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민정희 국제시민종교네트워크 사무총장 좌담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과 민정희 국제시민종교네트워크 사무총장이 지난 여름 폭염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를 했다. 지난 8월28일 뉴스토마토에 게재된 기사를 정리, 푸른아시아 뉴스레터 회원님들과 공유한다.
한국의 연간 폭염 일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0년대 8.2일에 불과했던 연간 폭염 일수는 2010년대엔 13.5일로, 지난해엔 16.7일로 증가했다. 올해 7월의 전국 평균 폭염 일수 또한 6.4일을 기록해 3.9일인 평년 폭염 일수를 크게 웃돌았다. 한반도를 덮친 폭염의 원인으로 몽골 사막화로 인한 ‘열적 고기압’과 지구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다. 열적 고기압 현상은 2003년 35,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유럽지역 폭염의 원인이기도 했다.
폭염은 사회 각 분야와 인간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냉방시설을 마련할 수 없는 경제적 취약계층에겐 생명의 위협으로까지 이어진다. 한국의 폭염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시민 공동체 주도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한반도를 덮친 폭염에 대해 지난 8월 22일 국제 NGO (사)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눴다. 아시아 기후변화 대응 플랫폼인 국제시민종교네트워크(Inter-religious Climate and Ecology Network: ICE)의 민정희 사무총장이 대담을 진행했다.

#최근의 폭염 원인은 지구온난화
민정희: 최근 심각해진 한반도 더위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오기출: 과거 한반도의 여름은 북태평양고기압으로 인해 고온다습한 성격을 보였지만 최근엔 가뭄과 폭염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몽골과 중북부 유라시아 지역의 사막화와 관련 있다. 통상적으로 5월의 몽골 기온은 영상 15℃를 넘지 않지만 올해는 35℃까지 상승했다. 이는 사막화로 인한 ‘열적 고기압(Heat Dome)’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막화가 진행되면 열이 돔 형태로 부풀어 오르는 열적 고기압이 발생하는데, 이 열이 북서풍을 타고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 태평양 고기압 장벽이 한반도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현재의 폭염이 발생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발생한 적 없는 유럽형 폭염이다.
민: 향후에도 열적 고기압으로 인한 국내 폭염이 계속 되리라고 보나?
오: 그렇다. 폭염의 주원인인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초기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가 사막이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사막과 사막화의 면적이 78%까지 확대됐다. 사막화의 속도가 빠른 편이며, 이 현상이 지속되는 한 몽골에선 계속 열적 고기압이 발생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 폭염으로부터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이들은 경제적 취약계층 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빈곤층인 쪽방촌 사람들, 독거노인들이 선풍기 한 대로 폭염을 버티고 있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폭염에선 선풍기도 무용지물이다. 정부가 이와 같은 에너지빈곤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떤 지원을 해야 할까?
오: 노인과 빈곤층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이유는 이들이 비용 문제로 인해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에너지빈곤층의 전기요금을 인하하고 냉방기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생명이 달린 문제라면 당연한 것 아닐까. 지금까지 석탄화력발전소로 혜택을 본 대기업들의 전기료를 인상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지역 차원에선 냉방 시설이 마련된 ‘무더위 쉼터’ 같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광주 국제기후환경센터에서 ‘폭염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이처럼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집중되는 지역을 파악해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 또한 폭염에 대한 정부 대응이 지금보다 신속해져야 한다. 올해 중앙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무더위 천막’ 제작을 위한 특별교부금을 전달했는데, 집행 절차 때문에 더위가 누그러진 이후에 천막이 설치됐다. 행정절차 때문에 폭염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도시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광역시는 1996년부터 2006년 동안 1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여름 낮 최고기온을 1.2도 낮추는 성과를 냈다. 나무심기를 폭염대책으로 눈여겨볼 만하다고 여기는 이유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 사막화로 인한 폭염 복합작용
민: 올해 의료분야의 국제적인 학술지 ‘랜싯(Lancet)’에서 1981년~2010년 유럽에서 발생한 기후재난 사례를 비교분석해, 폭염으로 인해 2071년~2100년 유럽에서 매년 15만 여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얼마 전엔 폭염으로 인한 농업생산성 감소에 따라 인도의 농민 약 6만 명이 매년 자살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폭염은 건강 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계와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밖에도 폭염이 어떤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오: 건강과 농업 생산성 문제 이외에는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산불이 문제된다. 올해 7월 20일 전후로 울란바토르 인근 24개 지역에서 폭염으로 인한 산불이 동시 발생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는 0.89도 상승했는데, 몽골은 최근 60년 간 평균 기온이 2.45도 상승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기후변화가 한참이나 진행됐음을 의미하며, 2도 이상의 기온 상승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구 전체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세계적인 식량문제에도 직면하게 된다. 지난 2014년 세계은행은 “현재 인류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0년 또는 30년 안에 2도가 상승하게 되며, 이로 인해 지구촌의 식량 생산은 30% 감소할 것”이라는 공식 발표를 냈다.
민: 단순히 폭염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 또 사막화로 인한 폭염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통제할 수 없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또 현재 국내 식량 자급률은 23%라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의 식량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기후변화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지난해 파리협약 발효 후 한국은 오히려 석탄 화력발전소를 증설해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문제점과 과제로 무엇이 있을까.
오: 세계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업계는 2020년에 태양광·풍력에너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석탄 에너지 발전 단가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시기가 되면 석탄에너지에 탄소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고탄소 사회에서 저탄소 사회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 이에 대한 준비가 전무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세먼지 대책으로 ‘공정률 10% 미만 화력발전소 건설 원점 재검토’를 내걸었고, 대안으로 LNG 발전 확대를 내걸었다. 하지만 LNG가 미세먼지 감축에 효과가 있을지언정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선 석탄화력발전소와 오십보백보다.
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전환비용’은 지금까지 석탄화력발전소로 막대한 이익을 본 산업계 대자본이 분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업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처럼 정부와 산업계가 저탄소 사회에 안일하게 대비하다간 한국은 폭염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로 인한 가장 큰 피해국가가 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무역이 연계되는 상황 대비해야
민: 한국이 가장 큰 피해국가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인가?
오: 최근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건조 일감을 중국 업체에 뺏기고 충격에 빠졌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선박에 적용될 친환경 ‘이중 연료’ 시스템을 구현할 능력이 있는지가 수주 여부를 판가름 했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첨단기술이 돈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선진국들은 자국 내 온실가스 총량을 줄이기 위해 수입 상품의 생산·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무역이 연계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미온적 태도는 국내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그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 즉 일반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게 될 것이다.

민: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온실가스가 미치는 영향까지 단번에 없앨 수는 없다. 이산화탄소는 100년 이상 대기에 남기 때문에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도 기존에 배출되던 영향으로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오: 국내와 세계의 현안을 나눠서 봐야 한다. 한국의 경우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생태계 붕괴와 사막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실 국내 생태계 붕괴는 현재 진행 중이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해발 1,000미터 이상 선선한 기후에서 자라는 구상나무가 사라지고 있다. 단기간의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생태계 붕괴 문제는 장기적 관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도로, 하수구, 댐과 같은 시설도 기후변화에 맞춰 개선되어야 한다. 2013년 추석 때 광화문 지역에 3시간 동안 비가 내려 그 일대가 물바다가 됐었다. 한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폭우에 대비할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봤을 땐 ‘기후 난민’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사하라 이남 지역 수단, 콩고, 소말리아 등 26개국이 사막화되며 공식·비공식적 통계로 2억 명 정도의 사람이 고향을 떠났으며, 1년에 100만여 명이 이동 중이다. 2008년 이후 새로운 난민 발생 지역은 아시아다. 2008년~2012년 사이 1억 4천여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70~80%가 아시아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및 아시아 선진국에 기후난민들을 지원하는 ‘이코노믹 존(Economic Zone)’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코노믹 존에서 기술 교육을 받은 후 본국으로 돌아가 복구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골자다.
#‘온실가스 저감’ 해결 주체, 대자본에서 공동체로 이동해야
민: 한국은 세계 제7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물론 기업의 영향이 절대적이겠지만, 소비자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오: 가정에 태양광 판넬을 설치하거나 전기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구매 능력’이 있는 사람에 한정된 해결책이다.
거시적 관점에선 문제 해결의 뿌리를 대자본에서 공동체로 이동해야 한다. 뿌리 이동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그중 하나는 시민들이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석관동 두산아파트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전등의 밝기를 줄이고 TV 밝기를 절전모드로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기사용량을 매년 200만kWh 씩 줄여나갔다. 석관동 두산아파트의 사례는 공동체가 힘을 합쳐 에너지 수요를 줄일 경우 일어나는 변화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개인이 이루기 힘든 일을 공동체 차원에선 쉽게 해낼 수 있다.
폭염경보가 발령된 날 서울의 거리(출처 SBS)
또 하나는 보다 적극적으로는 시민운동에 나서야 한다. 시민, 즉 에너지 소비자들은 에너지문제의 당사자로서 정부와 기업에게 여러 가지 요구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민 공동체가 한 목소리로 에너지 전환을 요구할 경우 정부는 이를 무시하기 힘들어진다. 기업에게 오염 방지를 요구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대중운동은 정부와 기업에게 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그들을 감시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이고 효과적이다.
민: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크게 저항하는 쪽은 산업계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면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 지점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성장 패러다임을 맹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와 같은 ‘경제성장 신화’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지 않을까. 영원한 경제성장은 불가능하지 않나.
오: 산업계가 경제성장을 근거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반대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자본의 접근 방식이 얼마나 상업적인지 보여준다. 대자본은 뭐든 돈이 될 때만 움직인다. 테슬라 모터스의 엘론 머스크는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 방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 제품을 쓰면 된다”고 대답했다. 모든 사람들이 엘론 머스크가 개발한 전기자동차와 태양광에너지 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를 구매해 사용하면 기후변화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이는 구매능력이 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며, 청정에너지 제품이라도 대량생산을 하려면 탄소배출이 불가피하다. 결국 엘론 머스크와 같은 대자본이 제시하는 해결책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즉 현재의 막대한 에너지소비와 탄소배출을 전제하고 있다. 소비 패턴만 바꾸는 자본주의 관점으로는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
반면 뿌리이동은 상업적 접근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후변화를 해결할 혁명적 변화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기술이 아닌 시민들의 새로운 행동양식이다. 지금 우리는 마약중독과 같은 ‘에너지 중독 사회’를 살고 있다. 에너지가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소비습관이 현재의 기후변화를 만들었다. 시민 공동체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 노력하는 한편, 소비자로서의 개인은 내가 구입하는 물건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감시하며 기업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는 사람들의 행동이 변하고 기술이 이를 수용할 때 해결될 수 있다.
정리 : 박예람 KSRN기자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민정희 국제시민종교네트워크 사무총장 좌담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과 민정희 국제시민종교네트워크 사무총장이 지난 여름 폭염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를 했다. 지난 8월28일 뉴스토마토에 게재된 기사를 정리, 푸른아시아 뉴스레터 회원님들과 공유한다.
한국의 연간 폭염 일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0년대 8.2일에 불과했던 연간 폭염 일수는 2010년대엔 13.5일로, 지난해엔 16.7일로 증가했다. 올해 7월의 전국 평균 폭염 일수 또한 6.4일을 기록해 3.9일인 평년 폭염 일수를 크게 웃돌았다. 한반도를 덮친 폭염의 원인으로 몽골 사막화로 인한 ‘열적 고기압’과 지구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다. 열적 고기압 현상은 2003년 35,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유럽지역 폭염의 원인이기도 했다.
폭염은 사회 각 분야와 인간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냉방시설을 마련할 수 없는 경제적 취약계층에겐 생명의 위협으로까지 이어진다. 한국의 폭염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시민 공동체 주도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한반도를 덮친 폭염에 대해 지난 8월 22일 국제 NGO (사)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눴다. 아시아 기후변화 대응 플랫폼인 국제시민종교네트워크(Inter-religious Climate and Ecology Network: ICE)의 민정희 사무총장이 대담을 진행했다.
#최근의 폭염 원인은 지구온난화
민정희: 최근 심각해진 한반도 더위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오기출: 과거 한반도의 여름은 북태평양고기압으로 인해 고온다습한 성격을 보였지만 최근엔 가뭄과 폭염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몽골과 중북부 유라시아 지역의 사막화와 관련 있다. 통상적으로 5월의 몽골 기온은 영상 15℃를 넘지 않지만 올해는 35℃까지 상승했다. 이는 사막화로 인한 ‘열적 고기압(Heat Dome)’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막화가 진행되면 열이 돔 형태로 부풀어 오르는 열적 고기압이 발생하는데, 이 열이 북서풍을 타고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 태평양 고기압 장벽이 한반도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현재의 폭염이 발생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발생한 적 없는 유럽형 폭염이다.
민: 향후에도 열적 고기압으로 인한 국내 폭염이 계속 되리라고 보나?
오: 그렇다. 폭염의 주원인인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초기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가 사막이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사막과 사막화의 면적이 78%까지 확대됐다. 사막화의 속도가 빠른 편이며, 이 현상이 지속되는 한 몽골에선 계속 열적 고기압이 발생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 폭염으로부터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이들은 경제적 취약계층 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빈곤층인 쪽방촌 사람들, 독거노인들이 선풍기 한 대로 폭염을 버티고 있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폭염에선 선풍기도 무용지물이다. 정부가 이와 같은 에너지빈곤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떤 지원을 해야 할까?
오: 노인과 빈곤층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이유는 이들이 비용 문제로 인해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에너지빈곤층의 전기요금을 인하하고 냉방기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생명이 달린 문제라면 당연한 것 아닐까. 지금까지 석탄화력발전소로 혜택을 본 대기업들의 전기료를 인상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지역 차원에선 냉방 시설이 마련된 ‘무더위 쉼터’ 같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광주 국제기후환경센터에서 ‘폭염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이처럼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집중되는 지역을 파악해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 또한 폭염에 대한 정부 대응이 지금보다 신속해져야 한다. 올해 중앙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무더위 천막’ 제작을 위한 특별교부금을 전달했는데, 집행 절차 때문에 더위가 누그러진 이후에 천막이 설치됐다. 행정절차 때문에 폭염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도시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광역시는 1996년부터 2006년 동안 1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여름 낮 최고기온을 1.2도 낮추는 성과를 냈다. 나무심기를 폭염대책으로 눈여겨볼 만하다고 여기는 이유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 사막화로 인한 폭염 복합작용
민: 올해 의료분야의 국제적인 학술지 ‘랜싯(Lancet)’에서 1981년~2010년 유럽에서 발생한 기후재난 사례를 비교분석해, 폭염으로 인해 2071년~2100년 유럽에서 매년 15만 여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얼마 전엔 폭염으로 인한 농업생산성 감소에 따라 인도의 농민 약 6만 명이 매년 자살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폭염은 건강 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계와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밖에도 폭염이 어떤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오: 건강과 농업 생산성 문제 이외에는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산불이 문제된다. 올해 7월 20일 전후로 울란바토르 인근 24개 지역에서 폭염으로 인한 산불이 동시 발생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는 0.89도 상승했는데, 몽골은 최근 60년 간 평균 기온이 2.45도 상승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기후변화가 한참이나 진행됐음을 의미하며, 2도 이상의 기온 상승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구 전체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세계적인 식량문제에도 직면하게 된다. 지난 2014년 세계은행은 “현재 인류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0년 또는 30년 안에 2도가 상승하게 되며, 이로 인해 지구촌의 식량 생산은 30% 감소할 것”이라는 공식 발표를 냈다.
민: 단순히 폭염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 또 사막화로 인한 폭염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통제할 수 없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또 현재 국내 식량 자급률은 23%라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의 식량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기후변화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지난해 파리협약 발효 후 한국은 오히려 석탄 화력발전소를 증설해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문제점과 과제로 무엇이 있을까.
오: 세계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업계는 2020년에 태양광·풍력에너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석탄 에너지 발전 단가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시기가 되면 석탄에너지에 탄소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고탄소 사회에서 저탄소 사회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 이에 대한 준비가 전무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세먼지 대책으로 ‘공정률 10% 미만 화력발전소 건설 원점 재검토’를 내걸었고, 대안으로 LNG 발전 확대를 내걸었다. 하지만 LNG가 미세먼지 감축에 효과가 있을지언정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선 석탄화력발전소와 오십보백보다.
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전환비용’은 지금까지 석탄화력발전소로 막대한 이익을 본 산업계 대자본이 분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업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처럼 정부와 산업계가 저탄소 사회에 안일하게 대비하다간 한국은 폭염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로 인한 가장 큰 피해국가가 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무역이 연계되는 상황 대비해야
민: 한국이 가장 큰 피해국가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인가?
오: 최근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건조 일감을 중국 업체에 뺏기고 충격에 빠졌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선박에 적용될 친환경 ‘이중 연료’ 시스템을 구현할 능력이 있는지가 수주 여부를 판가름 했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첨단기술이 돈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선진국들은 자국 내 온실가스 총량을 줄이기 위해 수입 상품의 생산·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무역이 연계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미온적 태도는 국내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그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 즉 일반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게 될 것이다.
민: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온실가스가 미치는 영향까지 단번에 없앨 수는 없다. 이산화탄소는 100년 이상 대기에 남기 때문에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도 기존에 배출되던 영향으로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오: 국내와 세계의 현안을 나눠서 봐야 한다. 한국의 경우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생태계 붕괴와 사막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실 국내 생태계 붕괴는 현재 진행 중이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해발 1,000미터 이상 선선한 기후에서 자라는 구상나무가 사라지고 있다. 단기간의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생태계 붕괴 문제는 장기적 관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도로, 하수구, 댐과 같은 시설도 기후변화에 맞춰 개선되어야 한다. 2013년 추석 때 광화문 지역에 3시간 동안 비가 내려 그 일대가 물바다가 됐었다. 한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폭우에 대비할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봤을 땐 ‘기후 난민’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사하라 이남 지역 수단, 콩고, 소말리아 등 26개국이 사막화되며 공식·비공식적 통계로 2억 명 정도의 사람이 고향을 떠났으며, 1년에 100만여 명이 이동 중이다. 2008년 이후 새로운 난민 발생 지역은 아시아다. 2008년~2012년 사이 1억 4천여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70~80%가 아시아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및 아시아 선진국에 기후난민들을 지원하는 ‘이코노믹 존(Economic Zone)’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코노믹 존에서 기술 교육을 받은 후 본국으로 돌아가 복구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골자다.
#‘온실가스 저감’ 해결 주체, 대자본에서 공동체로 이동해야
민: 한국은 세계 제7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물론 기업의 영향이 절대적이겠지만, 소비자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오: 가정에 태양광 판넬을 설치하거나 전기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구매 능력’이 있는 사람에 한정된 해결책이다.
거시적 관점에선 문제 해결의 뿌리를 대자본에서 공동체로 이동해야 한다. 뿌리 이동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그중 하나는 시민들이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석관동 두산아파트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전등의 밝기를 줄이고 TV 밝기를 절전모드로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기사용량을 매년 200만kWh 씩 줄여나갔다. 석관동 두산아파트의 사례는 공동체가 힘을 합쳐 에너지 수요를 줄일 경우 일어나는 변화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개인이 이루기 힘든 일을 공동체 차원에선 쉽게 해낼 수 있다.
또 하나는 보다 적극적으로는 시민운동에 나서야 한다. 시민, 즉 에너지 소비자들은 에너지문제의 당사자로서 정부와 기업에게 여러 가지 요구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민 공동체가 한 목소리로 에너지 전환을 요구할 경우 정부는 이를 무시하기 힘들어진다. 기업에게 오염 방지를 요구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대중운동은 정부와 기업에게 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그들을 감시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이고 효과적이다.
민: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크게 저항하는 쪽은 산업계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면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 지점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성장 패러다임을 맹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와 같은 ‘경제성장 신화’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지 않을까. 영원한 경제성장은 불가능하지 않나.
오: 산업계가 경제성장을 근거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반대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자본의 접근 방식이 얼마나 상업적인지 보여준다. 대자본은 뭐든 돈이 될 때만 움직인다. 테슬라 모터스의 엘론 머스크는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 방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 제품을 쓰면 된다”고 대답했다. 모든 사람들이 엘론 머스크가 개발한 전기자동차와 태양광에너지 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를 구매해 사용하면 기후변화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이는 구매능력이 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며, 청정에너지 제품이라도 대량생산을 하려면 탄소배출이 불가피하다. 결국 엘론 머스크와 같은 대자본이 제시하는 해결책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즉 현재의 막대한 에너지소비와 탄소배출을 전제하고 있다. 소비 패턴만 바꾸는 자본주의 관점으로는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
반면 뿌리이동은 상업적 접근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후변화를 해결할 혁명적 변화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기술이 아닌 시민들의 새로운 행동양식이다. 지금 우리는 마약중독과 같은 ‘에너지 중독 사회’를 살고 있다. 에너지가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소비습관이 현재의 기후변화를 만들었다. 시민 공동체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 노력하는 한편, 소비자로서의 개인은 내가 구입하는 물건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감시하며 기업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는 사람들의 행동이 변하고 기술이 이를 수용할 때 해결될 수 있다.
정리 : 박예람 KSRN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