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온 편지[2017몽골]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 김찬미 단원...

사업 마무리 쫑파티날 주민 직원 분들과^-^

2017년 10월 21일. 지난 4월 3일부터 진행되어왔던 푸른아시아 돈드고비 조림지의 조림 사업이 끝이 났다. 올해 신규 조림지인 8조림지의 울타리를 치고, 구덩이를 파서 나무를 심고, 비료를 주고, 물을 주고, 차차르간 열매를 수확하고, 고사목을 정리하고, 가을 식재를 하고. 그렇게 일련의 과정들을 지나왔더니 어느새 약 7개월의 시간이 지나갔고, 마지막 관수를 마친 후 관수 설비를 해체하는 날이 다가왔다. 에코투어나 양묘 같은 조림 외 사업을 거의 진행하지 않는 돈드고비의 특성 상 관수밖에 할 일이 없던 여름에는 정말 시간이 안 가고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안 가는 것만 같던 시간이 어느새 훌쩍 흘러서 마지막이 찾아왔다. 사실 이 에세이를 쓰고 있는 지금도 조림 사업이 종료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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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쫑파티날 주민직원 분들 사진과 함께 넣어드렸던 작은 편지
(하) 주민직원 분들로부터 받은 정성어린 선물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는 것만큼이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그 감사함은 표현을 받았을 때 극대화된다. 평소에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아무렇지 않아서 크게 와 닿지 않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이를 표현하게 될 때 이는 새삼스럽게도 감사와 감동을, 때로는 눈물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10월은 내게 있어 그러한 특별한 계기가 많은 달이었다. 나의 생일이 있었고, 사업 종료로 인해 주민직원 분들과 헤어지는 일이 있었다. 그러면서 항상 느껴왔던 사랑받고 챙김 받는 느낌이 더욱 새삼스럽고, 크게 다가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내 마음속에서 고마움으로, 따뜻함으로, 그리고 지난 시간을 잘 지내왔다는 스스로에 대한 인정이 되었다.
사실 몽골에 오기 전에 가졌던 마음가짐과 지금의 마음가짐은 참 많이도 달라졌다. 해이해지고, 나태해지고, 때로는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 몽골에 오기 전 스스로와 했던 약속 중 지킨 것이 거의 없게 되었다. 이는 내 자존감을 깎아먹기도 했고, 스스로가 무얼 하고 있나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10월은 내게 있어 그동안 잘 해왔다고 위안을 해주는 것만 같은 달이었다. 생일날 여러 사람으로부터 받았던, 특히 함께 동고동락하는 푸른아시아 단원들로부터 받았던 여러 축하와 선물과 메시지들은 올 한 해 나의 가장 큰 선물이자 수확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주었다. 좋은 사람들, 좋은 동료들을 넘어 좋은 ‘가족들’을 얻어갈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해졌다. 또한 사업 마무리 쫑파티 날 주민직원 분들로부터 받았던 선물은 올 한 해 ‘아노찡’으로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인정을 받은 느낌이었다. 원래도 스스로에게 좀 인색한 편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스스로의 해이해지고 나태해진 모습이 너무나도 보여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비판하곤 했었다. 거의 뭐 욕을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지만, 주민직원 분들의 정성어린 선물을 보는 순간, 적어도 이 분들에게 사랑받았다면 올 한 해 나는 ‘아노찡’의 모습으로 충분히 선방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칭찬해 줄 수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찝찝하고 아쉬운 기분 없이, 감사하게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난 21년간, 한국을 길게 떠나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가장 길게 떠났던 적이라고 해봐야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약 1년을 타지 몽골에서 살게 되는 지금은 내게 있어 큰 도전이자, 새로운 배움의 계기였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 많이 느끼게 되었다. 파트너와 함께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을 붙어있으면서 ‘같이 사는 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건 결국 대화이고 소통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그 결론을 내렸다 하더라도 여전히 속마음을 다 꺼내놓고 대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방법이기에 계속해서 노력해야겠지. 또 한 편으로는 한국에서의 다양한 인간관계 중에서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눈에서 멀어지고 만나지도 못하지만, 그래서 예전만큼 서로 일상을 공유하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끈끈한 무언가가 있음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몽골에서의 인간관계에서도 느껴졌다. 몽골이라는 새롭고 특수한 환경에서 새롭게 사귀게 된 사람들을 통해, 서로 말이 통하지 않고 때로는 거리가 멀어도 그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업이 끝났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여전히 실감이 안 난다. 그냥 내일이면 또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아침을 챙겨먹고 조림지로 출근해야 할 것만 같다. (어쩌면 그 복잡한 마음이 투영되어 에세이도 이렇게나 중구난방으로 써진 것 같다ㅎㅎ) 하지만 그 어색함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샌가 익숙해져있겠지. 그러면서 마음으로도 조림 사업의 종료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내가 해야 할 것은, 앞으로 남은 겨울 사업을 잘 준비하고 잘 실행하는 것이다.
앞서 찝찝하고 아쉬운 기분 없이 감사하게 조림 사업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약간은 아쉬움이 남아있기도 하다. 주민 분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그리고 더 사랑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그렇기에 겨울 사업동안에 만나게 되는 주민 분들께라도 더욱 사랑을 드리고자 한다. 이 ‘사랑’이, 나의 비전인 ‘선한 영향력’의 또 다른 모습일 테니까. 그 사랑의 표현의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남은 겨울 사업 준비의 첫 걸음을 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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