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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사람이 되었다. 매일 밟는 먼지 날리는 땅이 있고, 세상을 흔들 것 같은 바람이 있고, 옷 너머로 침투하는 내리쬐는 해가 있다.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내가 살던 골목길, 거리를 희미하게 비추는 조명등, 한밤중에도 반짝이는 간판과 편의점들. 매일 마주하는 비현실적 풍경 앞에 가끔씩 모든 사고가 힘을 잃고는 한다.
그 땅에서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추운 초봄, 작은 창고에서 마난 사람들. 아침마다 출근차량에 엉겨 붙어 몸을 맞대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늘 괜찮냐고 살뜰히 물어봐 주는 선한 얼굴들. 한국인이라는 사실만 듣고 초원 위 트렁크에서 제육볶음을 빨갛게 만들어주시던 얼굴들. 우연히 버스에서 만나 각종 한국 공구와 광산 재료를 물어보며 서로 박장대소하던 얼굴들.
지금 나는 그 속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