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의 시대, 우리는 어디까지 왔나?

기후 위기의 시대우리는 어디까지 왔나?

기후정상회의, P4G는 우리를 지켜보겠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이다

 

출처: 천지일보

 

2021년의 5월은 어딘가 낯설면서도 낯익다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며 신선한 바람이 이마를 스쳐 지나가다가 어느덧 따가운 볕으로 변해 여름이 다가옴을 실감하게 하는 5월의 모습이 없었다이틀에 한 번씩 비가 내리고 기온은 올랐다 내렸다 변덕을 부린다열대 몬순 라오스나 미얀마에서 겪었던 우기의 시작과 많이 닮았다이렇게 6월 장마까지 이어지면 영락없는 우기다기후위기는 끓기 직전까지 와 있지만 우리 중 다수는 여전히 냄비 속의 개구리로 살아가고 있다.

 

출처: 뉴스트리 코리아

 

2021년 5월 마지막 날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과 항의를 뒤로한 채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가서울 선언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서울 선언문은 기후위기와 관련되어 원론적으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를 14개 항목으로 정리하고 있다파리협약과 SDGs의 전 분야를 실천하여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 상승으로 묶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를 위해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해 정부기업시민사회가 공동 해결책의 일환이 되는 포용적 파트너십에 참여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짧지만 방대한 내용을 품고 있는 서울 선언문무엇하나 틀림이 없는 그 선언문에 왜 시민사회는 동의하지 못한 채 거세게 항의하는 것이며정치권과 언론의 반응은 무덤덤한 것인지 몇몇 사람들에게 감흥을 물었더니 첫째는 그런게 있나 였고 둘째는 그게 내 삶과 무슨 연관이 있나 였다셋째는 우리사회의 우선순위는 아니다 라는 것이다하물며 대답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식견이 꽤나 높은 여의도에 있으면서 사회통념상 진보적 사고를 하는 분들이었는데도 말이다지극히 개인적이긴 하나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나 이번 P4G를 보면 정부가 의도적으로 대국민 선전에 소극적이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기후위기 시대가 품은 함의와 진정한 위기를 정부는 알면서도 애써 숨기고 외면하고 있지 않은지 찬찬히 톺아 봐야 할 듯싶다.

 

출처: 동아일보

 

지난해 국회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포하고 난 후 몇몇 퍼포먼스가 있었고, 2021년 12월에는 탄소중립선언문이 발표되기도 하였다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사실이 드러난다탄소중립 선포 이후 지난 8개월간 정부 부처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숫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기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 2017년 대비 24.4% 감소 – 는 여전히 그대로이며에너지 전환은 연도별로 얼마나 어떻게 이루어 나갈지 언급이 없다. 2030년까지면 이제 고작 8년 남짓 남았는데 그 어떤 목표나 로드맵을 볼 수가 없다그저 화려한 수사만 난무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시민사회는 뿔이 나고 국민들은 실감하지 못한다.

그러면 해외의 시각은 어떤가우리나라의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7억 톤으로 전세계 11위이며 그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억 8천만 톤으로 세계 7위이다석탄화력 발전이 전체 전력의 40.4%를 차지하고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4.9%에 불과하다그래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이른바 기후악당이라 불리고 있다이러한 우리에게 전 세계는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대표적으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50%까지 상향하도록 압박하고 있으며 현 정부는 마지못해 11월 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까지 목표치를 상향 제시하겠다고 무마에 나섰다.

 

출처: 연합뉴스

 

P4G 서울 선언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14조에서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칭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 화살이 모두 한국에 쏟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하나같이 두고 보겠다는 시그널들 뿐 임을 기억해야 한다. 5조 cop26이 열리는 11월까지 향상된 NDC를 제시하라는 압력, 9조 2항 탈석탄과 석탄발전 수출 금지(공적 금융금지), 9조 4항 탄소제로 운송과 선박 등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하면서 준비가 덜된 분야를 겨냥하고 있다. NDC 목표 상향을 어떻게 계산해서 제시할지도 문제지만 전환에 따른 사회와 경제의 대 격변에 대한 설계와 준비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렇게 국제사회의 압력이 쏟아져도 그냥 뭉개고 있는 현실매년 석탄사업 보조금 3,400억 원을 집행하고 해외 석탄발전에 천문학적인 공적금융 지원을 멈추지 않고 있는 우리의 안이한 태도는 세계의 불만과 의심어린 시선아래 기후 후진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EU, 미국중국이 이미 2035년 이내 내연기관 차량의 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포한 마당에 우리는 그 어떤 로드맵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P4G를 통해 엉뚱한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있으니 해외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민망하기 그지없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전 국가적인 산업재편에 따른 혼란과 분열이 왜 두렵지 않겠는가철강석유화학 등 탄소배출의 소위 끝판 왕이 한국 산업의 주력이니 오죽할까하지만 진정 이해 못할 바는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변화하지 않으면 우리 수출 주력품들이 도태되고 에너지의 전면 전환에 따른 부작용으로 수많은 실업지역갈등경제적 불평등이 드러날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기후위기의 시대에도 서구와 중국은 국제적 무역질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치밀하게 무역재편의 판을 짜고 있다탄소발자국을 추적해 배출량이 많은 완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매겨 배출량이 적은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부여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여러 수사만 난무할 뿐 현실적으로 두 손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출처: ETF 트렌드

 

기후위기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여전히 다소 먼 얘기처럼 받아들인다하지만 가깝게 보면 부동산 문제보다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걸려있다우리의 생존의 문제 말이다이럴 때 일수록 과감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전환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시간만 보내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많다길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해외의 사례를 보면 충분히 차용할 수 있는 사례와 정책이 많음에도 왜 이리 더디기만 한지 모르겠다이미 대기업들은 ESG 경영이다 RE100이다 해서 전환을 시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걸로는 역부족이다.(이 또한 Green Washing이 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그 외의 모든 분야에서는 잠잠하다고 느끼는 것이 필자의 느낌으로만 남았으면 한다.

기술개발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과감히 지원하고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불합리함을 줄여야 한다산업혁명과 비견될 산업전환의 시대에 양극화가 더 심화되지 않도록 소외계층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고(참고로 미국은 2조 2500만 달러의 기후위기대응 인프라 예산 중 40%를 소외계층에 지원하도록 명시함시민들의 풀뿌리 기후 공동체를 통해 범국가적 거버넌스를 구성해 나가야 한다.

그게 살 길인데 여의도 정치를 보면 암담하다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지금까지 그랬 듯 뚜벅뚜벅 한걸음씩 가면서 설득하고 품으며 우리라도 준비해야지 싶다다행히 우리단체에는 전문가 벗들이 많다

(글: 푸른아시아 천권환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