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온 편지[2018몽골] #몽골에서 #어떻게든(4) ? 박정현 단원

나는 그렇게 외모가 뛰어난 편이 아니다.
나의 키는 평균보다 많이 작다.
삶이 안정된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잘남을 인정하기로 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어느 순간 나의 잘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넘어갈 수 없는 나의 인생의 변곡점을 마주한 것이 오늘 나의 고백의 이유가 되겠다.

생긴 것은 상당히 날선 인상이지만, 실은 나는 정이 많아 잘났다.

모든 단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할 일이 있었다. 장난에서 시작한 ‘우리는 가족인가, 동료인가’의 질문 앞에 대답이 갈렸고, 그 대답만 가지고 서로에 대한 감정을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당연히 가족이 아니다’라는 말은 그 이후에도 메아리처럼 내 머릿속에서 맴돌아 나가지 않았다.

보통 나는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쉬이 말해 ‘어그로’를 끈다.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쉬운 이미지로 노출시킴으로 누구도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함이다. 서로 소통이 메마른 공동체는 곧 죽은 공동체니까… 더욱이 서로 얼굴을 자주 마주치며 이야기할 수 없는 우리이기에 단톡방을 나는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더라.

그러던 와중, 나의 이러한 어그로가 거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나의 마음이 짓이겨진 것을 느낌과 동시에 이 상태로는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생길 것 같아 단체방을 나와버렸다. 시간이 지난 뒤, 단체방을 나간 것이 단순히 핸드폰이 고장났기 때문인 것처럼 덮여 다시 초대를 받았지만, 내 마음은 이전과 같지 않게 되어버렸다. 나 혼자 공동체를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나 혼자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져 버리기 시작했다. 그런 나 자신이 싫었다.

그동안 내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 아닐 것이라, 나는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적어도 나보다는 모든 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내가 이런 상황을 마주하니 이윽고 아무도 이 공동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생각은 더욱 나를 침잠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바꾼 가정이 ‘나는 정이 많아 잘났다’는 것이다. 내가 유별나게 사랑이 많은 것이지, 절대 다른 사람들이 사랑이 적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적어도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은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라.

저번 주까지 한 단체의 에코투어를 인솔했다. 여섯 명 남짓 되는 고등학생들로 관수 봉사를 했다. 그들은 생각보다 체력이 약했고,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다가 한두명이 화장실을 명목으로 이탈했고,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욕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개념이 없다느니… 자기들만 힘들이냐느니… 간만에 한국 욕을 간접적으로나마 찰지게 들었더란다.

내 ‘잘난’ 생각이 문득 떠올라 이야기했다.
“다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야.”
하지만, 이어 내가 한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조금 더’ 하면 되지.”

정, 혹은 사랑에 잘났다고 자위하는 것이 정말 사랑을 잘하는 사람의 태도가 맞을까? 잘남을 인정하는 것, 그것에서 그치면 나는 안 되었다. 스스로가 잘남을 인정하면, 실은 타인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다. 혹은 냉소적으로까지 변하기도 한다. 그 차가움 뒤에서 자기 자신을 숨겨 다치지 않으려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면, 절대 나는 누구와도 하나의 공동체로 이어질 수 없다. 사랑하려는 자가, 정을 나누길 원하는 자가, 정작 그 대상과 함께 함이 없이 사랑에 잘났음을 외치는 것은 모순임이 분명하다.

진정 잘나게 사랑하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을 지킴’과 동시에
타인에게 두었던 기대를 살짝 들어
‘우리’의 자리에 살포시 올려놓는 것,
그 우리를 위해 내가 ‘조금 더 하는’ 것임을,

‘우리’의 화분에 심긴
그 ‘기대’라는 씨앗은
홀로 클 수가 없기에,

어딘가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찾아
‘나의 무릎’을 굽혀 물을 뜨고
‘나의 팔로’ 양동이를 들고
‘나의 발로’ 친히 다가가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물을 줘야 하고.
그러면,
우리 화분에서
어느새 ‘싹’이 트고
피어난 생기 어린 ‘꽃’이,
그동안 맡아보지 못한 ‘향기’로
너에게서 떨어져 나간 기대의 빈자리를

은은하게, 무엇보다 풍성하게 채우리라는 것을.

이제야 다행히 깨닫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남을 인정하기로 했다. 동시에
그 잘남에 책임을 지고 ‘조금 더’ 하기로 했다.

#몽골에서 #어떻게든 #잘남을_인정하기로_했다 #그리고 #잘남에_책임지기로_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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