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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5-[유전자 에이전트 김용범의<방귀와 분뇨의 비밀 이야기14>] 똥오줌을 인정하면 삶이 달라진다?

김용범 프로필1

얼마 전 유럽을 여행했다. 여행 중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건물도 층이 여러 개인 복층 구조였다. 우리나라에선 조선 시대에 이런 건물을 보기 어렵다. 복층 구조인 근정전도 내부는 하나로 되어 있다. 2층, 3층의 건물이 아예 없다. 어째서 우린 여러 층으로 된 건물이 발전하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유럽에서 사람들이 2층, 3층의 복층 구조로 된 건물에 살았던 것을 상상해 보자. 음식, 물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런 것들은 들고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좀 어려운 것이 있다. 화장실이다. 아래층에 사는 사람은 이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볼 일을 보면 되기 때문이다.

위층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옛날엔 지금처럼 수세식 화장실도 없었다. 수세식 변기가 최초로 탄생한 것은 1775년이었다. 그러나 하수도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하수도가 정비된 후 1872년 토머스 크래퍼, 1889년 보스텔에 의해 개발된 ‘워시 다운’형이 보편적으로 보급되었다. 이 이전에는 수세식 변기가 없었다는 뜻이다.

수세식 변기가 개발되기 전 르네상스 시대엔 대소변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우리나라 궁궐에 가면 화장실 보기가 힘들다. 궁궐에선 어떻게 대소변을 해결했을까? 임금님은 매우틀 또는 매화틀이라고 불리는 이동식 간이 화장실이 있었다. 이것으로 대소변을 해결했다. 이것을 생각하면 그들도 비슷하게 해결했으리라 짐작된다. 실제로 그들은 요강을 사용했다.

옛날 유럽 요강은 ‘크로스 스토루’라는 의자형 변기였다. 이 요강에 대소변이 차면 하수구나 길거리에 버렸다. 냄새 때문에 코를 쥐고 고개는 저쪽으로 돌린 채 버렸을 것이다. 아마도 이리 튀고 저리 튀었고 길거리엔 냄새도 심했을 것 같다.

이렇게 버리는 것은 그나마 낫다. 똥통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을 상상해 보라! 옛날에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냄새와 출렁임이 있는 통을 들고 간다. 쏟아지면 낭패다. 여간 불편한 일이다.

사람들은 불편한 일은 잘 하지 않으려 한다. 인간은 에너지를 덜 쓰는 쪽으로 진화한 이유이기 때문인데, 그 당시 사람들도 더 편리한 방법을 찾았다. 그들이 찾은 방법은 그냥 창밖에 버리는 것이었다. 창밖으로 분뇨 투척을 상상해 보라. 길바닥에 떨어진 분뇨가 어찌 되겠는가? 아휴 그 냄새는 더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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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택종 작가

이택종 작가는 강릉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꿈과 낭만 속에서 자랐다. 지난 25년간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았다. 그 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삽화 및 만화작업을 했다. 현재는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웹진 ‘e행복한 통일’에 월간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14세기 무렵에는 분뇨 창밖 투척이 너무 심각해졌다. 사회문제가 되어 분뇨 투척을 법으로 금지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단층인 우리의 도시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다. 집안에 쌓여가는 똥을 길거리에 가져다 버린 것이다. 유럽에서 어떤 형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똥을 버린 자에게 장 50대를 때렸다. 돈으로 대납할 수도 있었으니 맞은 사람이 몇 명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길거리에 똥을 버리거나 창밖으로 투척하는 사람을 양심 불량이라고 해야 하나? 똥을 버린 자를 어찌해야 하나? 이런 사람을 벌주면 해결된다고 믿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의 유전자는 편리성을 추구한다. 움직임과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매우 따진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에너지는 잘 쓰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다.

더구나 인간은 초식동물에서 진화했다. 일반적으로 초식동물은 똥을 더러워하지 않는다. 토끼 같은 초식동물은 똥을 먹기도 한다. 소도 일부러 자기 똥을 바르기도 한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다. 이런 사람의 본능은 육신이 편리한 방법을 찾도록 했고, 똥을 창밖에 투척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창밖에 투척한 똥이 길거리에 널려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냄새는 오죽했을까? 오죽했으면 똥 피하려고 옷과 신발이 개발되었을까? 똥이 옷에 묻지 않게 하려고 하이힐이 등장했다. 이탈리아 망토와 높은 모자는 똥의 투척에서 의복과 머리를 보호할 목적으로 고안되었다고 한다. 창밖으로 투척한 똥이 신발과 의복 문화까지 바꾼 것이다.

귀찮아서 없어졌으면 좋을 것 같은 똥오줌이다. 인간이 사소한 똥과 오줌을 싸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하고 인간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똥과 오줌은 인간의 역사 속에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동도 이와 같다. 인간의 어떤 행동은 선하고 필요하며 아름답다. 그러나 다른 어떤 행동은 나쁘고 악하고 추하며 이기적이다. 이때 우린 후자를 없애 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없애버리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 역사는 언제나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선악을 구별하지 않는 유전자가 인간 행동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버리고 싶은 것들을 버리려 하면 할수록 도드라지게 부각 된다. 사람들이 그것에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버릴 수 없음을 인정하는 편이 더 낫다. 대신에 선하고 필요하며 아름다운 것을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지원하고 칭찬하며 혜택을 주어 발전시키고, 버리고 싶은 행동들은 인간의 똥과 오줌처럼 함께 안고 가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똥오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을 키워서 수세식 변기를 개발했고 그로 인한 피해를 없앴다. 마찬가지다. 유전자에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드러나지 않도록 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관리 방법은 간단히 두 가지다. 바람직하지 않은 나쁜 행동에 형벌로 응징하는 것은 들어가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해법은 과거와는 다르다. 거꾸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첫째는 인간이 버리기 원하는 행동들 즉, 나쁘고 악하고 추하며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를 잘 살펴서 이런 행동을 할 근본적 이유나 기회를 없애려는 노력이다. 둘째는 선하고, 좋고, 착하고 아름다운 것에 더 나은 보상을 준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바라지 않는 행동이 드러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덜 해를 받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이젠 과거와는 다른 관점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사람이 선하고 착하고 아름답고 바람직하게 살며, 덜 다치게 하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새롭게 제시한 방법은 우리의 이성을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더 인간다운 방법 아닐까? 어쨌거나 이런 관점으로 사람을 대하면 성공 가능성도 올라간다. 자기 주변 사람을 악하게 만들지 않고 좋은 일로 보상을 얻으려 하는 사람이 몰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