 한 잔. 통계적으로도 우리의 커피 소비량은 많은 축에 속한다. 국제커피기구(IC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380잔으로, 국가별 평균 152잔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다양한 인스턴트커피부터 캡슐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 전문점 등이 우리의 커피 소비문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커피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이 암울한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커피나무는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25°와 남위 25° 사이에서 재배된다. 커피 생산지는 커피 벨트(Coffee Belt, Coffee Zone)라고 불리는 열대, 아열대 지역의 북회귀선 아래에 주로 분포해 있다. 그러나 커피나무는 생산지만 지켜진다고 자라지 않는다. 커피 열매가 잘 수확되기 위해서는 연간 평균 15~25℃를 유지되어야 하고, 서리가 내리면 안 된다. 또한, 강한 바람이 불지 않아야 하며, 우기와 건기가 뚜렷해야 좋다. 강수량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일조량 등 여러 기후적 요소까지 적합한 곳에서만 자랄 수 있는 까다로운 식물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기후가 고온다습해지면서 커피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세계 1위 커피 생산국 브라질은 온도가 3℃ 오를 경우, 커피 생산지의 75%가 사라질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때문에 중남미 커피 생산지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된 헤밀리아 바스타트릭스(Hemileia vastatrix)라는 곰팡이까지 더해져, 원두 공급량에 차질이 생겨 원둣값이 급등하고 있다. 엘니뇨 현상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남미에 가뭄이 초래되기까지 한다면, 우리의 미래에 커피가 존재할지 불확실해진다. 이는 기호식품 수급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상 기후로 커피 생산량이 타격을 입게 되면, 수많은 농민이 생존권을 위협받을 것이다. 그리고 석유 다음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이 커피인 만큼, 국제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런데 커피 생산 자체가 궁극적으로 커피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 있는가?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커피 재배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삼림 파괴 원인이다. 본래 커피는 그늘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셰이드그로운(SHADE-GROWN) 방식으로 재배되곤 했다. 셰이드그로운 방식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수분 증발을 막고, 일교차를 조절해 잡초의 성장을 억제한다. 하지만 커피 수요가 급증하고, 대량 생산이 필요해지면서 대규모 커피 농장이 들어섰다. 그러면서 열매 성장 속도가 느린 셰이드그로운 방식 대신 키 큰 나무를 자르고 햇볕에 커피나무를 노출하는 선그로운(SUN-GROWN) 방식의 재배가 늘어났다.
커피가 재배되는 열대 숲은 철새들의 주된 서식지였지만, 인간의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고 있다. 셰이드그로운 재배 환경에서 243종의 조류가 서식할 수 있다면, 선그로운 재배 환경에서는 61종의 조류만이 서식할 수 있다. 나날이 커피 소비 인구가 증가하면서 커피 재배가 삼림 파괴에 미칠 영향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커피를 소비할수록 환경이 오염되고, 환경오염으로 커피를 마시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토착 나무의 유기농 환경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버드프렌들리 커피(Bird Friendly)’ 인증이 등장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아직 버드프렌들리 커피가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지 않다.
커피의 생산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15g의 원두가 사용되는데, 이 중 14.97g 즉 99.8%는 커피박이 되어 버려진다. 커피박은 커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흔히 ‘커피 찌꺼기’로 불린다. 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생활 폐기물로 분류돼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 처리되고 있다. 커피박을 땅에 매립할 경우 토양이 산성화되고, 소각하면 온실가스인 메테인이 발생한다. 커피박을 활용한 여러 업사이클링 제품이 제작되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에 한계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찾는 움직임이 계속되며 대체 커피가 대안이 되고 있다. 대체 커피란 원두(커피빈) 대신 버섯, 보리, 허브 등으로 커피 향과 맛을 낸 커피를 말한다. 원두 대신 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분자 커피(Molecular coffee), 실험실에서 만드는 배양 커피(Cultured coffee) 등이 있다.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형태의 대체 커피는 분자 커피이다. 대체 커피를 연구하는 해외 스타트업 ‘아토모’는 2019년부터 빈리스(Beanless) 제품, 즉 원두 대신 대추씨, 라몬씨, 해바라기씨 추출물, 과당, 완두콩 단백질, 수수, 레몬, 구아바, 호로파씨 카페인, 베이킹 소다 등을 이용해 커피 향과 맛을 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토모 사는 식품 폐기물로 커피의 향과 맛을 표현한다는 특징이 있다. 루핀과 병아리콩, 맥아 보리, 치커리 등을 이용하는 네덜란드 스타트업 ‘노던 원더’도 존재한다. 싱가포르의 ‘프리퍼’, 샌프란시스코의 ‘마이너스’ 등 다양한 대체 커피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도 ‘보리 커피’, ‘보리 라떼’ 등의 형태로 대체 커피가 소량 판매되고 있다.
배양 커피는 2021년 10월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소(VTT)가 커피 세포를 배양한 배양 커피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커피 농장에서 재배하는 것보다 비료와 물 사용량이 훨씬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실험실 환경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날씨, 벌레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아 일관된 품질과 양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농장이 아닌 도심지에서도 커피 생산이 가능하여 운송 과정이나 운송 시간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VTT는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세포배양 커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체 커피 시장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대체 커피 시장 규모는 2022년 27억 달러를 달성하였고, 2030년까지 5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두커피에 익숙한 우리에게 대체 커피가 어색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커피가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미래를 생각한다면, 하루에 마시는 커피 중 한 잔은 대체 커피로 바꿔 커피 소비량을 줄일 만하지 않겠는가. 커피 소비를 줄이는 것은 아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미래를 미룰 수 있다면 못 할 게 무엇인가. 대체 커피가 향후 예상되는 추가 커피 수요라도 상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지구를 위할 수 있다.
* 사진 및 참고 자료 출처
대한민국 커피시장, 10조 원 시대 열리다, 박미금, 코리아비즈니스리뷰, 2025.01.11.,
https://www.koreabizreview.com/detail.php?number=5787&thread=24
‘원두 없는 커피’의 등장...과연 맛있을까?, 조이 코빈, BBC NEWS 코리아, 2024.09.15.,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ewlwrkvn88o
[환경톡톡] 환경오염과 커피산업의 지속가능성, 유현지, 환경일보, 2024.03.04.,
https://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6517
커피지만 커피가 아니다. '대체 커피' 앞으로의 전망은?, 류창희, 우먼센스, 2024.01.26.,
https://www.womansense.co.kr/woman/article/55356
지구 온난화가 커피와 차의 재배·수확에 미치는 영향, 정영식, 경제포커스, 2019.10.24.,
http://www.economyf.com/m/view.asp?idx=3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