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번 12월 3일부터 2주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 24차 유엔기후총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핵심적 관심은 무엇이었을까? 회의장에 파견된 목적에 따라 다소 관심사가 달랐겠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총회를 이끌어간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요약하면 1)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이 지난 10월 대한민국 송도에서 결의하고 이번 유엔기후총회에 제출한 특별보고서, 즉 지구온도 섭씨 1.5도 이상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하는 것(Welcoming the IPCC 1.5C report) 2) 정부, 시민단체, 노동조합, 청소년, 기업, 국제기구, 종교단체, 원주민들이 크고 작은 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나 진행한 탈라노아 대화(Talanoa Dialogue) 성과를 총회 최종 결정문에 반영하는 것 3) 이번에 각국에서 참여한 청소년들의 호소에 관심을 갖는 것 4) 그리고 정부 협상 대표들이 문을 닫아 놓고 논의한 파리협정 이행 지침서 즉 “룰북(the Paris Rulebook)”을 197개 당사국들이 결정하는 일이었다.
파리협정의 이행지침인 룰북은 2015년 결정한 파리협정을 2021년부터 실행하기 위한 청사진이다. IPCC의 1.5C 특별보고서의 채택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지구촌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분명한 목적과 목표를 합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목표를 새롭게 세우기 위해서 필요했다. 특히 2018년 1월부터 시작한 기후변화 대응을 촉진하는 집단적인 대화모임인 ‘탈라노아 대화’는 파리협정을 밀고 가는 추진체의 동력(Fuel)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총회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미래세대 청소년들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 세대라는 점에서 청소년들의 참여와 목소리는 총회기간 내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그리고 CNN과 BBC등 세계의 언론들은 유엔기후총회의 논의와 진행과정을 톱뉴스로 다루고 있었다.
이번 총회의 결과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우선 IPCC 특별보고서를 둘러싸고 첫째 주부터 가장 논란이 많았다. 카토비체 현장에서는 그랬다. 결국 IPCC 특별보고서의 채택은 2019년 차기 회의로 연기되었다. 이로써 기후변화 대응을 이끌어갈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는 당분간 사라지게 된다. 아울러 2020년까지 지구촌의 각 국가들이 새로운 목표로 더 많은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제출해야한다는 탈라노아 대화의 의욕적이고(ambitious) 구체적인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담은 대화 성과도 결정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최종 결정문은 “지구촌의 각 나라들에게 2020년 온실가스 저감 목표(NDCs)를 준비하고 강화하는 데 탈라노아 대화의 성과를 고려할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라고 정리했다.(“invite[d]” countries to “consider” the outcomes of the Talanoa dialogue in preparing their NDCs and in efforts to enhance pre-2020 ambition)
탈라노아 대화에서 나온 구체적인 온실가스 저감과 적응 목표에 대한 성과들은 표현되지 않았다. 이로써 파리협정을 이끌 추진체의 동력은 여전히 힘을 얻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이행 지침인 룰북은 총회 마감시간인 12월 14일 금요일을 넘겨 15일 결정이 되었다. 이 룰북을 결정하기 위해 15일 제출된 초안의 명칭은 ‘의장 제안서’(Proposal of the President, Informal compilation of L-documents) 이다. 24차 총회를 이끈 폴란드 환경부 차관 ‘미하우 쿠르티카(Michal Kurtyka)’가 전권을 갖고 만든 제안서였다. 이 제안서는 2018년 12월 12일 수요일까지 다투고 있었던 7백 개의 결정되지 않은 쟁점들을 모두 날려버리고 제출되었다. 각 나라에서 제출한 여러 쟁점이 될 만한 요구들은 깨끗하게 지워졌다. 당연히 기후변화의 피해 국가들이 제출한 요구들도 사라졌고, 이들의 분노는 때때로 봉쇄되었다.
기후변화로 물에 잠기고 있는 섬나라들, 기후변화 피해국가들과 피해주민들을 위한 시금석(touchstone)인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에 대한 조항도 홀대를 받았다. 이번 IPCC특별보고서, 탈라노아 대화 등에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강력한 요청들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손실과 피해조항은 기대를 모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 조항이 참가한 당사국들에 의해 각주로 격하될(Relegated) 뻔 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다시 본 조항으로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손실과 피해에 대한 정보, 행동,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라기 보다 관심있는 당사국(interested parties)들이 이런 정보와 행동, 지원을 적절히 제공할 수 있다(may provide, as appropriate…)는 정도로 룰북에 반영되었을 뿐이다. 이렇게 다양한 쟁점들도 얼버무려 졌다. 온실가스 거래를 위한 시장 메카니즘의 예를 들어 보자. 룰북의 제 6조(Article 6)를 구성하고 있는 온실가스 시장 메카니즘은 총회 첫주차에 당사국들이 계속 내용을 추가하면서 너무나 복잡해져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온실가스이중계산(double checking) 금지 조항에 대해 브라질이 반대를 하면서 이번 총회에서 룰북이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최악의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이런 쟁점을 차기 25차 총회로 미루고, 그 동안 24차 총회를 준비하면서 만들어진 700개의 쟁점을 깨끗하게 밀어버린 룰북 초안이 15일 통과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죽을 수 있었던 룰북을 살렸다는 정도의 자조를 하면서 만족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들을 만들고 있는데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부자국가들은 자신들이 우선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과학적인 성과를 무시하고, 총회를 왜곡하고 방해했다. 이래도 되는가?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지구촌의 정상들과 고위직들에게 정치적 결정을 요청하면서 회의기간중 수 백 개의 도시에서 행진을 했다. 그런데 폴란드 카토비체에 온 외교관들, 고위 공무원들, 정치가들, 정책결정자들은 쟁점을 모두 지워 버린 알맹이가 없는 룰북을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카토비체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남겨진 숙제들을 풀기 위해서 이미 헝클어져 버린 실타래를 풀어보아야 한다.
이번 유엔기후총회에서 많은 일을 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자화자찬하는 정부대표자들, 단체와 기관의 대표들을 만나보면 다소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지금은 파견 대표들이 총회장에서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다시 성찰할 때다. 그래서 내년과 2020년에는 지구온도 1.5도씨 이하를 달성하기 위한 매우 의욕적인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적응, 매년 1천억 달러 기후 재정 확보, 해결 모델을 새롭게 밀고 나가야 한다.
폴란드 카토비체
우리 일행은 2018년 11월 30일 오후 11시, 폴란드 남부 실레지아(Silesia) 주에 소속된 카토비체에 도착했다. 카토비체, 12월 2일부터 14일까지 2주일 동안 제 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UINFCCC)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도시이다. 우리 일행은 푸른아시아 나와 로스 전문위원, 천주교 프란치스코회 김종화 신부님, 그리고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민정희 사무총장이다.
이번 총회에는 우리는 유엔기후 총회장 안에서 1주차 기간에 푸른아시아 활동 모델 관련 전시부스를 공식 운영하고, 종교간 탈라노아 대화에 참여하여 발언하는 등의 임무를 가지고 갔다.

폴란드 카토비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석탄가스가 도시를 하얗게 덮고 있었다. 떠나는 날까지 석탄가스 속에서 활동해야 했다. 지구촌의 정부, 과학자, 시민단체, 원주민, 기업 등을 대표해서 23,000명이 이번에 카토비체에 왔다. 카토비체는 오래된 석탄도시다. 폴란드는 전기 80%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나라이다. 그런데 도착후 이번 2021년부터 적용할 파리협정 이행 가이드라인인 “룰북(Paris Rulebook)”과 IPCC 1.5C등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회의를 왜 여기서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12월 3일, 총회 개막연설에서 이번 총회 의장을 맡은 폴란드 미하우 쿠르티카(Michal Kurtyka)의 연설을 통해 그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폴란드는 석탄이 아닌 청정에너지로의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을 이번 총회의 주요 방향으로 제안했다. 첫째 주 나는 안드레이 두다 (Andrzej Duda) 폴란드 대통령이 회의에 참여한 50개 나라들이 함께 서명한 ‘실레지아 선언’을 발표한다. 실레지아 선언에서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이 석탄 산업을 청정에너지로 전환했을 시 기존 폴란드 노동자들과 공동체에 끼치는 영향 문제를 거론한다. 뿐만 아니라 12월 2일 저녁에 진행한 종교 탈라노아 대화(2017년 기후총회에서 제안되어 수용한 대화 방식, 피지(Fiji)어로 탈라노아는 서로가 포용하고 수용하고 경청하여 결론에 도달하는 것인데 2018년 1월부터 다양한 주체들이 탈라노아 대화로 기후변화의 해법과 방향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음)에 참여한 카토비체 시 관계자도 석탄 산업 노동자들과 카토비체 겪을 현안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정말 이번 총회처럼 에너지 전환 시 겪을 노동자들과 공동체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은 모든 참여자들에게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폴란드는 정말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에너지 전환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첫째, 기후변화를 해결하자는 유엔총회 개최 며칠 전에 카토비체에 새로운 석탄광산을 열었다는 점. 둘째, 폴란드 대통령은 총회 개최 연설에서 석탄광산을 전면적으로 포기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폴란드 최대 석탄 회사들이 기후총회의 파트너로 참가한 점. 셋째, 카토비체 주민들이 밝힌 바는 어떤 회사가 풍력발전기를 세웠는데 카토비체 시가 와서 부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카토비체는 에너지 전환의 의지가 없어 보였다.
아울러 기후총회장의 폴란드 정부 전시관(Pavilion) 바로 옆에 벽과 바닥에 석탄을 전시하고, 석탄으로 만든 비누, 귀걸이를 전시하고 필요하면 사시라고 친절한 안내를 해 놓은 것을 볼 때 폴란드는 석탄사업을 전환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번 24차 기후총회 의장인 폴란드 사람 미하우 쿠르티카는 총회 개최 연설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카토비체에서 성공이 없으면 파리총회의 성공도 없다“고 했다. 나는 카토비체에서 그가 말한 성공이 무엇인지 결국 문제투성이의 파리협약 이행 가이드라인을 무리해서라도 통과시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IPCC 1,5℃ 지구온난화 특별보고서’ 수용하기
(An IPCC Special Report on the impacts of global waring of 1.5℃, Summary of Policymakers)
12월 4일 오후 3시 총회장에서 개최된 IPCC 특별보고서 발표는 회의장의 열기를 끌어 올렸다. 1주차를 흔히 기술적인 회기(Technical session)라고 하고 고위급들이 대거 들어오는 2주차를 정치적인 회기(Political session)라고 한다. 이번 1주차 기술적인 세션의 결론은 아무래도 IPCC의 1.5℃ 보고서 채택여부였다.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는 지난 파리협정에서 1.5도씨 상승 억제를 위한 보고서 작성을 당사국들로부터 공식적으로(formally) 위임받았다. 2018년 이번 총회에 보고를 하고 당사국들이 이를 수용(Welcoming)하면 된다. 그래서 지난 10월 대한민국 송도에서 1.5도씨 특별보고서가 IPCC 내부에서 결정되고 24차 기후총회에 보고되었다.
나는 보고 현장에 있었다.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문(SPM, Summary for Policymakers)들이 보고되었다.
”2030년이 되면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1.5℃ 이상이 오른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0년 기준으로 45%를 줄이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발생 0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수요, 토양을 통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달성에 깊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보고였다.
이 보고서는 완성여부를 떠나 채택되는 순간부터 기후변화 대응의 목표가 생기게 된다. 작년 제 23차 기후총회의 의장이었던 섬나라 피지의 장관은 1.5℃이하의 상승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각국이 제안했던 온실가스 감축량의 5배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IPCC의 제안에 대해 참여 당사국들과 시민단체, 원주민 대표들은 일제히 새로운 온실가스 저감 목표(NDC)를 정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독일과 노르웨이는 더 많은 기후재정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두 배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개도국들은 하나같이 기후변화에 책임 있는 선진국들이 재정, 기술, 역량개발을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여러 선진국들도 새롭고 더욱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을 요청했다. 이는 12월 6일 오전 속개된 탈라노아 대화에서도 그 열기가 이어졌다. 키리바시에서 온 정부 대표는 이렇게도 정리했다.
”온실가스 발생량이 0.03%도 안 되는 섬나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IPCC가 1.5℃상승을 인류기후변화에 적응가능한 수준이라고 하는데 섬나라의 견지에서 그 정도도 위험하다. 왜 1.5℃ 상승을 안전하다고 보는가?“ 라고 말이다.
나는 사실 1.5도 상승 시 산호초의 70% 이상이 사라지고 식량 생산이 30% 정도 정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1.5도 상승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보루로 IPCC 과학자들은 제안을 했다.
12월 8일 마지막 주 당사국 총회가 개최되어 기술적인 세션의 결과를 내어야 했다. 그것이 IPCC 특별 보고서였다. 그런데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4개국은 IPCC 특별보고서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로써 IPCC 특별보고서 수용은 2019년 25차 총회로 넘어가게 된다. 24차 총회의 결정문에는 이렇게 얼버무려져 정리되어 있다.

24차 총회는 보고서를 수용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적절한 시간 안에 만들어졌음(완성되었다는 의미가 아님)을 수용한다. 유엔기후총회에서 이후에도 계속 논의하는 데 이 보고서를 활용하도록 당사국들에게 정중하게 요청한다 .(It did not “welcome” the report, but did welcome its “timely completion” and “invited” countries to make use of the report in subsequent discussions at the UNFCCC)
그런데 회의장 안 분위기는 이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국제탄소프로젝트(GCP, Global Carbon Project)에 따르면 2018년 이미 전년 대비 2.8%의 온실가스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조건하에서 4개 국가는 과학자들의 제안을 무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 대표(Negotiator)이자 사우디 최대 석유회사를 대표해서 온 아이만 샤슬리(Ayman Shasly)는 IPCC의 결론이 자신이 아는 과학적 결론과 다르다(Science gap and Knowledge gap)고 우기면서 특별 보고서를 반대했다. 심지어 그는 당사국들이 언제 IPCC에 이런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위임했는지를 물었다. 공식적으로 위임한 것을 모르게 이야기했을까? 아니다. 한마디로 회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로써 1주차 기술적 세션의 회의 성과는 4개 온실가스 과다 배출국들 방해로 무산된다.
글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요약
이번 12월 3일부터 2주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 24차 유엔기후총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핵심적 관심은 무엇이었을까? 회의장에 파견된 목적에 따라 다소 관심사가 달랐겠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총회를 이끌어간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요약하면 1)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이 지난 10월 대한민국 송도에서 결의하고 이번 유엔기후총회에 제출한 특별보고서, 즉 지구온도 섭씨 1.5도 이상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하는 것(Welcoming the IPCC 1.5C report) 2) 정부, 시민단체, 노동조합, 청소년, 기업, 국제기구, 종교단체, 원주민들이 크고 작은 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나 진행한 탈라노아 대화(Talanoa Dialogue) 성과를 총회 최종 결정문에 반영하는 것 3) 이번에 각국에서 참여한 청소년들의 호소에 관심을 갖는 것 4) 그리고 정부 협상 대표들이 문을 닫아 놓고 논의한 파리협정 이행 지침서 즉 “룰북(the Paris Rulebook)”을 197개 당사국들이 결정하는 일이었다.
파리협정의 이행지침인 룰북은 2015년 결정한 파리협정을 2021년부터 실행하기 위한 청사진이다. IPCC의 1.5C 특별보고서의 채택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지구촌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분명한 목적과 목표를 합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목표를 새롭게 세우기 위해서 필요했다. 특히 2018년 1월부터 시작한 기후변화 대응을 촉진하는 집단적인 대화모임인 ‘탈라노아 대화’는 파리협정을 밀고 가는 추진체의 동력(Fuel)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총회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미래세대 청소년들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 세대라는 점에서 청소년들의 참여와 목소리는 총회기간 내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그리고 CNN과 BBC등 세계의 언론들은 유엔기후총회의 논의와 진행과정을 톱뉴스로 다루고 있었다.
이번 총회의 결과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우선 IPCC 특별보고서를 둘러싸고 첫째 주부터 가장 논란이 많았다. 카토비체 현장에서는 그랬다. 결국 IPCC 특별보고서의 채택은 2019년 차기 회의로 연기되었다. 이로써 기후변화 대응을 이끌어갈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는 당분간 사라지게 된다. 아울러 2020년까지 지구촌의 각 국가들이 새로운 목표로 더 많은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제출해야한다는 탈라노아 대화의 의욕적이고(ambitious) 구체적인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담은 대화 성과도 결정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최종 결정문은 “지구촌의 각 나라들에게 2020년 온실가스 저감 목표(NDCs)를 준비하고 강화하는 데 탈라노아 대화의 성과를 고려할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라고 정리했다.(“invite[d]” countries to “consider” the outcomes of the Talanoa dialogue in preparing their NDCs and in efforts to enhance pre-2020 ambition)
탈라노아 대화에서 나온 구체적인 온실가스 저감과 적응 목표에 대한 성과들은 표현되지 않았다. 이로써 파리협정을 이끌 추진체의 동력은 여전히 힘을 얻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이행 지침인 룰북은 총회 마감시간인 12월 14일 금요일을 넘겨 15일 결정이 되었다. 이 룰북을 결정하기 위해 15일 제출된 초안의 명칭은 ‘의장 제안서’(Proposal of the President, Informal compilation of L-documents) 이다. 24차 총회를 이끈 폴란드 환경부 차관 ‘미하우 쿠르티카(Michal Kurtyka)’가 전권을 갖고 만든 제안서였다. 이 제안서는 2018년 12월 12일 수요일까지 다투고 있었던 7백 개의 결정되지 않은 쟁점들을 모두 날려버리고 제출되었다. 각 나라에서 제출한 여러 쟁점이 될 만한 요구들은 깨끗하게 지워졌다. 당연히 기후변화의 피해 국가들이 제출한 요구들도 사라졌고, 이들의 분노는 때때로 봉쇄되었다.
기후변화로 물에 잠기고 있는 섬나라들, 기후변화 피해국가들과 피해주민들을 위한 시금석(touchstone)인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에 대한 조항도 홀대를 받았다. 이번 IPCC특별보고서, 탈라노아 대화 등에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강력한 요청들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손실과 피해조항은 기대를 모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 조항이 참가한 당사국들에 의해 각주로 격하될(Relegated) 뻔 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다시 본 조항으로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손실과 피해에 대한 정보, 행동,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라기 보다 관심있는 당사국(interested parties)들이 이런 정보와 행동, 지원을 적절히 제공할 수 있다(may provide, as appropriate…)는 정도로 룰북에 반영되었을 뿐이다. 이렇게 다양한 쟁점들도 얼버무려 졌다. 온실가스 거래를 위한 시장 메카니즘의 예를 들어 보자. 룰북의 제 6조(Article 6)를 구성하고 있는 온실가스 시장 메카니즘은 총회 첫주차에 당사국들이 계속 내용을 추가하면서 너무나 복잡해져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온실가스이중계산(double checking) 금지 조항에 대해 브라질이 반대를 하면서 이번 총회에서 룰북이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최악의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이런 쟁점을 차기 25차 총회로 미루고, 그 동안 24차 총회를 준비하면서 만들어진 700개의 쟁점을 깨끗하게 밀어버린 룰북 초안이 15일 통과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죽을 수 있었던 룰북을 살렸다는 정도의 자조를 하면서 만족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들을 만들고 있는데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부자국가들은 자신들이 우선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과학적인 성과를 무시하고, 총회를 왜곡하고 방해했다. 이래도 되는가?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지구촌의 정상들과 고위직들에게 정치적 결정을 요청하면서 회의기간중 수 백 개의 도시에서 행진을 했다. 그런데 폴란드 카토비체에 온 외교관들, 고위 공무원들, 정치가들, 정책결정자들은 쟁점을 모두 지워 버린 알맹이가 없는 룰북을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카토비체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남겨진 숙제들을 풀기 위해서 이미 헝클어져 버린 실타래를 풀어보아야 한다.
이번 유엔기후총회에서 많은 일을 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자화자찬하는 정부대표자들, 단체와 기관의 대표들을 만나보면 다소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지금은 파견 대표들이 총회장에서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다시 성찰할 때다. 그래서 내년과 2020년에는 지구온도 1.5도씨 이하를 달성하기 위한 매우 의욕적인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적응, 매년 1천억 달러 기후 재정 확보, 해결 모델을 새롭게 밀고 나가야 한다.
폴란드 카토비체
우리 일행은 2018년 11월 30일 오후 11시, 폴란드 남부 실레지아(Silesia) 주에 소속된 카토비체에 도착했다. 카토비체, 12월 2일부터 14일까지 2주일 동안 제 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UINFCCC)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도시이다. 우리 일행은 푸른아시아 나와 로스 전문위원, 천주교 프란치스코회 김종화 신부님, 그리고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민정희 사무총장이다.
이번 총회에는 우리는 유엔기후 총회장 안에서 1주차 기간에 푸른아시아 활동 모델 관련 전시부스를 공식 운영하고, 종교간 탈라노아 대화에 참여하여 발언하는 등의 임무를 가지고 갔다.
폴란드 카토비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석탄가스가 도시를 하얗게 덮고 있었다. 떠나는 날까지 석탄가스 속에서 활동해야 했다. 지구촌의 정부, 과학자, 시민단체, 원주민, 기업 등을 대표해서 23,000명이 이번에 카토비체에 왔다. 카토비체는 오래된 석탄도시다. 폴란드는 전기 80%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나라이다. 그런데 도착후 이번 2021년부터 적용할 파리협정 이행 가이드라인인 “룰북(Paris Rulebook)”과 IPCC 1.5C등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회의를 왜 여기서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12월 3일, 총회 개막연설에서 이번 총회 의장을 맡은 폴란드 미하우 쿠르티카(Michal Kurtyka)의 연설을 통해 그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폴란드는 석탄이 아닌 청정에너지로의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을 이번 총회의 주요 방향으로 제안했다. 첫째 주 나는 안드레이 두다 (Andrzej Duda) 폴란드 대통령이 회의에 참여한 50개 나라들이 함께 서명한 ‘실레지아 선언’을 발표한다. 실레지아 선언에서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이 석탄 산업을 청정에너지로 전환했을 시 기존 폴란드 노동자들과 공동체에 끼치는 영향 문제를 거론한다. 뿐만 아니라 12월 2일 저녁에 진행한 종교 탈라노아 대화(2017년 기후총회에서 제안되어 수용한 대화 방식, 피지(Fiji)어로 탈라노아는 서로가 포용하고 수용하고 경청하여 결론에 도달하는 것인데 2018년 1월부터 다양한 주체들이 탈라노아 대화로 기후변화의 해법과 방향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음)에 참여한 카토비체 시 관계자도 석탄 산업 노동자들과 카토비체 겪을 현안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정말 이번 총회처럼 에너지 전환 시 겪을 노동자들과 공동체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은 모든 참여자들에게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폴란드는 정말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에너지 전환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첫째, 기후변화를 해결하자는 유엔총회 개최 며칠 전에 카토비체에 새로운 석탄광산을 열었다는 점. 둘째, 폴란드 대통령은 총회 개최 연설에서 석탄광산을 전면적으로 포기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폴란드 최대 석탄 회사들이 기후총회의 파트너로 참가한 점. 셋째, 카토비체 주민들이 밝힌 바는 어떤 회사가 풍력발전기를 세웠는데 카토비체 시가 와서 부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카토비체는 에너지 전환의 의지가 없어 보였다.
아울러 기후총회장의 폴란드 정부 전시관(Pavilion) 바로 옆에 벽과 바닥에 석탄을 전시하고, 석탄으로 만든 비누, 귀걸이를 전시하고 필요하면 사시라고 친절한 안내를 해 놓은 것을 볼 때 폴란드는 석탄사업을 전환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번 24차 기후총회 의장인 폴란드 사람 미하우 쿠르티카는 총회 개최 연설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카토비체에서 성공이 없으면 파리총회의 성공도 없다“고 했다. 나는 카토비체에서 그가 말한 성공이 무엇인지 결국 문제투성이의 파리협약 이행 가이드라인을 무리해서라도 통과시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IPCC 1,5℃ 지구온난화 특별보고서’ 수용하기
(An IPCC Special Report on the impacts of global waring of 1.5℃, Summary of Policymakers)
12월 4일 오후 3시 총회장에서 개최된 IPCC 특별보고서 발표는 회의장의 열기를 끌어 올렸다. 1주차를 흔히 기술적인 회기(Technical session)라고 하고 고위급들이 대거 들어오는 2주차를 정치적인 회기(Political session)라고 한다. 이번 1주차 기술적인 세션의 결론은 아무래도 IPCC의 1.5℃ 보고서 채택여부였다.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는 지난 파리협정에서 1.5도씨 상승 억제를 위한 보고서 작성을 당사국들로부터 공식적으로(formally) 위임받았다. 2018년 이번 총회에 보고를 하고 당사국들이 이를 수용(Welcoming)하면 된다. 그래서 지난 10월 대한민국 송도에서 1.5도씨 특별보고서가 IPCC 내부에서 결정되고 24차 기후총회에 보고되었다.
나는 보고 현장에 있었다.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문(SPM, Summary for Policymakers)들이 보고되었다.
”2030년이 되면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1.5℃ 이상이 오른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0년 기준으로 45%를 줄이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발생 0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수요, 토양을 통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달성에 깊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보고였다.
이 보고서는 완성여부를 떠나 채택되는 순간부터 기후변화 대응의 목표가 생기게 된다. 작년 제 23차 기후총회의 의장이었던 섬나라 피지의 장관은 1.5℃이하의 상승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각국이 제안했던 온실가스 감축량의 5배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IPCC의 제안에 대해 참여 당사국들과 시민단체, 원주민 대표들은 일제히 새로운 온실가스 저감 목표(NDC)를 정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독일과 노르웨이는 더 많은 기후재정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두 배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개도국들은 하나같이 기후변화에 책임 있는 선진국들이 재정, 기술, 역량개발을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여러 선진국들도 새롭고 더욱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을 요청했다. 이는 12월 6일 오전 속개된 탈라노아 대화에서도 그 열기가 이어졌다. 키리바시에서 온 정부 대표는 이렇게도 정리했다.
”온실가스 발생량이 0.03%도 안 되는 섬나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IPCC가 1.5℃상승을 인류기후변화에 적응가능한 수준이라고 하는데 섬나라의 견지에서 그 정도도 위험하다. 왜 1.5℃ 상승을 안전하다고 보는가?“ 라고 말이다.
나는 사실 1.5도 상승 시 산호초의 70% 이상이 사라지고 식량 생산이 30% 정도 정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1.5도 상승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보루로 IPCC 과학자들은 제안을 했다.
12월 8일 마지막 주 당사국 총회가 개최되어 기술적인 세션의 결과를 내어야 했다. 그것이 IPCC 특별 보고서였다. 그런데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4개국은 IPCC 특별보고서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로써 IPCC 특별보고서 수용은 2019년 25차 총회로 넘어가게 된다. 24차 총회의 결정문에는 이렇게 얼버무려져 정리되어 있다.
24차 총회는 보고서를 수용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적절한 시간 안에 만들어졌음(완성되었다는 의미가 아님)을 수용한다. 유엔기후총회에서 이후에도 계속 논의하는 데 이 보고서를 활용하도록 당사국들에게 정중하게 요청한다 .(It did not “welcome” the report, but did welcome its “timely completion” and “invited” countries to make use of the report in subsequent discussions at the UNFCCC)
그런데 회의장 안 분위기는 이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국제탄소프로젝트(GCP, Global Carbon Project)에 따르면 2018년 이미 전년 대비 2.8%의 온실가스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조건하에서 4개 국가는 과학자들의 제안을 무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 대표(Negotiator)이자 사우디 최대 석유회사를 대표해서 온 아이만 샤슬리(Ayman Shasly)는 IPCC의 결론이 자신이 아는 과학적 결론과 다르다(Science gap and Knowledge gap)고 우기면서 특별 보고서를 반대했다. 심지어 그는 당사국들이 언제 IPCC에 이런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위임했는지를 물었다. 공식적으로 위임한 것을 모르게 이야기했을까? 아니다. 한마디로 회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로써 1주차 기술적 세션의 회의 성과는 4개 온실가스 과다 배출국들 방해로 무산된다.
글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