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

vol.105-[엄민용 전문기자의 <우리말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21>] 남편의 남동생은 절대 삼촌이 아니다

프로필_엄민용1

수년 전 일입니다. 가수 은지원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고모라고 말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고모와 조카가 왜 성이 다르냐며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당연합니다. 세상에 성이 다른 고모와 조카는 없으니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박 전 대통령은 은지원 씨의 고모가 아닙니다. ‘고모’는 “아버지의 누이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인데, 박 전 대통령은 은지원 씨 아버지의 ‘외사촌 누이’입니다. 우리말에서 아버지의 친누이가 ‘고모’이고, 아버지의 친사촌누이는 ‘당고모’ 또는 ‘종고모’라 부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외사촌누이를 부르는 말로 국어사전에 오른 것은 없습니다. 다만 민간에서는 아버지의 외사촌누이를 부르는 말로 ‘외당고모’나 ‘외종고모’가 쓰이고 있습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은지원 씨에게 고모뻘인 친척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은지원 씨가 박 전 대통령을 ‘고모’라고 부른 것은 바른 호칭이 아닙니다. “아버지와 항렬이 같은 여자”를 일컫는 말로는 주로 ‘아주머니’가 쓰입니다.

우리는 어느 민족보다도 핏줄을 중요시하는 까닭에 가족 혹은 친척 간의 호칭이 아주 발달해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들어 대가족이 핵가족화되고, 젊은 사람들이 집안 어른들로부터 언어 예절을 바로 배우지 못하다 보니 호칭을 잘못 쓰는 일이 흔합니다.

한 예로, 젊은 새댁이 시아버지를 ‘시아빠’로 부르거나 남편을 ‘오빠’나 ‘아빠’로 불러 어르신들의 얼굴을 뜨겁게 만드는 일도 종종 벌어지곤 합니다.

물론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아빠’로 이르거나 부르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국립국어원도 이런 흐름을 인정해 2011년 12월 <표준 언어 예절>을 새로 발간하면서, 그동안 유아들만 쓰는 말로 다뤘던 ‘아빠’를 성인들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며느리와 시부모는 친(親)보다는 예(禮)를 앞세우는 사이로, ‘시엄마’ ‘시아빠’로 부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언어예절입니다. 남편을 ‘오빠’나 ‘아빠’로 부르는 것 역시 우리의 언어예절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또 자신의 장인·장모를 ‘빙장어른’과 ‘빙모님’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빙장(聘丈)’과 ‘빙모(聘母)’는 “다른 사람의 장인·장모를 이르는 말”입니다.

남편의 남동생을 ‘삼촌’이라고 부르는 여자분들이 많은데요. 이 또한 바른 호칭이 아닙니다. ‘삼촌’은 아버지의 친형제인 백부(伯父)나 숙부(叔父)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따라서 남편의 동생을 ‘삼촌’이라 부르면 속된 말로 ‘족보가 물구나무 선 꼴’이 됩니다. 남편의 남동생이 미혼일 때 ‘도련님’, 결혼했으면 ‘서방님’이 바른 호칭입니다.

이와 함께 아버지의 동생을 두고 엄마가 늘 ‘삼촌’이라고 부르는 탓에 아이들까지 늘 ‘삼촌’으로 부르는 일이 많은데, 그 삼촌이 장가를 가면 ‘작은아버지’가 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일러주는 것이 어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일부에서 “누나의 남편은 자형(姉兄)이라 하고, 여동생의 남편은 매제(妹弟)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매형(妹兄)’은 쓸 수 없다는 거지요. 자매(姉妹)의 ‘姉’가 손위 누이를 뜻하고 ‘妹’가 손아래 누이를 뜻하므로, ‘妹’에다 손윗사람을 이르는 형(兄) 자를 쓸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손위 누이의 남편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는 ‘매형(妹兄)’ ‘자형(姉兄)’ ‘매부(妹夫)’ 모두를 쓸 수 있다는 것이 국립국어원의 견해입니다. “손아래 누이의 남편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는 ‘매제’와 ‘매부’를 쓰고요. 한자의 의미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널리 쓰는 호칭을 인정해 준 것이지요.

이 밖에 아내의 오빠는 형님과 처남, 아내 오빠의 아내는 아주머니, 아내의 언니는 처형, 아내 언니의 남편은 형님, 아내의 남동생은 처남, 아내 남동생의 아내는 처남댁, 아내 여동생의 남편은 동서, 아내의 큰아버지는 처백부, 아내의 작은아버지는 처숙부라 하고 남편의 형은 아주버님, 남편 형의 아내는 형님, 남편의 누나는 형님, 남편의 누나 남편은 아주버님, 남편 남동생의 아내는 동서, 남편의 여동생은 아가씨, 남편 여동생의 남편은 서방님, 남편의 큰아버지는 큰아버님, 남편의 작은아버지는 작은아버님이라고 부릅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많은 일가친척들을 만나실 텐데요. 그때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바른 호칭을 익혀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