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은 물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K는 대답했다.
“글쎄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마음에 큰 파도가 치고 있는 것만 같아요.”
M은 온화한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
“자… 한번 찬찬히 생각해봐요. 보통 마지막 순간에는 본인이 차마 하지 못 한, 다 이루지 못 한 그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말할 것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거에요.”
K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나는 사랑을 하고 싶었어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 시간동안 나는 사랑을 하고 싶었어요. 함께하는 모든 이들과 사랑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어디에서든 난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충분히 사랑했다고 하기엔 내 마음에 울렁이는 파도를 치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M은 다시 물었다.
“그 파도는 후회의 색을 띄었나요…? 아쉬움의 색을 띄었나요…?”
K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후회와 아쉬움. 무슨 큰 차이가 있나요? 그리고 그게 뭐가 중요하죠?”
M은 침착하게 설명했다.
“당신이 선택한 파도는 후회의 색깔을 띄고,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파도는 아쉬움의 색깔을 띄죠. 마음속에 지금 파도가 격렬히 치고 있다면 한번 자세히 살펴봐봐요. 그 파도는 어떤 색을 띄고 있는지…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K는 답답해했지만 이내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했다.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비명과 같은 신음으로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파도가 파도를 낳고 다시 파도가 파도를 낳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이게 뭐가 중요한거죠? 파도가 후회의 색을 띄든 아쉬움의 색을 띄든 파도는 파도에요. 너무나 큰 파도가 내 마음 속에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고요.”
M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헉헉거리는 K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금 파도가 치고 있는 당신의 그 마음속에는 해가 떠 있나요? 해가 가려져 있나요?”
눈을 감은 채로 K는 대답했다.
“해가 떠 있는 폭풍이 어디에 있나요? 해 같은 것은 없습니다. 어두워요. 파도가 치고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그리고 울렁거림으로 느껴질 뿐이라고요. 후회의 색? 아쉬움의 색? 아무 색도 보이지 않는다고요!”
M은 잔잔하게 하지만 약간의 힘이 실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그럼 해를 한 번 띄워볼까요?”
K는 당황한 나머지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
“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M은 포근한 눈빛으로 K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잖아요. 우리는 이제 그 어두운 당신의 마음을 밝힐 해를 띄울 거예요. 그래야 파도의 색깔도 볼 수 있잖아요. 그쵸? 어때요. 해를 한번 띄워볼까요? 다시 눈을 감아보시겠어요?”
K는 마지못해 눈을 감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니 그 파도 색깔이 뭐가 중요하다고 계속 저러는거지…’
분명 M에게도 들릴 만한 크기의 중얼거림이었지만 그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 우린 이제 당신의 마음을 밝혀줄 해를 띄울 거예요. 당신의 1년 동안 언제가 제일 행복했나요?”
K가 대답했다.
“잘 기억이 안나요… 아니 분명 있긴 한데, 딱 언제가 그렇다 말을 못하겠어요..”
M이 말했다.
“그러면 가장 행복했던 장면을 떠올려볼까요?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고 있죠?”
K는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조금씩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다신칠링에서 먹었던 고릴테슐이 기억나요. 양고기 칼국수라고 생각하면 편한데, 주민 분들이 돌아가면서 음식을 했어요.”
M은 다시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 신기하네요. 거기에는 뭐뭐가 들어가나요?”
K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감자요. 몽골 감자가 진짜 맛있는데, 감자를 깎아서 깍뚝 썬 다음에 기름에 먼저 볶아요. 그리고 밀가루를 반죽해서 국수를 만들고요. 가끔 당근이나 양파를 넣어서 같이 먹기도 하는데, 그러면 더 맛있어요. 간은 소금하고 약간의 다시다로만 하는데, 진짜 맛있어요.”
M이 물었다.
“고기는 안 들어가요?”
K는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와씨 미쳤나봐. 당연히 들어가죠. 소고기 육포가 들어갈 때도 있고, 양고기로 할 때도 있고, 염소고기로 할 때도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말고기는 안 들어갔네. 아 근데 있잖아요. 여기서는 직접 양을 잡고 염소를 잡는데, 딱 양이랑 염소를 잡은 날엔 그 내장고기로 국수를 해먹어요. 그건 진짜… 진짜…. 힘들었어요… 휴… 그런데 나중에 되니까 또 잘 먹게 되더라고요. 크크크. 웃기지 않아요? 결국 다 적응을 하더라니까. 진짜… 이건 한국 가서도 생각날 거 같아요. 큰일났어요.”
M이 같이 웃으며 말했다.
“야… 진짜 대박… 몽골 사람 다 됐네요… 한국에서도 몽골 음식 먹을 수 있지 않아요? 종종 가겠네요.”
K가 웃으며 말했다.
“네네. 아마 종종 가서 먹을 거 같아요. 그런데, 실은 울란바타르 수도에 올라와서도 고릴테슐을 종종 먹긴 했는데, 국수를 직접 반죽해서 하는 게 아니라 시중에서 파는 국수로 하는 거라… 맛있긴 했는데, 그다지 뭔가 다신칠링에서 먹은 것처럼 감흥이 있진 않더라구요… 함께하는 주민 분들의 손맛…이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M이 말했다.
“좋네요 정말… 혹시 다른 것 기억나는게 있어요? 더 궁금해지는데?”
K가 말했다.
“바잉노르 사람들도 생각이 나네요. 저는 일은 다신칠링에서 했지만, 집은 바잉노르에 있어서 바잉노르 분들도 많이 만났거든요. 하… 갑자기 나나 아하가 생각나네…”
M이 물었다.
“나나 아하? 아, 아하가 아저씨라는 뜻이죠? 그분은 누구에요?”
K가 대답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저를 차로 출퇴근 시켜주신 아저씨에요. 맨날 아침에 차를 타면, ‘새항 아마르스노?’ 하면서 서로 인사했거든요. 그러면서 혹시 내가 춥지 않을까 ‘휘틍배노?’ 하고 물어보시고 히터 틀어주시고 해주셨어요. 가면서 내가 심심할까봐 음악도 틀어주시는데, 가끔 음악 트는 기계가 고장나면 민망한 표정으로 ‘훅찜베흐뀌’ 하면서 직접 노래도 불러주시고 하셨었죠… 거참..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심지어 겨울에 사업이 종료되어서 울란바타르 수도에 올라올 때도 같이 올라와주셨는데… 저번엔 혹시 출장으로 바잉노르에 가면 뵐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뵙진 못 했어요. 보고싶네요. 아저씨..”
M이 물었다.
“혹시 울란바타르 수도에 올라와서는 재밌는 일 없었어요?”
K가 대답했다.
“있어요! 올라와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는데… 정말 너무 열심히 수업에 임하셔서 너무 놀랐어요.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저를 불러주시는데 민망하기도 했더라니까요. 그리고 또 너무 놀란 게, 한국에서 들었던 바… 그리고 다른 몇몇 분들에게 들었던 바…와는 다른, 정말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업무에 임하시는 몽골 활동가분들의 모습들을 보았어요. 솔직히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게 많이 들었는데,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나중에는 같이 식사도 준비하고 또 같이 먹고 했는데, 정말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M이 말했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자 우리 이제 마음속에 있는 바다를 다시 봐 볼까요? 어떤 장면이 보이나요?”
K가 대답했다.
“밝아요. 오 그래. 환해졌어요. 아까는 되게 칠흑처럼 어두웠는데, 지금은 되게 밝아요. 저~ 멀리 육지가 보이는 것도 같아요. 그런데 지금 되게 신기한 게, 파도가 치는지 안 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M이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 파도가 치는지 안 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K가 대답했다.
“아니… 그게 아까는 되게 파도가 크게 쳐서 느낌이 울렁거리는 거 같았는데, 막상 밝아져서 보니까 막 그렇게 파도가 크지 않고 약간의 일렁거림 정도? 인거 같아요. 심지어 햇빛에 그 일렁거림이 반사되어서 바다가 되게 반짝반짝해 보여요.”
M이 놀라며 말했다.
“오 이건 저도 예상치 못한 결과인데요? 밝아지면 파도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왜 쳤는지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후회의 색인지 아쉬움의 색인지 알아보고 거기서부터 해결책을 찾아나가려고 했는데,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네요.”
K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그냥… 바다의 색이 아닐까요? 오 나는 지금 너무 이 모습이 아름다워서 그딴거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오, 그딴거라고 해서 죄송해요. 그런데 지금 그 정도로 감격스러운걸요.”
M이 말했다.
“맞네요. 맞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 그냥 이건 바다의 색이었어요. 와… 오히려 제가 당신에게 배우네요.”
K가 말했다.
“아니에요. 당신 아니었으면 저는 이 멋진 광경을, 이 일렁이는 반짝임을 찾아내지 못했을 거에요. 너무 고마워요.”
Mind가 말했다.
“어서 이 모든 걸 기록해두고 싶네요. 자… 이제 눈을 떠 볼까요?”
Khadaa는 눈을 떴고, 그 눈에는 반짝이는 바다가 가득차 흘러내리고 있었다.
#몽골에서 #어떻게든 #감사합니다 #푸른아시아
M은 물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K는 대답했다.
“글쎄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마음에 큰 파도가 치고 있는 것만 같아요.”
M은 온화한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
“자… 한번 찬찬히 생각해봐요. 보통 마지막 순간에는 본인이 차마 하지 못 한, 다 이루지 못 한 그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말할 것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거에요.”
K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나는 사랑을 하고 싶었어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 시간동안 나는 사랑을 하고 싶었어요. 함께하는 모든 이들과 사랑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어디에서든 난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충분히 사랑했다고 하기엔 내 마음에 울렁이는 파도를 치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M은 다시 물었다.
“그 파도는 후회의 색을 띄었나요…? 아쉬움의 색을 띄었나요…?”
K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후회와 아쉬움. 무슨 큰 차이가 있나요? 그리고 그게 뭐가 중요하죠?”
M은 침착하게 설명했다.
“당신이 선택한 파도는 후회의 색깔을 띄고,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파도는 아쉬움의 색깔을 띄죠. 마음속에 지금 파도가 격렬히 치고 있다면 한번 자세히 살펴봐봐요. 그 파도는 어떤 색을 띄고 있는지…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K는 답답해했지만 이내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했다.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비명과 같은 신음으로 대답했다.
“모르겠어요! 파도가 파도를 낳고 다시 파도가 파도를 낳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이게 뭐가 중요한거죠? 파도가 후회의 색을 띄든 아쉬움의 색을 띄든 파도는 파도에요. 너무나 큰 파도가 내 마음 속에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고요.”
M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헉헉거리는 K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금 파도가 치고 있는 당신의 그 마음속에는 해가 떠 있나요? 해가 가려져 있나요?”
눈을 감은 채로 K는 대답했다.
“해가 떠 있는 폭풍이 어디에 있나요? 해 같은 것은 없습니다. 어두워요. 파도가 치고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그리고 울렁거림으로 느껴질 뿐이라고요. 후회의 색? 아쉬움의 색? 아무 색도 보이지 않는다고요!”
M은 잔잔하게 하지만 약간의 힘이 실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그럼 해를 한 번 띄워볼까요?”
K는 당황한 나머지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
“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M은 포근한 눈빛으로 K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잖아요. 우리는 이제 그 어두운 당신의 마음을 밝힐 해를 띄울 거예요. 그래야 파도의 색깔도 볼 수 있잖아요. 그쵸? 어때요. 해를 한번 띄워볼까요? 다시 눈을 감아보시겠어요?”
K는 마지못해 눈을 감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니 그 파도 색깔이 뭐가 중요하다고 계속 저러는거지…’
분명 M에게도 들릴 만한 크기의 중얼거림이었지만 그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 우린 이제 당신의 마음을 밝혀줄 해를 띄울 거예요. 당신의 1년 동안 언제가 제일 행복했나요?”
K가 대답했다.
“잘 기억이 안나요… 아니 분명 있긴 한데, 딱 언제가 그렇다 말을 못하겠어요..”
M이 말했다.
“그러면 가장 행복했던 장면을 떠올려볼까요?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고 있죠?”
K는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조금씩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다신칠링에서 먹었던 고릴테슐이 기억나요. 양고기 칼국수라고 생각하면 편한데, 주민 분들이 돌아가면서 음식을 했어요.”
M은 다시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 신기하네요. 거기에는 뭐뭐가 들어가나요?”
K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감자요. 몽골 감자가 진짜 맛있는데, 감자를 깎아서 깍뚝 썬 다음에 기름에 먼저 볶아요. 그리고 밀가루를 반죽해서 국수를 만들고요. 가끔 당근이나 양파를 넣어서 같이 먹기도 하는데, 그러면 더 맛있어요. 간은 소금하고 약간의 다시다로만 하는데, 진짜 맛있어요.”
M이 물었다.
“고기는 안 들어가요?”
K는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와씨 미쳤나봐. 당연히 들어가죠. 소고기 육포가 들어갈 때도 있고, 양고기로 할 때도 있고, 염소고기로 할 때도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말고기는 안 들어갔네. 아 근데 있잖아요. 여기서는 직접 양을 잡고 염소를 잡는데, 딱 양이랑 염소를 잡은 날엔 그 내장고기로 국수를 해먹어요. 그건 진짜… 진짜…. 힘들었어요… 휴… 그런데 나중에 되니까 또 잘 먹게 되더라고요. 크크크. 웃기지 않아요? 결국 다 적응을 하더라니까. 진짜… 이건 한국 가서도 생각날 거 같아요. 큰일났어요.”
M이 같이 웃으며 말했다.
“야… 진짜 대박… 몽골 사람 다 됐네요… 한국에서도 몽골 음식 먹을 수 있지 않아요? 종종 가겠네요.”
K가 웃으며 말했다.
“네네. 아마 종종 가서 먹을 거 같아요. 그런데, 실은 울란바타르 수도에 올라와서도 고릴테슐을 종종 먹긴 했는데, 국수를 직접 반죽해서 하는 게 아니라 시중에서 파는 국수로 하는 거라… 맛있긴 했는데, 그다지 뭔가 다신칠링에서 먹은 것처럼 감흥이 있진 않더라구요… 함께하는 주민 분들의 손맛…이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M이 말했다.
“좋네요 정말… 혹시 다른 것 기억나는게 있어요? 더 궁금해지는데?”
K가 말했다.
“바잉노르 사람들도 생각이 나네요. 저는 일은 다신칠링에서 했지만, 집은 바잉노르에 있어서 바잉노르 분들도 많이 만났거든요. 하… 갑자기 나나 아하가 생각나네…”
M이 물었다.
“나나 아하? 아, 아하가 아저씨라는 뜻이죠? 그분은 누구에요?”
K가 대답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저를 차로 출퇴근 시켜주신 아저씨에요. 맨날 아침에 차를 타면, ‘새항 아마르스노?’ 하면서 서로 인사했거든요. 그러면서 혹시 내가 춥지 않을까 ‘휘틍배노?’ 하고 물어보시고 히터 틀어주시고 해주셨어요. 가면서 내가 심심할까봐 음악도 틀어주시는데, 가끔 음악 트는 기계가 고장나면 민망한 표정으로 ‘훅찜베흐뀌’ 하면서 직접 노래도 불러주시고 하셨었죠… 거참..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심지어 겨울에 사업이 종료되어서 울란바타르 수도에 올라올 때도 같이 올라와주셨는데… 저번엔 혹시 출장으로 바잉노르에 가면 뵐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뵙진 못 했어요. 보고싶네요. 아저씨..”
M이 물었다.
“혹시 울란바타르 수도에 올라와서는 재밌는 일 없었어요?”
K가 대답했다.
“있어요! 올라와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는데… 정말 너무 열심히 수업에 임하셔서 너무 놀랐어요.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저를 불러주시는데 민망하기도 했더라니까요. 그리고 또 너무 놀란 게, 한국에서 들었던 바… 그리고 다른 몇몇 분들에게 들었던 바…와는 다른, 정말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업무에 임하시는 몽골 활동가분들의 모습들을 보았어요. 솔직히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게 많이 들었는데,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나중에는 같이 식사도 준비하고 또 같이 먹고 했는데, 정말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M이 말했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자 우리 이제 마음속에 있는 바다를 다시 봐 볼까요? 어떤 장면이 보이나요?”
K가 대답했다.
“밝아요. 오 그래. 환해졌어요. 아까는 되게 칠흑처럼 어두웠는데, 지금은 되게 밝아요. 저~ 멀리 육지가 보이는 것도 같아요. 그런데 지금 되게 신기한 게, 파도가 치는지 안 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M이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 파도가 치는지 안 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K가 대답했다.
“아니… 그게 아까는 되게 파도가 크게 쳐서 느낌이 울렁거리는 거 같았는데, 막상 밝아져서 보니까 막 그렇게 파도가 크지 않고 약간의 일렁거림 정도? 인거 같아요. 심지어 햇빛에 그 일렁거림이 반사되어서 바다가 되게 반짝반짝해 보여요.”
M이 놀라며 말했다.
“오 이건 저도 예상치 못한 결과인데요? 밝아지면 파도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왜 쳤는지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후회의 색인지 아쉬움의 색인지 알아보고 거기서부터 해결책을 찾아나가려고 했는데,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네요.”
K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그냥… 바다의 색이 아닐까요? 오 나는 지금 너무 이 모습이 아름다워서 그딴거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어요. 오, 그딴거라고 해서 죄송해요. 그런데 지금 그 정도로 감격스러운걸요.”
M이 말했다.
“맞네요. 맞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 그냥 이건 바다의 색이었어요. 와… 오히려 제가 당신에게 배우네요.”
K가 말했다.
“아니에요. 당신 아니었으면 저는 이 멋진 광경을, 이 일렁이는 반짝임을 찾아내지 못했을 거에요. 너무 고마워요.”
Mind가 말했다.
“어서 이 모든 걸 기록해두고 싶네요. 자… 이제 눈을 떠 볼까요?”
Khadaa는 눈을 떴고, 그 눈에는 반짝이는 바다가 가득차 흘러내리고 있었다.
#몽골에서 #어떻게든 #감사합니다 #푸른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