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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3-[유전자 에이전트 김용범의<방귀와 분뇨의 비밀 이야기12>] 역겨움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

김용범 프로필1

과거에 모 회사가 햄버거에 들어가는 녹색 패티를 개발했었다. 나름 특색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녹색 패티를 어렵게 개발했으나 잘 팔리지 않아서 포기했다. 녹색 패티 햄버거가 잘 팔리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인간 본능과 관련되어 있었다.

인간 본능에는 역겨움이 있다. 이것이 강해지면 혐오 감정이 생긴다. 역겨움은 무엇인가를 피하려는 본능으로 사람의 생명 보호가 목적이다. 예를 들면, 잘못된 음식 등을 섭취하여 발생하는 생명의 위험이나 다른 사람의 손길을 통해 발생하는 감염을 피하고자 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상한 음식이나 낯선 사람의 손길에 역겨움을 느끼기도 한다.

녹색 패티의 햄버거가 팔리지 않은 이유는 색깔 때문이었다. 옛날에 클로렐라 국수 등 녹색 국수가 나왔었지만 그다지 인기는 없었다. 식물이 아닌 녹색 음식은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데 뇌가 본능적으로 곰팡이를 연상한다. 모든 곰팡이가 녹색은 아니나 식품에 곰팡이가 피면 녹색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누룩곰팡이도 포자가 들어있는 포자낭이 녹색으로 보인다. 포자낭 자체가 녹색은 아니고 검은색 또는 다른 색이지만 그 크기가 작아서 주변 색과 어울리면서 녹색처럼 보이기도 한다.

음식에 곰팡이가 피면 먹지 않는다. 곰팡이는 향이나 맛이 좋지 않다. 사람의 건강에 해를 주는 성분이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을 회피하는 행동이 진화적으로 우리 유전자에 남았는데 그것이 역겨움이다. 무엇인가에 역겨움을 느낀다면 인상이 찌푸려지고 회피하게 된다.

내가 어린 시절엔 길거리에 사람 똥이 굴러다녔다. 지나가다가 똥을 밟으면 재수가 좋다고 할 정도였다. 신발에 똥이 묻어 털어내는 광경은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어린 시절에는 흔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키우는 개들이 사람 똥을 주워 먹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런 장면을 목격하면 매우 심한 역겨움을 느낀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똥을 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에서 역겨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똥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냄새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것들이 피하려고 한다. 분명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본능이 작동한다. 똥은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건강을 지키려면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런 똥에도 유익함이 있다. 똥의 주성분이 되는 장내 공생 세균들은 우리 몸에 유해한 세균이 들어왔을 때 방어를 돕는다. 면역세포에 신호를 보내는 방법과 박테리오신이라는 천연 항생제를 분비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이 있다.

더욱이 효소가 없어서 사람이 분해할 수 없는 식이섬유와 올리고당 등을 분해하여 유익한 지방산을 만들어준다. 해조류 등의 소화를 돕고 단백질, 지방산 분해와 비타민 K 등을 만들어준다. 역겨운 대상이나 인간에게 매우 유익함도 함께 가지고 있다.

똥이 장단점이 다 있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행동은 역겹게 느껴진다. 그런 사람이라면 저주하며 피하고 싶다. 최근에 전남편을 죽였던 여자, 권력 농단을 한 전직 대통령과 부패로 감옥에 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있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 역겹다. 피하며 혐오하고 저주한다. 백이면 백 사람들은 이런 태도와 반응을 보인다. 역겨운 자들을 응징하고 심한 경우 그것으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한 그와 비슷한 행동은 기억조차 못 한다.

어쨌거나 역겨운 행동을 한 사람을 피하고 응징만 하면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고 더 도덕적인 사회가 될까? 잘못된 행동에 관해 응징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행동을 바꿀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이다. 응징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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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택종 작가

이택종 작가는 강릉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꿈과 낭만 속에서 자랐다. 지난 25년간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았다. 그 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삽화 및 만화작업을 했다. 현재는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웹진 ‘e행복한 통일’에 월간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조선 정조 때 살인에 대한 응징은 사형이었다. 지금에 비교하면 정말 엄격하다. 응징할 때 사람이 더 도덕적 사회가 된다면 조선 시대 살인사건 발생률이 지금보다 매우 낮아야 한다. 그러나 약 10만 명당 7명 수준으로 지금 10만 명당 8명 정도와 대동소이하다. 응징은 그다지 사람의 행동을 바꾸지 못한다. 유전적 이유가 있긴 하지만 응징이 진화한 이유는 사람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응징은 오히려 응징하는 사람에 대한 반감만 늘릴 뿐이다. 잘못한 모든 사람을 잡아내기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태에서 잘못이 드러나지 않은 사람이 존재하고 걸린 사람은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는 걸리지 않은 다른 사람 핑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엄마한테 혼나는 딸이 비록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했어도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는 경우는 흔하다. 아빠한테 혼난 아들도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어떤 행동이 반복된다는 의미는 그 행동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대응 방안이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응징이 사람의 역겨운 행동을 막지 못한다면 응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똥이 역겹다고 피하기만 하면 그것이 왜 생기며 또 무엇을 바탕으로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역겹더라도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똥의 성분을 알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동시에 똥을 피할 방법을 찾게 된다. 우리의 잘못된 행동이 역겹다고 피하기만 하고 응징으로만 해결한다면 역사의 반복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다르게 해 봐야 하지 않을까? 똥이 정말 무엇인지 실체를 분석해서 그것을 확인해보니 인간에게 많은 장점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역겨운 행동을 하는 이유를 잘 살펴보면 인간에게 주는 이점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똥을 살피려면 역겨운 냄새를 극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행동을 살피려면 응징하려고 하거나 분노하는 감정을 극복해야 한다. 이런 감정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나는 용서를 꼽는다. 용서는 기존 관계를 굳건히 해주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준다. 더 나아가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함으로써 마음에 형벌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정약용은 마음에 형벌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나도 이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사람은 마음을 고칠 때 행동이 달라진다. 사람의 마음을 고치게 하는 방법이 나는 용서라 믿는다. 내게 해를 준 사람이 있더라도 그러한 행동을 한 진솔한 이유를 차분히 앉아서 들어보자. 솔직한 답변을 충분히 들었다면 한두 번쯤 용서하자. 아울러 해를 주게 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찾자.

똥도 함께 하고 분석하면 인간에게 유익한 약이 된다. 함께 할 수 있다. 악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분석하지 못할 것은 없다. 그것을 통해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악행을 한 사람도 사람 아닌가? 나는 이것이 역겨운 똥이 주는 교훈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 잘못했더라도 함께 어깨를 보듬고 더 나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었으면 좋겠다.

녹색 패티는 인간 본능을 극복하지 못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녹색 패티는 인간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다른 것으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녹색 패티와는 다르다.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누군가 역겨운 느낌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인간이지 먹다 버리는 패티가 아니다. 상대가 인간이라면 우린 서로 사랑해야 하며 또 협력해야 한다.

이런 것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가? 당연히 필요하고 함양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자세가 인종, 문화 국가 그리고 종교를 뛰어넘는 지구 온난화와 같은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