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몽골 사막화방지 숲 조성 활동에 대한 단상_고재광 (푸른아시아 사무처장)

2024년 6월 21일 몽골 투브 아이막(道)과 울란바타르 일대에 추적추적 내리던 가랑비가 갑자기 폭설로 바뀌어 교통이 마비되고 노지에 재배하고 있는 작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일어났다. 몽골 사막화방지 숲 조성 활동을 25년 째 수행하고 있는 푸른아시아에게도 이번 6월 폭설은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한참 나무를 심을 시기인 5월 둘째 주에 눈이 내려 곤란함을 겪던 일은 꽤 손꼽을 만큼 있었지만 말이다.

 

이처럼 기후위기를 증거하는 사건과 경험들은 지구적으로 차고 넘쳐 거의 매일 매일 겪는 일들로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한 기후위기 체감이랄까 아니면 고통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여전히 ‘한국’은 그것을 부차적인 사건들로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하 25도(겨울)에서 영상 35도(여름)에 오랫동안 적응해 온 한국의 시민들은 60도의 기온 차를 감당해 낼 경험과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다고나 할까? 물론 한국에서도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재난과 폭염·혹한 등에 소위 취약계층의 기후위기 ‘적응’에 중점을 둔 정책과 실천들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다시 몽골로 시선을 돌리면, 푸른아시아가 몽골에 사막화 피해지역에 나무를 심는 활동을 시작하던 2000년 즈음에는 몽골이라는 국가 자체와 사막화, 나무심기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언어와 활동 자체가 한국의 시민들에게는 생경하기만 했고, 사정은 현장의 몽골 주민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숲 전문가분들과 사막화에 익숙한 연구자 일부를 제외한다면 아마도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2000~2010년대 중반까지는 몽골에서 사막화방지 나무심기의 성공 여부는 1차적으로 얼마나 많은 나무를 척박한 토양에서 살려내느냐에 달려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식재 첫해의 활착률과 3년 또는 5년 이후의 생존율이 조금 과장하면 거의 유일한 지표처럼 생각되었던 적이 있다. 일단 전기공사, 관정굴착, 울타리 설치, 관수자재 세팅 등 척박한 몽골에서 나무를 심기위해서는 사전에 물리적으로 준비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수목 식재 인프라를 갖추고 나면 사막화 피해지역 커뮤니티와의 관계 형성과 밀착이 중요하다. 결국 나무를 살리는 일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자연의 이치때문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심기 활동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일을 15년 가까이 해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무언가를 문득 깨닫는 계기가 무척 많았다. 그 중 하나는 경남 창원에서 개최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10번째 당사국 총회(COP10)를 준비하면서다. UNCCD의 ‘10년 전략보고서’에서는 명백히 사막화 방지 활동의 전략적 목표와 기대 영향을 ‘사막화 피해지역 커뮤니티에서의 주민들의 삶의 질 증진’ 과 ‘사막화에 의해 영향받은 자연환경의 개선’이라 천명하고 있었다. 척박한 땅에서 나무를 살리는 일도 힘들어 죽겠고, 현장은 무슨 일이 터지라고 애초부터 설계된 곳처럼 황당한 일도 많이 일어나는 곳인데 이건 또 무슨 거창한 목표에 듣기 좋은 말인가? 결국은 피해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증진이 숲 조성의 다양한 혜택 중 가장 우선적이라는 말로 다가왔으며, 푸른아시아가 하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와 나무, 숲이 만나야 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그에 적합한 다양한 실천으로 확장되게 된다.

 

이후 UNCCD 문서를 탐독하는 것에 재미를 좀 들였던 것 같은데, 사막화 지역에서 복원된 토양과 숲이 주는 다양한 혜택에는 지금이야 상식으로 자리잡혔다고도 볼 수 있는 ‘토양탄소격리’(soil sequestration, 쉽게 ‘토양에 의한 탄소 흡수’)는 물론 생물다양성 증진, 수자원 보호, 기후위기 대응 교육 및 인식제고, 생태 서비스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푸른아시아가 눈만 뜨면 매진했던 활동이 서서히 나름 각잡힌 인식틀 속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었다.

 

2014년에는 UNCCD가 수여하는 ‘생명의 토지상’을 푸른아시아가 해온 몽골 사막화방지 활동 성과로 수상하게 되는데, 그 때 선정 이유도 어마어마한 토지에 어마어마한 나무를 많이 심었다가 아니었다. ① 현지 주민들에게 사막화방지 숲 조성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게 했으며, ② 푸른아시아의 활동 모델은 유사 지역에 공유 및 적용이 쉽게 설계되어 있고, 나아가 ③개도국과의 국제협력을 모범적으로 실행하는 모델이라는 이유로 수상하게 된 것이다. 사막화 현장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에게는 물론 지원처와 현지 주민들에게도 큰 격려와 동기부여가 되는 ‘사건’이었다.

 

2015년 역사적인 파리협정 이후 UNCCD보다는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기후위기 대응과 새롭게 공표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가 강조되기 시작했고, 너무나 많은 정보들과 실천과제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AR6(제6차 평가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소위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의 핵심 구성요소로 ‘숲 조성 및 복원’이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의 최대 기후위기 피해지역인 몽골에서의 사막화방지 활동이 더욱 중요한 실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나무심기와 숲 조성 활동 자체만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거대한 지구적 과제를 해결해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접근과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며, 나무의 생장이 그러하듯 장기적 관점과 피해지역 커뮤니티의 참여(주민들의 경험과 지식 활용)가 필수적인 실천과제로 수행되어야 한다.

 

단상을 마무리하면서 사족처럼 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나무심기, 숲 조성 다 좋다. 지구와 인류에게 좋은 이러한 사업과 활동은 계속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 속에 나무심기와 숲 조성을 온실가스 감축의 수단으로 단순하게 전락시키거나, 소위 ‘탄소 거래 시장’에서 나무와 숲을 볼모로 자신들(기업, 정부, 시민사회)이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할 탄소 감축 노력을 허황되고 과장된 사업기획으로 ‘상쇄’해 보려는 성급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다. 관련 신흥 전문가들이나 주체, 조직들은 또 왜 이리 많단 말인가? 나무라도 한 그루 심어나 봤는지 모를 일이다. 좋게 이야기하면 새로운 사업개발이지만 나쁘게 한걸음 이야기하면 현 단계의 제도적 불비와 불확실성이라는 조건하에서는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IPCC의 강조처럼 통합적 접근과 지역사회의 참여, 주민들의 인권보호와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목표가 우리처럼 황폐화된 땅 살리기를 위해 나무를 심는 개인과 조직의 실천적 준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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