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온 편지[2020] 현장에서의 한 해를 돌아보며…

몽골에서의 1년을 돌아보며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지부장 신기호

 

 

올해도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몽골 주민들과 함께 조림사업장을 가꾸었으며, 그 주민들과 연대하여 지속가능한 공동체 모델을 만들기 위한 사업들을 진행하였습니다. 새롭게 식재한 6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관리하고, 주민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였습니다. 유실수 가공공장 건축 및 인허가 마무리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코로나-19 긴급지원 사업과 ‘몽골 저탄소 마을 구현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게르촌 공기질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전반의 위축은 몽골 사막화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주민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또한 해마다 나무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거름과 비료를 주는 현장 관리의 일상이 이렇게 귀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하는 한 해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회고하듯이 올해는 “일상의 소중함”을 현장에서도 재인식하는 귀한 시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의 활동도 어떨 때는 다소 지치고 반복적인 것으로 다가왔지만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계속하는 일상 업무의 반복이 결국 사업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하였습니다.

 

일상의 평범함은 더 이상 평범함으로 치부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몽골 락다운의 반복으로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일상은 “특별함”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회사로 출근하고, 업무를 보고, 퇴근하는 이 무미건조하게 보이던 일과가 이제는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특별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차량 통제 속에서 특별허가를 받아 운행하는 차량을 무심히 지켜보고 있으면 저절로 ‘와~~~~ 저 차는 운행하네…’하는 혼잣말이 나오기까지 합니다. 조림사업장을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일상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특별한 관리가 아닌 일상의 관리가 결국 푸른 조림사업장을 넘어 푸른 지구를 만들어 간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체험하게 한 한해였다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 그것은 일상의 반복입니다. 이 일상의 지속적인 반복은 어느 순간 사업의 본 목적을 흐리게도 만들 수 있고, 이 일의 소중함을 망각하게 만들 수도 있고 나아가 어느 순간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며, 활동가들과 주민들의 열정이 식고 식어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함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초강력 변수가 등장하면서 우리를 다시금 깨어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루하고 고루하던 일상으로의 복귀를 우리는 얼마나 고대하고 있는지를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지구생명을 살리고 사람을 세우는 일을 돕는 다는 것 자체가 일상과 일상의 연속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도 이 운동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것처럼, 결국 우리 삶 자체가 우리의 환경운동과 삶의 운동이 되어야 하는 역사 속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한 해였습니다.

 

몽골에서 나무를 심는다는 것, 몽골을 푸르게 지구를 푸르게 만든다는 것은 한 세대가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가 이어져 진행해야 하며 이 세대부터는 일상이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그때부터 진정한 삶의 운동이 시작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깨어 있는 지구 시민들의 일상이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채워지고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다면, 지구는 더 오랜 기간을 인류를 위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합니다.

 

몽골의 락다운은 언제 해제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나날이 확진자의 수는 늘어나고 이로 인해 경제적인 위기마저 감돌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 우리의 활동은 새롭게 그리고 다시 활발히 지금까지 축적해온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노력들이 푸른아시아가 해 나가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올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다시(Again, Дахин)”라는 단어에 주목합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푸른아시아가 몽골에서 해왔던 것처럼, 더 나아가 그것을 더욱 새롭게 하여 푸른 지구를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이 인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그 누구도 갖지 못한 특별한 “현장”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고 가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현장에서 우리는 “다시” 푸른 지구를 위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기 위해 다시 의기투합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활동가, 주민, 후원자 그리고 익명의 지지자들이 “다시” 의지를 다시고 새롭게 시작했으면 합니다. 절망의 자리를 털고 희망의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푸른 지구를 원한다면, 우리가 먼저 푸른 지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은 그에 걸맞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이 경주에 모두 함께 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다시” 저도 뛰겠습니다. 서로를 응원함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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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의 1년을 돌아보며

 

푸른아시아 미얀마지부 지부장 윤석진

 

 

지난 3월 많은 활동가들이 Covid-19를 피해 잠시 한국으로 피신한 사이 곧 끝날 줄 알았던 Covid-19는 더 확산되었고, 4월부터는 한국과의 하늘길이 중단되어 한국에서 입국할 수 있는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9월에서야 비즈니스를 위한 비자만이 허용되어 일부만 입국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때 한국으로 피신하지 않았던 게 다행이라고 안도하며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4월 초 국내선은 멈췄고 Covid-19로 인해 모든 고속버스에 외국인 탑승 금지가 내려져 유일하게 탑승이 가능한 18시간이 걸리는 허름한 기차 침대칸에 혼자 탑승하여 4.15총선 부재자 투표를 위해 양곤 대사관에 다녀온 이후로 이곳 바간을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이동 통제와 바간 지역의 방역 방침으로 모든 외부인은 2주간의 격리를 거쳐야 바간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확진자를 미리 차단하여 도시지역에 비해 확진자 없이 안전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많은 호텔, 식당, 서비스 업계 종사자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고 직장을 잃게 되었지만,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도시와 대비되고 있습니다.

 

굳게 닫힌 아난다 파고다와 양우시장 풍경

 

4월 중순에 계획되었던 삼성꿈장학재단의 한국초청연수 프로그램이 2월 한국의 Covid-19 확산으로 취소되었습니다. 고대하던 산칸학교, 마지딴학교 교장선생님과의 한국 방문 계획이 무산되어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대체 프로그램으로 양곤의 교육센터 견학 프로그램을 계획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방역에 선방하던 미얀마도 결국 Covid-19를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정부의 집합 금지 발표로 모든 계획이 취소되었고 아이들 수업도 4개월간 중단되어 초조했던 시기를 보냈습니다. 다행히 7월의 소강상태에서 모임 제한이 잠시 풀려서 남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교육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마지딴학교, 산칸학교 교육프로그램 종료행사 단체사진

 

마을의 유일한 수자원인 빗물 연못을 사용하고 있는 깐다웅마을의 주민들은 하루빨리 한국환경산업기술원-푸른아시아의 연못물 정수센터 설치 사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쯤이면 마무리가 되어야 하지만 Covid-19로 인해 지연되고 있어 마을에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올해는 최악의 가뭄으로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아 연못에 수량이 적어 수질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식수 문제가 시급한 상태입니다.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어 빠른 진행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활동과 삶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깐다움마을 아이들의 연못 취수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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