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기후 리터러시] ② 공동체와 세상에 다리를 놓는 ‘기후 리터러시’를 위하여

[다 함께, 기후 리터러시] ② 공동체와 세상에 다리를 놓는 ‘기후 리터러시’를 위하여



우리는 매일 날씨(기상)부터 시작한다. 태양이 일상에 미광을 비추면, 우리는 날씨를 토대로 움직인다. 날씨에 맞는 옷과 신발 등을 입고 사람을 만나면, 날씨 이야기부터 꺼내곤 한다. 날씨에 따라 식사 메뉴를 정하고, 행사나 이벤트가 있을라치면 날씨부터 파악한다. 의식주와 일상은 그처럼 날씨와 ‘착붙’이다. 이런 날씨가 짧은 기간의 대기 현상을 일컫는다면 기후는 오랜 기간에 걸친 평균적인 대기 상태를 뜻한다. 하루가 모여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되듯, 날씨가 쌓여 기후가 된다. 그런 기후가 위기, 온난화(warming)를 넘어 열대화(boiling) 시대다. 이젠 기후에 대한 감각을 깨우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하늘을 향한 집념에서 기상학이 태어났듯, 일상 속 기후 감수성을 키워야 할 때다. 날씨가 모여 기후가 되듯, 작은 이해에서 시작한 큰 변화, 그 이야기를 나눈다. 기존 인식을 넘어 날씨와 기후를 따라 새롭게 열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푸른아시아 기후와공동체실 김이준수 활동가가 [다 함께, 기후 리터러시] 연재를 통해 작은 쇄빙선(수면의 얼음을 부숴 항로를 여는 배) 노릇을 하고자 한다.


하늘을 읽고 이해하고자 하늘을 달린 19세기 기상학자 제임스 글래이셔로 <다 함께, 기후 리터러시>를 연 바 있습니다. 제임스가 목숨 걸고 얻은 하늘의 비밀(?)은 후대 과학자 등에 의해 한 꺼풀씩 베일을 벗었습니다. 하늘(대기)이 품은 정보를 찾아 계산하고 이해하며 해석했습니다. 이른바 ‘리터러시’가 발전하면서 우리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일기예보와 기후 정보를 만납니다. 물론 예보가 때때로 틀릴 때도 있지만, 하늘의 일을 어찌 다 맞출까요.

 

 

바야흐로, ‘리터러시’가 매우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흔히 ‘문해력’으로 일컬어지는 이 단어는 “다양한 맥락과 연관된 인쇄 및 필기 자료를 활용하여 정보를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만들어내고, 소통하고, 계산하는 능력”(유네스코)을 뜻합니다. 우리말로 풀자면 ‘말귀’죠.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고급’ 능력입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에 인공지능(AI)도 가세했습니다. 잘못된 정보, 허위정보도 SNS 등을 타고 감염병처럼 퍼져갑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말못알’이라고도 표현하죠)도 많죠. 이들은 말 자체보다 말을 둘러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원을 최소화하면서 작동하려는 사람의 인지 체계를 고려하면, 사람은 대체로 고차 방정식보다 일차방정식에 쉬이 끌립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 인지 과정에서 생기는 비논리적 경향인 ‘인지편향’ 등이 나타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는 것부터 이를 이해하고 해석해서 현실에 적용/활용하는 능력은 중요성을 더해갈 수밖에 없습니다. 미디어(뉴스)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등 각종 분야에서 리터러시에 방점이 찍히고 있습니다. 기후도 마찬가지죠.

 

AI로 그럴싸한 가짜 이미지까지 만들어내는 세상, 가짜 정보 솎아내기에 어려움을 겪는 건, 흔한 일입니다. 사람은 특정 상황에서 언제든 잘못된 정보나 허위정보 등에 넘어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시기, 이런 정보들이 떠돌았고 철석같이 이를 믿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기후(변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기후위기가 현대판 종말론이라며 “기후위기는 없다”고 우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미 검증된 과학적 사실이라, 여기선 그 우격다짐의 허구성을 굳이 말하진 않겠습니다.

 

지난달 열린 ‘서울 기후-에너지 회의 2025’에서 발제한 노비 크루니아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Universitas Gadjah Mada) 부교수는 “전 세계 인구의 상당 부분(6~23%)은 기후변화를 믿지 않거나, 일어나고 있는지 확신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지구온난화는 일어나고 있지 않다’,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심각하지 않다’, ‘기후 해결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기후 운동과 기후 과학은 신뢰할 수 없다’는 기후변화 관련 5가지 허위정보 예시를 제시했습니다.

 

다만 구분해야 할 리터러시 하나. 허위정보와 잘못된 정보는 다릅니다. 둘 다 빠르고 멀리 퍼지는 경향이 있지만, 주요 차이는 ‘의도’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신이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허위정보는 생성되고 공유됩니다. 잘못된 정보는 그런 의도가 없습니다. 제빈 웨스트 워싱턴 대학 정보공개센터(Center for an Informed Public) 교수는 “이들을 서로 다른 두 짐승으로 대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다시 리터러시입니다. 빤하지만, 허위·조작정보 등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과거, 리터러시는 힘을 과시하는 용도였습니다. 중세나 근대에는 그래서 권력의 징표였죠. 리터러시는 중세에 ‘라틴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 근대 이후에는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서열화의 도구, 즉 지배와 피지배를 가르는 분열적 장치였죠. 물론 지금도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한 리터러시 악용 사례는 비일비재합니다. 인터넷 댓글만 봐도 “난독증이냐?” “문해력 떨어져서 밥맛” 등 남을 비하하는 데 리터러시를 끌어들이는 경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리터러시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실 리터러시는 단순한 독해력을 뜻하지 않습니다. 글자의 사전적 의미만 읽는다고 문맥을 이해할 순 없습니다. 가령 그림을 그릴 줄 안다고 모든 풍경을 이해하진 않죠. 리터러시가 ‘고급’ 능력인 건, 글 등을 통해 다양한 맥락뿐 아니라 타인과 사회, 세상을 읽고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간의 숨은 숨결까지 읽는 일이기에 리터러시는 기술이기보다 감각입니다. 그 감각은 맥락(관계) 속에서 더 활발하게 깨어납니다. 타인뿐 아니라 사회, 세상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에 리터러시는 글(말)과 생각 사이뿐 아니라 공동체와 세상에 대한 다리를 놓고 이해하는 힘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잘 다룬, 사회학자 엄기호와 응용언어학자 김성우의 대담집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는 리터러시 핵심 요소를 ‘상호성’으로 둡니다.

 

이 책은 리터러시가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관계를 맺으려고 힘쓰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네가 제대로 모르니 내가 알려주겠다”는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주입이 아닌 “내가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태도. 혹은 ‘안다, 모른다’의 이분법이 아닌 스펙트럼으로 다루는 것. 이처럼 이 책은 리터러시를 우열이나 경쟁 도구가 아닌 공동체의 역량이자, 공공의 인프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다 함께, 기후 리터러시>도 이런 방향성을 늘 염두에 두겠습니다. 사회, 과학, 경제, 다양한 이해관계 등과 종합적으로 엮인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노비 크루니아 부교수는 AI가 기후위기 대응에 양날의 검이지만, 긍정적 잠재력 극대화를 위해 “AI를 활용해 허위정보를 분별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디지털로 무장한 기후변화의 사회적 정의와 평등 프로그램 등 ‘포용적 그린 (디지털) 액션’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맞춰 기후 리터러시에 빠져선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모든 재난이 그렇듯 기후재난도 취약한 곳에 피해가 쏟아집니다. 위기가 심화 될수록 ‘부정의’와 ‘불평등’이 쉬이 노출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사회구조 변화에 ‘정의로운 전환’이 요구되듯, 기후 리터러시에도 정의와 평등은 필수 요소입니다. <다 함께, 기후 리터러시>가 배제·분리가 아닌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공동체의 도구가 되는데 작으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또 한 권의 책,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쓴 《읽는 인간》은 리터러시를 “세상을 읽기 위해서는 첫째로 글을 읽을 수 있어야 하지만 글을 읽는 일(수단)은 늘 세상을 읽는 일(목적)에 종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관점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기호를 다루고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기후 리터러시를 건네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아울러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일게요. 함께 질문하고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 함께, 기후 리터러시’이니까요!

 


 

김이준수(기후와공동체실)

장래희망은 ‘기후민주시민’이다. 인류가 세상을 직조하는 가장 큰 요소는 폭력과 이권이라고 여기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참을 수 없는 슬픔을 견디고, 잡을 수 없는 별이라도 힘껏 팔 뻗어 잡고 싶은 낭만도 함께 품고 있다. 매년 빠지지 않는 소원은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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