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 토크] 자연과 더 가까이 이어지는 삶
[자연농 토크] 자연과 더 가까이 이어지는 삶
지난 4월의 씨네톡에서는 영화 ‘자연농’을 보고 4월 29일 자연농의 제작진 강수희 감독님과 패트릭 라이든 감독님을 모시고 50여분의 참여자 분들과 함께 줌으로 자연농 토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달도 직접 만나뵙지 못해 아쉬웠지만, 자연농을 더불어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평범한 도시의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두 감독님은 하루하루 기계처럼 일하면서 허무함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고민하던 중에 더 나은 삶, 더 조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섭니다. 다큐 ‘자연농’은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인데요. 두 감독님은 자신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생태 문제들을 엮어 웹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자연농을 실천하고 계신 최성현 농부님을 만나게 되었고, 두 분의 고민과 맞닿아있는 자연농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두 감독님은 다큐 제작 후 몇 년 간 일본에 계시다가 최근에 대전에 이사를 오셔서 오래된 새 집에 적응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강수희 감독님은 허브를 다루는 허벌리스트로, 패트릭님은 사진과 영상, 글쓰기, 퍼포먼스 등으로 생태적 관점을 담아내는 생태예술가로 활동중입니다.
두 분이 정리한 바에 따르면 자연농은 땅을 갈지 않고, 제초제나 비료 등 화학제품을 쓰지 않고, 퇴비를 주지 않는, 자연을 공경하며 농사짓는 태도입니다. 특별히 정해진 농사방식 없이, 그 땅을 이해하고 그 땅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이해하며 자신과 땅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자연농이라고 하는데요.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고, 각자 생각하는 자연농이 모두 다릅니다만, 두 감독 가장 주목한 자연농의 특징은 ‘자연의 지혜를 따르며,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공생하는 농사’라는 점입니다.
‘자연농’은 마지막 지푸라기
다큐 ‘자연농’의 영어제목은 ‘Final Straw’입니다. ‘마지막 지푸라기’는 변화의 시점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도미노의 블럭을 상상하면 됩니다. 한올 지푸라기에 무게는 없지만 그것 때문에 변화가 시작되지요. 그간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나 잘못되었었기에 그 방식에는 변화가 필요하고, 그 변화의 필요성이 무르익은 때 이 영화가 변화의 결정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제목에 담았습니다.
기후위기의 해결책 중 하나로서의 자연농
기후변화의 원인은 우리의 삶의 방식, 곧 산업문명, 자본주의 체제입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지 100년 200년인데, 자연농은 그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입니다. 인간이 자신을 생태계의 일부인 존재로 보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깨우침입니다.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이용, 착취)하려는 수직적 관점 대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공생‘, 함께 살아가는 수평적 관점을 갖는 것이지요. 이 속에서는 작은 실천도 의미가 있습니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서 퍼져나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실천해나가는 나 자신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어요.
도시에서는 자연과 연결되려는 노력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도시에 살면서는 자연이 있는 곳을 찾아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고궁도 좋아했고요. 직장에서는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근처에 좋아하는 나무를 보고 오고 하는 식으로 자연과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니면 집에 식물을 둔다든지, 의식적으로 여유를 누릴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마다 달라서 자연 안에 있어야 하는 사람도 있고, 집에서 화분을 돌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근처에 이런 자연, 숲과 나무가 없어서 있으면 좋겠다, 하면 민원을 넣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절망과 무력감, 여러분이 있기에.
무력감을 느낄 때, 자연에 가서 심호흡하고 걷고 하면 나아집니다. 그리고 티비나 인터넷의 정보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선택되고 보여지는 단편일 뿐이라는 걸 알아두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풀뿌리 네트워크나, 대안적인 움직임은 뉴스에 잘 나오지 않고, 주로 자극적인 흥미소재만 나와서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느낌이었어요.. 인간이란 되게 나약해서 힘이 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인한 존재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혼자서만 나아가기는 힘든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럴 때는 공명이 되는 인연들이 힘이 됩니다.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바에 따라 관심 가는 분야의 사람들을 찾아가고 만나면서 관계를 맺어가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자연농’은 연대의 시작
실제로 자연농 농부를 만났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에 두 감독은 농부님들이 행복하고 편안해보여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날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님들의 모습 또한 행복해 보였습니다. 도시 안에서 자연을 찾고 희망을 잃지 않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당신이 일부가 되기를 원하는 곳에서 관계를 맺어가길 바란다는 두 분 감독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각자 마음이 있는 자리에서 함께 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다큐 ‘자연농’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 자연농 관련 자료
도서 /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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