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2020년 문재인 정부의 ‘탈탄소 지향 그린뉴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산업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후위기 대응은 ‘희망사항’(wish list)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올해 초 독일 민간기후연구소 ‘저먼워치'(Germanwatch)와 국제환경단체연합체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평가 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는 100점 기준으로 26.75를 기록(스웨덴은 75.77), 61개 나라 중 58위로 꼴찌였다.
우리나라는 이런 성적표로도 그동안 잘 버텼다. 이유는 미 트럼프 정부가 기후위기대응에 부정적으로 나오면서다.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사우디아라비아도 함께 트럼프 정부와 손을 잡고 지구적 기후변화대응을 막아왔다. 핑계를 대자면 국제사회의 대세가 기후문제 해결에 부정적인데, 굳이 우리나라가 특별히 노력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11월 3일 미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사정은 확 달라질 것이다. 바이든 이후 우리의 기후위기 대응은 ‘희망사항’에서 즉시 ‘고통사항’(pain list)으로 바뀔 것이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우리는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준비하지도 실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위기가 폭염, 폭우, 태풍, 산불, 해수면 상승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이슈를 포괄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으로 나타나 꽤 고통스럽게 한국을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로 경제를 유지해온 우리나라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바이든 정부의 기후정책을 수용해야 한다. 이것을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에 비로소 알아차려 봐야 이미 늦을 것이다. 지금부터 면밀하게 준비해도 시간이 얼마 없지만 그래도 대비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낮지 않겠는가?
8월 29일 미 여론 조사기관인 ‘모닝 컨설트’(Morning Consult)는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대선후보 지지율에 대한 여론 조사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50%, 도널드 트럼프 44%로 바이든이 6% 앞섰다. 이 여론조사는 24일부터 4일간의 공화당 전당대회라는 컨벤션 효과, 즉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한 효과를 반영한 것이라서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는 2016년 미 대선의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이겼지만, 본선에서는 트럼프가 결국 이겼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숨어 있는) 백인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의 승리를 예언한다. 맞다. 지금은 바이든이 트럼프를 앞서지만 조만간 트럼프의 승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대다수의 여론 조사 전문가들도 인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계적으로 2016년과 다른 맥락을 주목 해 볼 필요가 있다. 모닝 컨설트의 여론 조사를 보면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힐러리의 지지는 40%, 트럼프는 44%로 트럼프가 앞서 있었지만 당시 16%는 지지를 표시하지 않은 부동층(浮動層)이었다.
이에 반해 2020년에는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에도 바이든이 6% 앞서있다. 결정적으로 부동층도 16%에서 7%로 줄어들었다. 예측을 방해하는 변수가 확 줄었다는 이야기다. 이대로 커다란 변수가 없다면 11월 3일 선거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무모한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 미국 동부는 강력한 허리케인, 서부는 꺼지지 않는 캘리포니아 산불, 전국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매우 심대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모든 고통은 기후위기와 연관되어 있고, 그것은 대공황 이후의 최대의 미국의 경제위기로 나아가 지구적 경제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 미국은 코로나위기, 기후위기, 경제위기, 인종위기, 국제 리더십위기라는 유사 이래 가장 복잡한 위기상황에 몰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의 등장은 어떤 모습일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이든 정부:강력한 기후대응 정책과‘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바이든이 당선되는 첫날 할 일이 있다. 트럼프가 작년 11월 4일 제출한 ‘파리기후협정’ 탈퇴서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유예기간이 1년이라서 2020년 11월 4일, 미국은 자동으로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가 된다. 그래서 바이든은 당선되자마자 재가입을 선언할 것이다. 이것이 바이든 정부의 첫 번째 일이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온실가스를 주요 배출 국가들의 감축목표를 대담하게 상승시킬 것을 요구할 것이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제로(net-zero) 달성을 선언하고, 2035년까지 모든 전기에너지를 청정에너지(현재 38%)로 전환한다고 약속할 것이며, 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향후 10년 간 연방정부 1.7조 달러 및 민간과 주정부 등에서 5조 달러를 준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건물을 그린 리모델링하고 청정에너지를 자동차와 비행기, 선박에 적용하여 온실가스를 대담하게 감축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렇게 7월 27일 발표한 미 민주당 정강정책(2020 Democratic Party Platform)은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하여 바이든 정부의 기후대응정책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이쯤에서 바이든 정부가 정말 선한 목적으로 지구가 걱정해서 기후이슈를 부각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산불, 허리케인, 한파로 고통과 피해를 받고 있는 미국의 시민들과 커뮤니티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더해 아니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경제적 목적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기술과 기후 금융 표준을 지구적으로 관철하는 데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정강 정책 발표 하루 뒤인 7월 28일 연합철강노동자들의 질문에 대한 바이든의 답변을 보면 기후이슈가 어떤 범위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를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바이든은 기후변화를 미국이 주도할 무역협정에 활용한다는 사실이다.
둘째, 무역협정에 ‘환경운동가들’을 정부 협상 전문가로 임명하겠다고 한다. 환경운동가들이 새로운 무역협상을 시작부터 주도하여 환경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선언 한다.
셋째, 바이든은 기후이슈를 무역협정과 연관시키는 것이 미국 내 무너진 중산층을 다시 세우는 전략의 일환임을 밝히면서, 그들의 임금을 인상시키고, 지역공동체를 강화하면서 미국 ‘국내’에서 녹색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지 해외에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출처: https://ielp.worldtradelaw.net/2020/07/biden-responds-to-steelworkers-on-trade.html)
기후이슈를 무역협정에 포함시킨다는 목표로 무장한 바이든 정부는 임기를 시작하면서 100일 동안 주요 온실가스 배출 국가들이 참여하는 ‘기후 정상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정부 시절 기후위기 대응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이었던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이 정상회담을 통해 기후이슈를 미국의 안보 정책, 무역 정책, 외교 정책 안으로 통합할 것이다.
결국 미국은 기후위기 대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나라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 서비스에 대해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것이다. 유럽연합도 미국과 연합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유럽연합도 2019년 이미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무역국인 미국과 유럽연합이 손을 잡으면 다른 선택의 길이 있을까?
그러면서 바이든은 이것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캠페인으로 연결한다. 먼저 미국은 자국에서 만들어진 상품과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대상이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은 미국이 정한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이 제시한 표준에 따르고, 기후기술을 구입해서 해결해야 한다.
기후이슈를 전 방위적으로 적용하는 것, 이것이 바이든이 추구할 바이 아메리카다. 한편으로는 미국 내에서 온실가스를 완전히 줄이는 데 명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나라들이 알아서 준수해야할 규정을 부과하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한발 더 나가 지구적인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지도력도 발휘할 것이다. G20과 협력해서 석탄수출, 화석연료 사업지원과 같은 고탄소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보조금 지원을 금지시키는 작업을 할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는 1년 안에 미 연방정부 차원에서 석탄, 석유, 가스,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시키고, 대신 그 보조금을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투자한다고 밝히고 있다.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정책은 전 세계 석탄수출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출해온 중국, 일본, 우리나라에 대한 경고가 될 것이다.
한국이 가야할 길
우리는 한국이 미국과 전략적 우방국이라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도 어떻게든 많이 봐줄 것이라는 착각부터 버려야 한다. 대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는 첫날부터 우리는 미국이 밀어 붙일 기후변화와 연동된 새로운 무역협정에 대응해야 한다. 그 협상 대표는 바이든이 이야기했듯이 미국의 환경운동가들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배출관련 이슈에서는 타협이 되지 않는 상대다. 이들과 우리나라 협상대표들이 만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데 벌써 이것부터 익숙한 일이 아니다.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나라, 재생에너지 비율도 꼴찌, 기후평가 지수도 꼴찌인 나라, 거기다가 기후악당으로 낙인찍힌 우리나라가 운신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거의 없어 보인다. 고통스러운 기후적응을 시작해야할 것이다. 한국이 기후대응을 잘하는 모범국가가 되거나, 아니면 어마어마한 탄소국경세를 지불해야만 하는 선택이다.
그 동안 우리에게 공짜로 보였던 탄소는 바이든 승리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무역 협상가는 이렇게 요구할 것이다.
“탄소세를 당신 스스로에게 내거나 아니면 우리에게 내시오!”

출처: https://pante.blog/425
민주당 정강 정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무역협상을 할 때 양자협상이 아니라 ‘다자협상’이다. 또한 오바마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다른 점은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다. 중동에 집중해온 오바마와 달리 바이든은 아시아를 중시 여긴다. 특히 트럼프가 버린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을 복구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양자 간의 무역협정보다 이렇게 TPP와 같은 다자간의 무역협정으로 한국을 묶어낼 것이다. 이럴수록 국제적인 기준은 더 중요시 된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를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가이드라인과 다양한 국제 환경 협정을 면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무역협정에 적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은 한국의 산업을 기후위기 시대의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에 맞게 전환하는 길과 맞물려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는 길을 우리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데 시간을 놓치면 결국 외부의 힘에 끌려가게 될 것이다.
바이든이 추구하는 기후정책과 무역협정의 연동은 사실 오바마 정부 2기 때 중국과 함께 준비해온 정책이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으로 중국과 대립하면서 기후정책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력을 해 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은 중국 정부와 ‘미중전략경제대화’(U.S.–China Strategic and Economic Dialogue)을 만들어 자동차, 발전소, 수송, 냉장고 냉매, 그린 빌딩, 그린 도시, 산림분야, 녹색 항구와 배, 온실가스 데이터라는 아홉 가지 영역을 지원했다. 미국의 기술과 표준을 중국에 지원한 것이다.
이유는 2013년 존-케리 국무장관과 중국 왕양 부주석이 작성한 ‘전략경제워킹그룹’ 보고서에 잘 나와 있다.(출처:https://2009-2017.state.gov/e/oes/rls/rpts/258282.htm, 미국무성)
이 합의문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서 온실가스 감축 기술과 새로운 금융 표준을 만들고 국경을 넘어 파급효과를 만들자’는 것이고, 무역을 하는 나라들과 ‘온실가스 감축 성과의 입증’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끌어들여 세계무역기구(WTO)에 온실가스 감축 조항을 삽입하여 지구촌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중국이 손을 합치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를 매우 적절하게 계승하고 있다. 지금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당장은 중국과 대립을 하겠지만. 기후정책과 무역협정을 지구적으로 파급시키기 위해서는 당선 이후 적절한 시점에 중국과 손을 잡을 것이다.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 계획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으면 우리는 빠져 나갈 길이 없다. 라면을 수출하려고 해도 온실가스 검증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그랬듯이 바이든 정부도 우리나라를 봐주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오바마 정부 때에도 우리나라가 미리 기후대응 정책을 준비하면 산업전환을 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민들 수 있고, 시민공동체를 강화하고, 중간층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기존 탄소 사회에서 그저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길과 그 혜택을 『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개의 복이 온다』라는 졸저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지금 늦었지만 여전히 우리가 가야할 길은 20세기의 탄소 패러다임이 아니라 21세기 탈탄소 패러다임을 정치, 경제, 사회, 환경, 외교, 교육 등에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정말 대담하게 ‘탈탄소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을 중심으로 기후대응 전략(탈탄소와 정의로운 전환이 생략된 기존의 한국형 그린 뉴딜을 벗어나서)을 단기, 중기, 그리고 장기적으로 체계화하여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남아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기회도 놓치면 바이든 정부 이후 우리가 맞이할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고통스러운 협상과 보잘 것 없는 성과’로 우리나라는 코로나 19에 더해 엄혹한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오기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2020년 문재인 정부의 ‘탈탄소 지향 그린뉴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산업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후위기 대응은 ‘희망사항’(wish list)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올해 초 독일 민간기후연구소 ‘저먼워치'(Germanwatch)와 국제환경단체연합체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평가 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는 100점 기준으로 26.75를 기록(스웨덴은 75.77), 61개 나라 중 58위로 꼴찌였다.
우리나라는 이런 성적표로도 그동안 잘 버텼다. 이유는 미 트럼프 정부가 기후위기대응에 부정적으로 나오면서다.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사우디아라비아도 함께 트럼프 정부와 손을 잡고 지구적 기후변화대응을 막아왔다. 핑계를 대자면 국제사회의 대세가 기후문제 해결에 부정적인데, 굳이 우리나라가 특별히 노력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11월 3일 미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사정은 확 달라질 것이다. 바이든 이후 우리의 기후위기 대응은 ‘희망사항’에서 즉시 ‘고통사항’(pain list)으로 바뀔 것이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우리는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준비하지도 실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위기가 폭염, 폭우, 태풍, 산불, 해수면 상승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이슈를 포괄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으로 나타나 꽤 고통스럽게 한국을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로 경제를 유지해온 우리나라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바이든 정부의 기후정책을 수용해야 한다. 이것을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에 비로소 알아차려 봐야 이미 늦을 것이다. 지금부터 면밀하게 준비해도 시간이 얼마 없지만 그래도 대비를 안 하는 것보다는 낮지 않겠는가?
좀 더 유력해진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
8월 29일 미 여론 조사기관인 ‘모닝 컨설트’(Morning Consult)는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대선후보 지지율에 대한 여론 조사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50%, 도널드 트럼프 44%로 바이든이 6% 앞섰다. 이 여론조사는 24일부터 4일간의 공화당 전당대회라는 컨벤션 효과, 즉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한 효과를 반영한 것이라서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는 2016년 미 대선의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이겼지만, 본선에서는 트럼프가 결국 이겼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숨어 있는) 백인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의 승리를 예언한다. 맞다. 지금은 바이든이 트럼프를 앞서지만 조만간 트럼프의 승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대다수의 여론 조사 전문가들도 인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계적으로 2016년과 다른 맥락을 주목 해 볼 필요가 있다. 모닝 컨설트의 여론 조사를 보면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힐러리의 지지는 40%, 트럼프는 44%로 트럼프가 앞서 있었지만 당시 16%는 지지를 표시하지 않은 부동층(浮動層)이었다.
이에 반해 2020년에는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에도 바이든이 6% 앞서있다. 결정적으로 부동층도 16%에서 7%로 줄어들었다. 예측을 방해하는 변수가 확 줄었다는 이야기다. 이대로 커다란 변수가 없다면 11월 3일 선거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무모한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 미국 동부는 강력한 허리케인, 서부는 꺼지지 않는 캘리포니아 산불, 전국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매우 심대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모든 고통은 기후위기와 연관되어 있고, 그것은 대공황 이후의 최대의 미국의 경제위기로 나아가 지구적 경제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 미국은 코로나위기, 기후위기, 경제위기, 인종위기, 국제 리더십위기라는 유사 이래 가장 복잡한 위기상황에 몰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의 등장은 어떤 모습일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이든 정부:강력한 기후대응 정책과‘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출처: MES Inc
바이든이 당선되는 첫날 할 일이 있다. 트럼프가 작년 11월 4일 제출한 ‘파리기후협정’ 탈퇴서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유예기간이 1년이라서 2020년 11월 4일, 미국은 자동으로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가 된다. 그래서 바이든은 당선되자마자 재가입을 선언할 것이다. 이것이 바이든 정부의 첫 번째 일이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온실가스를 주요 배출 국가들의 감축목표를 대담하게 상승시킬 것을 요구할 것이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제로(net-zero) 달성을 선언하고, 2035년까지 모든 전기에너지를 청정에너지(현재 38%)로 전환한다고 약속할 것이며, 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향후 10년 간 연방정부 1.7조 달러 및 민간과 주정부 등에서 5조 달러를 준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건물을 그린 리모델링하고 청정에너지를 자동차와 비행기, 선박에 적용하여 온실가스를 대담하게 감축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렇게 7월 27일 발표한 미 민주당 정강정책(2020 Democratic Party Platform)은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하여 바이든 정부의 기후대응정책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이쯤에서 바이든 정부가 정말 선한 목적으로 지구가 걱정해서 기후이슈를 부각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산불, 허리케인, 한파로 고통과 피해를 받고 있는 미국의 시민들과 커뮤니티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더해 아니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경제적 목적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기술과 기후 금융 표준을 지구적으로 관철하는 데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정강 정책 발표 하루 뒤인 7월 28일 연합철강노동자들의 질문에 대한 바이든의 답변을 보면 기후이슈가 어떤 범위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를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바이든은 기후변화를 미국이 주도할 무역협정에 활용한다는 사실이다.
둘째, 무역협정에 ‘환경운동가들’을 정부 협상 전문가로 임명하겠다고 한다. 환경운동가들이 새로운 무역협상을 시작부터 주도하여 환경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선언 한다.
셋째, 바이든은 기후이슈를 무역협정과 연관시키는 것이 미국 내 무너진 중산층을 다시 세우는 전략의 일환임을 밝히면서, 그들의 임금을 인상시키고, 지역공동체를 강화하면서 미국 ‘국내’에서 녹색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지 해외에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출처: https://ielp.worldtradelaw.net/2020/07/biden-responds-to-steelworkers-on-trade.html)
기후이슈를 무역협정에 포함시킨다는 목표로 무장한 바이든 정부는 임기를 시작하면서 100일 동안 주요 온실가스 배출 국가들이 참여하는 ‘기후 정상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정부 시절 기후위기 대응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이었던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이 정상회담을 통해 기후이슈를 미국의 안보 정책, 무역 정책, 외교 정책 안으로 통합할 것이다.
결국 미국은 기후위기 대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나라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 서비스에 대해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것이다. 유럽연합도 미국과 연합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유럽연합도 2019년 이미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무역국인 미국과 유럽연합이 손을 잡으면 다른 선택의 길이 있을까?
그러면서 바이든은 이것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캠페인으로 연결한다. 먼저 미국은 자국에서 만들어진 상품과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대상이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은 미국이 정한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이 제시한 표준에 따르고, 기후기술을 구입해서 해결해야 한다.
기후이슈를 전 방위적으로 적용하는 것, 이것이 바이든이 추구할 바이 아메리카다. 한편으로는 미국 내에서 온실가스를 완전히 줄이는 데 명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나라들이 알아서 준수해야할 규정을 부과하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한발 더 나가 지구적인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지도력도 발휘할 것이다. G20과 협력해서 석탄수출, 화석연료 사업지원과 같은 고탄소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보조금 지원을 금지시키는 작업을 할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는 1년 안에 미 연방정부 차원에서 석탄, 석유, 가스,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시키고, 대신 그 보조금을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투자한다고 밝히고 있다.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정책은 전 세계 석탄수출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출해온 중국, 일본, 우리나라에 대한 경고가 될 것이다.
한국이 가야할 길
우리는 한국이 미국과 전략적 우방국이라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도 어떻게든 많이 봐줄 것이라는 착각부터 버려야 한다. 대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는 첫날부터 우리는 미국이 밀어 붙일 기후변화와 연동된 새로운 무역협정에 대응해야 한다. 그 협상 대표는 바이든이 이야기했듯이 미국의 환경운동가들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배출관련 이슈에서는 타협이 되지 않는 상대다. 이들과 우리나라 협상대표들이 만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데 벌써 이것부터 익숙한 일이 아니다.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나라, 재생에너지 비율도 꼴찌, 기후평가 지수도 꼴찌인 나라, 거기다가 기후악당으로 낙인찍힌 우리나라가 운신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거의 없어 보인다. 고통스러운 기후적응을 시작해야할 것이다. 한국이 기후대응을 잘하는 모범국가가 되거나, 아니면 어마어마한 탄소국경세를 지불해야만 하는 선택이다.
그 동안 우리에게 공짜로 보였던 탄소는 바이든 승리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무역 협상가는 이렇게 요구할 것이다.
“탄소세를 당신 스스로에게 내거나 아니면 우리에게 내시오!”
출처: https://pante.blog/425
민주당 정강 정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무역협상을 할 때 양자협상이 아니라 ‘다자협상’이다. 또한 오바마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다른 점은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다. 중동에 집중해온 오바마와 달리 바이든은 아시아를 중시 여긴다. 특히 트럼프가 버린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을 복구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양자 간의 무역협정보다 이렇게 TPP와 같은 다자간의 무역협정으로 한국을 묶어낼 것이다. 이럴수록 국제적인 기준은 더 중요시 된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를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가이드라인과 다양한 국제 환경 협정을 면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무역협정에 적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은 한국의 산업을 기후위기 시대의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에 맞게 전환하는 길과 맞물려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는 길을 우리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데 시간을 놓치면 결국 외부의 힘에 끌려가게 될 것이다.
바이든이 추구하는 기후정책과 무역협정의 연동은 사실 오바마 정부 2기 때 중국과 함께 준비해온 정책이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으로 중국과 대립하면서 기후정책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력을 해 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은 중국 정부와 ‘미중전략경제대화’(U.S.–China Strategic and Economic Dialogue)을 만들어 자동차, 발전소, 수송, 냉장고 냉매, 그린 빌딩, 그린 도시, 산림분야, 녹색 항구와 배, 온실가스 데이터라는 아홉 가지 영역을 지원했다. 미국의 기술과 표준을 중국에 지원한 것이다.
이유는 2013년 존-케리 국무장관과 중국 왕양 부주석이 작성한 ‘전략경제워킹그룹’ 보고서에 잘 나와 있다.(출처:https://2009-2017.state.gov/e/oes/rls/rpts/258282.htm, 미국무성)
이 합의문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서 온실가스 감축 기술과 새로운 금융 표준을 만들고 국경을 넘어 파급효과를 만들자’는 것이고, 무역을 하는 나라들과 ‘온실가스 감축 성과의 입증’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끌어들여 세계무역기구(WTO)에 온실가스 감축 조항을 삽입하여 지구촌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중국이 손을 합치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를 매우 적절하게 계승하고 있다. 지금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당장은 중국과 대립을 하겠지만. 기후정책과 무역협정을 지구적으로 파급시키기 위해서는 당선 이후 적절한 시점에 중국과 손을 잡을 것이다.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 계획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으면 우리는 빠져 나갈 길이 없다. 라면을 수출하려고 해도 온실가스 검증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그랬듯이 바이든 정부도 우리나라를 봐주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오바마 정부 때에도 우리나라가 미리 기후대응 정책을 준비하면 산업전환을 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민들 수 있고, 시민공동체를 강화하고, 중간층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기존 탄소 사회에서 그저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길과 그 혜택을 『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개의 복이 온다』라는 졸저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지금 늦었지만 여전히 우리가 가야할 길은 20세기의 탄소 패러다임이 아니라 21세기 탈탄소 패러다임을 정치, 경제, 사회, 환경, 외교, 교육 등에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정말 대담하게 ‘탈탄소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을 중심으로 기후대응 전략(탈탄소와 정의로운 전환이 생략된 기존의 한국형 그린 뉴딜을 벗어나서)을 단기, 중기, 그리고 장기적으로 체계화하여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남아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기회도 놓치면 바이든 정부 이후 우리가 맞이할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고통스러운 협상과 보잘 것 없는 성과’로 우리나라는 코로나 19에 더해 엄혹한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오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