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소식] 벌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단상

[본부소식] 벌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단상

: 기후변화씨네톡 ‘태양의 여왕‘을 보고

글 푸른아시아 활동가 민도정

벌이 사라진다고 해서 지구가 곧 사라질 것도 아닌데, 우리의 미래가 양봉에 걸려 있다 거나, 벌이 죽으면 우리는 끝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호들갑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번 기후변화 씨네톡 ‘Queen of the Sun‘ 에서는 그것이 단순한 우려나 과장만이 아니라는 것을,  벌이 사라지면서 우리와 자연에게 닥친 위험을 유기농 양봉가와 과학자들이 전해주고 있다.

벌집붕괴 현상 (출처: 교육부)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벌이 벌집을 버려두고 사라지는 현상 즉 ‘벌집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벌들이 집에 돌아오지 못해 유충과 여왕벌이 폐사하는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2002년 독일에서는 벌집 봉군(벌들의 떼)의 40%가 죽었고, 2006년에는 미국 벌집 봉군의 50% 죽었다고 합니다. 인간 식량 생산 수분의 40%를 벌이 담당하고 있는데 그 만큼 벌이 사라지면 식량 생산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앞 다투어 벌이 사라진 원인 규명을 시도 하고 있다. 봉군 붕괴 현상의 원인은 다양한 요인을 들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들로는 단일 경작, 살충제 살포, 그리고 유전자 조작 식물의 증가 등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아몬드 꽃과 꿀벌 (출처: 캘리포니아아몬드협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2월 아몬드 꽃 수분을 위해 미국 벌들의 75%가 트럭에 실려 아몬드 농장에 모인다. 한 마디로 아몬드 꽃 수분을 위한 벌의 죽음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한 겨울에 수십만 킬로를 트럭에 실려와 수분도 하기 전에 상당수의 벌들은 상자 안에서 꽃을 기다리다 죽어간다. 항생제가 들어 있는 액상과당(설탕물)으로 연명하며 도로에서 추운 겨울을 견디는 벌들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우리가 즐겨 먹던 아몬드가 벌들의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아몬드 꽃이 지고 난 아몬드 대농장은  벌이 먹을 곳이 없는 사막과 같은 곳이 된다.
이러한 대규모 상업적 단일 경작은 화학 물질의 대량 사용에 의존한다. 특히 살충제와 제초제는 벌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꿀벌의 게놈 서열 구조 분석과정에서 꿀벌은 독과 독성을 해독하는 효소가 부족하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살충제의 주요 성분인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는 신경독성 성분으로 벌이 배우고 탐색하는 능력, 벌이 온갖 정보를 교환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잃게 만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2018년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성분이 들어간 농약 5종을 퇴출시키는 조치를 단행한 바도 있다. 살충제와 제초제 범벅에 휩싸인 벌들은 길을 잃고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이다.

영화 ‘태양의 여왕’ 中

이 영화의 나레이터 생명 역동 양봉가 군트 훈트씨의 농장은 거대 다국적 농약 기업인 몬산토가 운영하는 대농장에 둘러싸여 있다. 몬산토의 비행기는 살충제를 비처럼 뿌려대는데 그의 농장은 당연히 살충제 비로부터 피해갈 수 없다. 일종의 독극물 비를 맞으며 절망감과 무력감을 이야기하는 군트 훈트씨의 모습은 처절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농장에 제초제와 살충제에 강한 유전자 조작 식물을 심고, 비행기로 살충제를 뿌리면 벌의 군집은 붕괴된다. 여하간 벌을 살리기 위해 여왕벌에게 인공수정을 하면 결국 근친교배를 통해 태어난 벌들은 매우 취약하다. 그리고 다시 그런 벌들에게 살충제가 뿌려져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인간들이 정말 벌과 자연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희망은 호주 서부와 뉴질랜드 남섬 청정지역에서는 벌집 붕괴현상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지역은 살충제, 제초제, 유전자 조작 식물 재배를 금지하고 있다. 인상 깊은 것은 호주와 뉴질랜드의 양봉가들은 하나같이 벌을 키우는 것을 즐겁게 하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 필자에게는 괴짜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신들은 그저 벌들을 도울 뿐이며, 그들은 숲에서 벌과 함께 양봉가가 된다는 것은 예술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옥상에서 하는 도시양봉 –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필자도 협동조합 활동을 하며 꿀을 생산하는 공동체인 ‘봉봉공동체’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벌꿀 생산자님께서 자세히 이야기해주셨던 꿀벌의 생태와 그들의 놀라운 질서에 반했고 벌통이 즐비하게 자리한 속리산 자락의 마을 주변이 너무 깨끗해서 인상이 깊었다. 우연히 도시 양봉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어 인천에서 짧게나마 양봉 수업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단일 작물을 심고 제초제를 뿌리는 농촌보다는 오히려 (도시)공원에 다양한 꽃을 키우고 있는 도시가 벌들에게 좋은 장소일 수 있다는 강의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꿀벌이 사는 속리산자락의 마을

이 영화는 우리를 둘러싼 지구와 다른 생명체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법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교육을 받고 도시 양봉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모두 양봉가가 될 수 없지만, 벌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들은 영화는 우리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1. 벌이 먹을 수 있게 꽃, 식물, 허브를 키우세요.
2. 정원과 잔디에 살충제를 뿌리지마세요.
3. 벌이 목이 마르니 정원이나 외부의 얕은 대야에 늘 깨끗한 물을 담아두세요.
4. 화학제품을 처리하지 않는 천연 꿀을 판매하는 양봉가에서 꿀을 직접 구매하세요.
5. 살충제를 치지 않은 유기농 농산물을 드세요.
6.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양봉을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