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기후변화씨네톡] 문명의 끝에서

[10월 기후변화씨네톡] '문명의 끝에서'


글 : 김은영 (푸른아시아 전략홍보실 활동가)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걸까요? 수도권에서만 매일 수만 톤의 쓰레기가 나오지만, 이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대부분 잘 알지 못합니다. 일부 쓰레기는 선별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지만, 대부분의 쓰레기는 소각되거나 매립지에 묻힙니다. 미처 매립지에도 가지 못한 쓰레기는 인적이 드문 곳에 무단 방출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는 우리의 땅과 바다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수도권 매립지로 가는 쓰레기 중 절반은 건설폐기물입니다. 건설폐기물이 이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개발 사업을 위해 건물을 부수기 때문입니다. 폐기물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철근 등을 골라내거나 쓰레기 매립지로 가는 과정에서 먼지, 소음 등이 많이 발생되어 매립지 인근의 인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1부 ‘서쪽 끝 쓰레기 도시’와 2부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문명의 끝에서>는 도시 환경 문제부터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해양 쓰레기 그리고 쓰레기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까지 다양한 문제를 조망합니다. 화려하고 풍족한 도시 이면에 숨겨져있는 현대 문명의 난제인 쓰레기, 우리 문명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참가자 소감 및 감독과의 대화_

참가자1: 영화 잘 감상했습니다. 쓰레기 배출의 첫 번째 원칙을 마음에 품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것.” 영화에서 소각이 안되는 것이 매립된다고 나오는데, 사실 저희가 배출을 할 때 소각용과 매립용을 분리하진 않잖아요.

감독님: 쓰레기 버리실 때 종량제 봉투에 담잖아요? 그게 원래는 소각을 해야하는데 소각을 다 할 수 없어서 직매립하는 상황입니다.

 

참가자1: 그러면 소각용(쓰레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소각장이 부족해서 매립을 하고 있다는 것이네요?

감독님: 맞습니다. 이게 장소가 포화되기 때문에 부피가 큰 쓰레기를 태우면 재만 남잖아요, 그래서 2026년부터는 그 재만 묻게끔 합의가 되어있어요. 현재 서울시도 그 소각장 문제 때문에 난리가 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년 반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내년 안에 지자체에서 소각장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현재 4개 권역밖에 없고요, 마포구의 경우 이미 (쓰레기를) 받고있는데 여기서 더 받으라고 하니까 거기에 대해서 분노하는 상황입니다. 이것을 태우지 않고 직매립을 하면 더 이상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소각하라는 것이거든요. 현재는 이렇게 진행이 되고 있고 수도권 매립지는 2026년까지고, 전국은 2030년까지입니다. 전국 단위는 시간이 좀 있지만 빨리 진행되는 지역도 있습니다. 순천같은 경우에는 순천만국가정원 옆에 짓기로 되어있었어요. 그랬더니 이제 순천 시민들이 다 난리가 났지요. 게다가 신도시가 들어서는데, 시장님은 발생지 처리 원칙으 지키기 위해 도시에서 처리를 해야하는데에 동의를 하는데 주민들은, 특히 그 신도시에 입주하실 분들은 이게 맘에 안드시는 상황입니다.

 

참가자1: 그러면 쓰레기 소각로를 더 확보한다고 해도, 사실 확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잖아요?

감독님: 그렇긴 하죠. 어떻게 보면 대용량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최후의 방법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참가자1: 쓰레기를 태우는 장면을 보니까 엄청난 화력이 필요하던데, 결국 매립은 답이 될 수 없으니까요. 그러면 쓰레기를 소각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할 문제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소각 자체도 적어야지 좋을 것 같거든요.

감독님: 맞습니다. 현재 소각장은 일단 오염 물질들을 최대한 포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탄소 포집 기술도 활용을 해서 발생률을 억제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제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이 방식이 최후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고있고,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괜찮은 사례 중 하나는 덴마크 코펜하겐인데요. 코펜하겐은 대부분 평지입니다. 그런데 그 곳에 거대한 스키 슬로프가 생겼습니다. 아마 뉴스에서 보셨을 것 같은데 그곳이 소각장인 것입니다. 소각장은 혐오시설인데 그 혐오시설을 스포츠와 결합해서 스키장을 보기 힘든 코펜하겐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고, 오염물질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것이 제가 생각했을 때는 모범 사례일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배출 위험도가 0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 문제되고 있는 것은 이게 혐오시설이다보니 지하로 묻었습니다. 지하로 가니까 당장 지저분하거나 냄새나고 이런 것들은 느껴지지 않겠죠. 그런데 문제는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건강이 상당히 악화되었고, 폭발사고 문제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 생각엔 그 곳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강하니까 지하로 점점 많이 갈 것 같아요. 겉으로는 깔끔하지만 노동권 문제 등이 우려스럽습니다.

영화에 나온 소각장은 공공에서 관리하고 있는 곳이라서 잘 관리가 되고 있는 편입니다. 공공 소각장은 전기 생산도 가능하고, 열병합 발전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난방도 공급하고 있어서 자원 순환, 회수한다라는 개념으로도 보는데 여기서 다 소각을 못하면 사설 소각장으로도 가게 됩니다. 사설 소각장은 전기 발전 등을 전혀 할 수 없고 오염물질도 더 많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그나마 공공 소각장으로 가는 것이 훨씬 나은 상황이지만 수요가 감당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공공시설이라도 확충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가자2: 탄소 포집률은 어떻게 되나요?

감독님: 이건 제가 과학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이것이 기후위기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기후위기 시대에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탄소를 포집하여 탄소중립으로 가보자 하는 기술도 과학자들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제가 아직 거기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이 맞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눈에 띌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술들은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최후의 방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답변이 될지 모르겠어서 죄송합니다.

 

참가자3: 안녕하세요. 아까 코펜하겐 사례를 말씀해주셨는데 그 소각시설도 환경운동가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왜냐하면 소각을 시키는 재료 자체가 석유에서 추출한 화석연료라고 해요. 그래서 환경운동가들은 소각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회사를 공략해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소재를 사용해서 만들어야 그것이 진짜 자연을 보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인천에도 계시는지 궁금했고요, 또 하나는 제가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봤는데 인천에서 도시 재생화 작업이라고 해서 재개발이 아닌, 있는 건물이라던가 주택을 그대로 두고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는 형태로 리모델링을 하는 사업들을 진행한다라는 것을 인천하고 또 어딘가에서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시행이 잘 되고 있는지, 그런 사업들이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감독님: 저도 그 소각장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발생지 처리 원칙은 엄밀히 말하면 생산자 처리 원칙까지 이어집니다. 그래서 생산자들이 과잉 생산을 하지 못하게끔 규제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데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런 것들을 규제한다거나, 소각장 문제라거나, 이런 것들은 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일례로 예전에 비닐봉지같은 것들을 막 썼다가 이제 규제가 생겼잖아요. 규제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는데 결국 이게 정치인들과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시민들의 영역도 크다보니, 그런 분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소각장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이 매립지가 종료됐을 때 이것을 이 사회가 감당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인천시장이 쓰레기 독립선언을 한 것은 어떻게 보면 쓰레기 역사에서 기념비적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도 쓰레기 합의를 했지만 어느 지자체에서도 이것을 지키지 못했어요. 인간 사회는 결국엔 관성으로 움직이게 되니까 저는 2026년부터 추가 매립지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립지 근처에는 철새들이 와요. 그래서 저는 매립지를 추가로 늘리는 것은 최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바다에 쓰레기를 매립시켰어요. 하지만 국제 해양투기 금지 협약 이후에는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회수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간석지에 매립을 해요. 이건 해양투기와 근본이 다르지 않거든요. 이런 것도 지양을 했으면 좋겠고, 우선은 소각장이나 매립장을 늘리는 것보다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과 재활용율을 높이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이건 자원의 문제와 연결되어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올림픽이 열린 파리는 150년 전 지저분했던 파리 시내를 다 밀어버리고 새로운 도시로 재개발을 했습니다. 건물이 철거되고 쫓겨난 사람들도 있었고,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잘 설계를 하고 좋은 자재를 사용하면서 결국 그 도시가 150년, 200년 갈 수 있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20년, 30년마다 재개발, 재건축 하자고 난리가 나고 있습니다. 안전 진단 검사를 하면 최하등급이 나올 때 싫어해야하는데 주민들은 전부 좋아하시거든요. 이제 재개발 할 수 있다고 박수치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마을 재생은 매우 좋은 일이고, 저도 그렇게 하길 바라는데 이것은 자본의 힘 앞에서 아주 무력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회가 30년마다 도시를 부시고 버리는 것은 그만큼 압축된 성장률이 높았다는 것을 반면으로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 인간이 생산할 수 있는 가장 큰 물건은 결국 부동산 건물이잖아요. 이것을 쉽게 부시고 버렸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빠르게 성장했던 시대의 단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도시 재생이 필요하고, 반드시 했으면 좋겠는데 그 큰 자본의 압력에 맞서 우리가 수 있을까, 그러면 결국 오래된 동네가 낡은 것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래된 곳은 낡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와 애착이 담긴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여기 영화에 나온 도시들은 현재 다 철거가 되어버렸거든요.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골목도 너무 예뻤고, 벽화도 그려져 있어서 마을 재생을 한 흔적을 볼 수 있는데, 결국 다 철거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책적으로 구청장이라던지, 시장이 보여주기식으로 한 몇 마을만 살아남고 재개발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나머지 마을들은 살아남지 못하는 것 같아요.

 

참가자4: 감독님께서 한 인터뷰를 보니까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결정적인 장면,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표현을 하셨더라고요. 결정적인 순간을 표착하는 것이 다큐의 힘인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서 결정적인 순간으로 감독님께서 좋아하시는 장면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 재활용 선별장에 큰 트럭이 하나 지나가는 장면이 있잖아요. 거기에 액정에 날짜까지 써 있더라고요, 2020년 10월 10일. 지금이 10월이니까 딱 4년 전이었는데 그날이 저에게는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소각장을 이거 찍기 전에 먼저 갔었어요. 그때 갔을 때는 거대하고 규모가 엄청나다, 압도적이다 이런 생각만 들었는데 여기(선별장)에 가니까 마음이 너무 아픈거예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치우고 계셨고 지게차 운전하는 분도 외국인 노동자였고, 모두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만 있는거예요.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내가 왜 소각장에서는 그런 느낌이 안들었을까 봤더니 소각장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쓰레기를 직접 만지지 않으세요. 기계의 오퍼레이팅 스위치만 조작하고 로봇 팔이 쓰레기를 만지지 사람이 직접 손대는 일은 없는데 여기(선별장)는 어르신들이 쓰레기를 직접 손으로 다 선별할 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처음에는 교육용 영상을 의뢰 받고 들어간거였거든요. 코로나 시기였고, 한창 폐플라스틱이 쏟아졌을 시기여서 분리수거하는 교육용 영상 좀 만들어주세요 해서 갔는데 이게 교육 영상으로는 끝날 게 아니다 해서 그때부터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수도권문제나 수도권 매립지 문제를 그때 알았고요. 건설폐기물 문제는 저도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과정이 제가 쓰레기 공부를 했던 여정이라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재개발 문제는 원래 활동하고 있었던 영역이랑 겹쳐서 마지막에 그런 귀한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참가자4: 지금 말씀하시니까 궁금해지는게 건설 폐기물은 소각해도 소용이 없는거잖아요? 그런데 절반 이상이 건설 폐기물인데 이것은 그냥 매립되고 우리가 배출한 생활 쓰레기는 소각되는거고요.

감독님: 네 소용이 없어요. 건설 폐기물은 그냥 묻는 거예요.

수도권 매립지 홍보관에 그곳에 써있는데요, 올 6월에 다시 가서 보니까 건설 폐기물 비율이 줄었다고 하더라고요. 철근도 뽑아내고 순환골재도 하면서 줄었다고 합니다. 하늘공원 가보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여기가(매립지) 층층 올려야하잖아요. 건설 폐기물은 3층 정도인데 생활 폐기물은 5층까지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역전이 된 상황인데 이것도 이야기를 달리할 수 있는 것이 소각장이 많아져서 재만 가지고 매립하면 다시 건설폐기물이 역전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자료를 조사하다가 의외였던 걸 봤는데 환경부 자료에는 건설폐기물 재활용 비율이 99%가 나오더라고요. 허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정부, 뉴스까지 종합했을 때 매립되는 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그것들이 매립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도시와 마을을 버리고 부시고 있는지 짐작이 될 수 있는 거죠. 만약 재활용이 불가했다면 20배, 30배 넓은 매립지가 필요했을 수도 있어요.

 

참가자5: 어쩔 수 없이 편집이 되어 영화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관객들과 공유를 하고 싶은 장면이 있었나요?

감독님: 쓰레기 사회학처럼 저를 이끌어주신 분이 영화 처음에 나온 소준철 작가님과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님이셨습니다. 이전에는 분리수거의 수준에 있었다가 두 분을 만나면서 사회과학적으로 이야기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넝마주이에 대해서도 알고는 있었는데요, 소준철 작가가 재미있는 말을 했던 것 중 하나가 419 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을 누가 먼저 했는지 알고 있냐고 묻더라고요.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학생들이라고 대답했는데, 거지들과 넝마주이들이 먼저 시작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518 관련 다큐멘터리에서도 김군이라는 넝마주이가 나오고, 2년 전 518 생존자 시민군 분들이랑 인터뷰를 했을 때도 여쭤보니 거의 모두 동의하시더라고요. 이분들이 부랑자 집단으로 취급을 받고있었지만 의외였던거죠. 왜 이분들은 역사에 기록이 되지 않았을까, 학생들만 기록됐을까 생각하니 씁쓸했습니다. 거지, 넝마주이 등 부랑자들은 그 당시 사회상으로는 죽어도 되는 존재였으니까, 김동균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비둘기처럼 관심도 없는 존재들이었고 학생들은 미래를 이끌 꿈나무, 인재였기 때문에 그들의 희생으로 사회는 충격을 받게 되는, 어떻게 보면 생명의 무게가 같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의 죽음도 안타깝지만 거지들과 넝마주이들의 죽음과 희생이 이 사회에 가려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부분도 처음 뉴스타파에서 시사했을 때 PD님들이 흥미를 가졌었는데, 이 내용이 너무 매력적이라 그쪽으로만 집중될 것 같다 해서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동아매립지에서 노동을 착취당한 분들도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되었는데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질 것 같아 쓰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중에 책에 담길 것 같습니다.

 

참가자6: 감독님이 2011년 이후로 작업하신 영화들을 보면 공통적인 키워드가 환경 그리고 인천으로 드러나는 것 같은데요, 감독님께서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인천지역에 대한 관심과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 제가 25살 쯤 연극 스태프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극단이 여러 지역을 돌다가 인천에서 공연을 했는데 한 스태프가 인천에 가볼만한 곳이 어디냐, 먹을만한 곳이 있냐라고 물어보는데, 당시에 저는 여기 별 볼일 없고 맛있는 것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인천에 산지 5년밖에 안된 후배가 그걸 듣더니 연안부두 가면 어디가 맛있고, 월미도 가면 어디가 재미있고 다 설명을 하는데 옆에서 너무 창피하더라고요. 너무 창피해서 그날의 부끄러움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부끄러움이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잖아요. 나는 왜 내 고향의 존재를 잊으려고 했을까, 왜 고향을 부끄러워했을까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면서 지역사 공부를 했습니다. 서울은 잘 모르겠지만 경기도나 인천 청년들의 부모님 세대중에 이주한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들의 입장에서는 내 고향은 이곳이 아니라 원래 살던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이곳이 고향인거예요. 내가 살고있는 지역은 고향이 아니니까, 부모에게 자연스럽게 물려받은게 지역에 대한 무관심이더라고요. 지역 비하도 심할 수 밖에 없는게 계속해서 서울 중심주의로 가고있고, 따뜻한 고향은 이곳이 아니라 저 멀리 내 진짜 고향이라고 생각하니까 현실을 부정하는 삶을 살고 계신거였어요. 그래서 내가 두 다리로 걷고 있는 이곳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하다보니 여기가 환경 파괴의 최전선이더라고요. 4대강 이전에 경인 운하를 뚫어버렸고, 새만금 매립 전에 송도 신도시를 세워버렸어요. 그런데 파괴를 해도 반박이 없는거예요. 제가 타지역에 있었다면 그 지역에서 했겠지만 인천에 있으니까 환경운동을 하면서 컨텐츠를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참가자7: 쓰레기 문제가 개개인의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변해야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들은 변하지 않는데 나만 하고 있나 싶어 무기력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까요?

감독님: 기후위기 운동하시는 분들이 우울증을 많이 앓고 계시더라고요. 우리가 한다고 해서 될까,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희망의 신호를 찾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희망의 근거를 찾아보면, 예를 들어, 90년대에는 오존층이 파괴된다는 뉴스를 많이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뉴스가 안들리죠.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해서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 등을 생산하지 못하게 규제하고, 오존층 복구시켰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인류의 조별과제인 것 같습니다. 조별과제는 늘 힘들지만, 파리협약도 큰 틀의 방향을 바꿨잖아요. 중국도 가장 많이 탄소를 배출한 국가였는데 2023년에 맥시멈을 찍고 탄소배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희망의 시그널로 보고 힘을 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가자8: 우리는 쓰레기를 줄여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쓰레기를 만드는 존재잖아요. 넝마주이 이야기를 듣고 노숙인이나 부랑자분들은 쓰레기를 가장 적게 만드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419나 518 같은 경우엔 그분들이 거리에 있다보니 폭력의 현장에서 목격자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집을 가지고 있고, 또 평수가 크면 클수록 그만큼 집안에 쓰레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소비자들도 각성을 하면 좋겠습니다. 자본과 거대 기업의 경영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을 만들잖아요. 실제로 소비하는 우리들이 환경에 민감한 기업을 선택하고 쓰레기를 적게 만든다면 무언가 바뀌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참가자9: 제가 학교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칠 수도 있어서 그것과 관련하여 좋은 영화가 될 것 같아 보러왔는데요, 쓰레기를 분류하고 소각하는 실제 모습을 아이들이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은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새롭게 느껴졌던 것은 옛날 집들을 쉽게 부셔버리고 아파트를 지을 때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거든요. 제가 사는 동네도 모두 철거가 되고 새 아파트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떠난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비둘기가 어디서 죽는지를 못 보는 것처럼 떠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라는 이야기가 새로웠습니다. 이제 도시는 너무 개인화되어있어서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지역단위에서 관심갖고 시민운동 차원으로 살릴 곳은 계속 살려나갈 수 있게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잘 살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씨네톡 상영회에 참가해주시고 피드백(의견, 소감, 제안)을 보내주신 회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기후변화씨네톡 워킹그룹은 항상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메일(greenasia@greenasia.kr)을 활용해 주세요^^

회원님들과의 소통을 통해 늘 영감 있는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1월 21일(목요일)에도 여러분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기후변화씨네톡’은 기후변화 문제를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월 세 번째 목요일에 기후변화&환경 관련 영화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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