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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3-[송상훈의 식물이야기] 동글이잎 식물1

프로필_송상훈

이번 회부터는 잎이 둥글둥글 아담한 식물들을 살펴보겠다.
때로는 잎의 거치가 거칠지만 잎 전체가 둥근 느낌의 식물도 있을 것이며, 거치(잎이나 꽃잎 가장자리에 있는, 톱니처럼 깔쭉깔쭉하게 베어져 들어간 자국)가 없이 미끈하게 둥근 느낌의 식물도 있을 것이다. 잎 하나가 둥근 식물도 있고 잎 여럿이 모여 둥근 식물도 있을 것이다. 잎이 둥글다는 느낌은 오롯이 개인의 주관일 뿐이므로 독자들께서는 크게 탓하지 마시길 미리 부탁한다.

되도록이면 토종식물이나 자생식물 중심으로 살펴 보겠다. 최근 집에서 많이 키우는 원예식물 중에도 잎이 둥근 식물이 대체로 수입종이므로 특별히 비교를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비중을 줄이겠다. 배추 어린싹이 나는 쟁이냉이 어린싹도 동굴동굴 귀엽지만 성장한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잎이 둥글다는 기준은 성장한 개체로 정하겠다. 더불어 돌나물과의 다육식물도 제외할 것이다. 다육이는 개량종이 너무 많아서 필자도 구분하기 어렵고 설명도 곤란하다.

먼저 수생식물 중에서 둥글이잎 식물들을 살펴보자.

 

개구리밥

무논이 흔했던 시골과 도시 근교의 논과 못, 늪 등 민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구리밥(부평초 floating weed. 오리밥 Greater duck weed)은 그야말로 동글이의 집합체이다. 개구리가 잠수하다가 올라올 때 입가에 이 식물이 묻어있어서 이들의 식량인가 의심하면서 붙여진 이름인데, 실상 개구리 주식은 곤충이다. 정작 개구리밥을 식량으로 삼는 동물은 오리다. 영명은 그래서 붙여졌다.

흔히들 한해살이 식물로 여기지만 가을에 잠수하여 월동하고 봄에 다시 드러내는 다년생식물이다. 많은 바다식물에서 볼 수 있듯이 식물 전체가 하나의 잎 형태이며 관다발도 없이 뿌리만 내린 하등 엽상식물(葉狀植物)이다.

부평초라는 이름도 있지만 뿌리도 없이 수면에 떠다니는 부유식물(浮遊植物)이 아니라 뿌리는 수중에 있고 잎은 수면에 있는 정수식물(挺水植物)이다. 엽상체(葉狀體) 서너개가 붙어있으면 클로버와 괭이밥을 연상시키는데, 장마라도 지면 논을 넘어 개울로 둥실둥실 떼지어 흘러가다가 물이 머물거나 고인 자리에 함께 머물려 번식을 계속한다. 번식을 하려면 꽃을 피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개구리밥 꽃을 직접 본 적도 없고 인터넷이나 식물사전에서 확인할 수도 없었다. 다만 꽃이 너무 작고 피는 빈도도 낮아서 보기 드물다는 해설만 확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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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밥도 둥글지만 이보다 더 둥글면서 훨씬 작은 개체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좀개구리밥이다. 개구리밥이 낮은 민물에 서식하는데 비해 좀개구리밥은 제법 수심이 깊은 저수지에서 자주 볼 수 있고 간혹 낮은 민물에서도 발견된다. 오염에 강해 탁도가 높은 물에서도 잘 번식하기에 서식지가 개구리밥보다 더 넓다. 개구리밥이 뿌리가 여럿인데 비해 하나 밖에 없다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 하등식물이 그러하듯 이들 개구리밥의 번식력도 매우 강해서 겨울의 가문 논과 저수지일지라도 계절이 바뀌어 비가 내리면 바닥을 딛고 떠올라 급속히 번창한다. 그래서일까, 멀리서 보면 녹조로 가득한 웅덩이가 가까이 가서 보면 개구리밥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 개구리밥의 왕성한 번식력은 지구에 재앙을 부르기도 했는데, 약 5천5백만년 전 지구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금의 9배인 3500 ppm에 달했고 그로 인해 지구는 매우 뜨거웠다. 이때 대량 번식한 개구리밥이 이산화탄소를 과도하게 흡수한 탓에 오히려 빙하기를 불렀다 한다.

개구리밥의 전력(前歷)이 그러하니 그 개체 수를 늘린다면, 서식지인 논을 더 확장한다면 현재의 지구온난화와 식량난을 동시에 해결할 대안이 되지 않을까라는 당연한 논의가 일고 있다. 참고로 대기의 99%는 질소와 산소이고 아르곤(Ar, 무색무취의 비활성 기체 원소)이 0.93%이며 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는 고작 0.04%에 불과하다. 이 온실가스가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온난화되고 적어지면 한냉화된다.

개구리밥은 수질정화 능력도 뛰어나고 단백질과 지방이 많아 비료와 동물사료로도 활용도가 높다고 한다. 일찍이 한방에서도 강장, 이뇨 및 해독제로 활용되었을 정도로 고마운 식물이다.

 

네가래. 생이가래

앞에서 개구리밥을 클로버와 괭이밥에 비유했지만 네가래(네가래과)야 말로 이들과 똑 닮았다. 이들 역시 논, 못, 늪에서 자생하지만 수질이 깨끗해야 한다. 한해살이로 보이지만 개구리밥처럼 다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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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은 수평으로 퍼진 둥근역삼각형 4장으로 구성된 잎은 전체 모습이 원만하며 해가 지면 잎을 오므린다. 물 밑 진흙에 뿌리가 있고 잎은 수면에 위치하는 부엽식물(浮葉植物)이므로 정수식물인 개구리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잎자루라 할 수 있는 줄기는 물의 깊이에 따라 길어지지만 보통 7~20cm나 되며, 물 밑 흙에 내리는 뿌리는 옆으로 뻗는다. 한편으로는 물 밖으로 줄기가 드러내기도 하는데 물이 마를 때는 긴 줄기가 곧게 선다. 이때의 모습은 마치 긴 클로버나 괭이밥을 연상하게 한다.

개구리밥은 꽃이 피는 현화식물이지만 네가래는 고사리목 식물이므로 포자를 생성해 번식한다. 포자는 잎 바로 밑 줄기에 달리는데 어린 고사리처럼 물음표 모양이다.
네가래는 한방에서 신우신염이나 간염, 출혈(코피, 치질) 등에 활용된다.

비교할 식물이 있다. 네가래는 수중에서 잎을 펼치지 않지만 비슷한 생김새인데 수중에서도 잎을 펼치는 식물들도 있다. 이렇게 뿌리와 잎이 수중에 있는 식물들을 침수식물(沈水植物)이라 한다. 수중에서 클로버 비슷한 모양의 잎을 펼치는 식물은 오스트리안 워터클로버(Marsilea angustifolia)다. 수중에서 피막이 비슷한 모양의 잎을 펼치는 식물은 일본 수생클로버(Aquarium Japanese clover)다.

생이가래과의 생이가래도 포자로 번식하는데 모습이 둥글둥글하다. 역시 논, 못, 늪에 자생하는 정수식물이다. 수중에 뿌리를 두고 잎이 수면에 있으니 개구리밥과 같은 정수식물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뿌리처럼 보이는 것은 잎이다.
뿌리 없는 식물 생이가래 잎과 잎을 잇는 줄기가 있고 줄기 마디에 세잎이 돌려난다. 그 중 두잎은 수면에 뜨는 부수엽이고 광합성한다. 한잎은 수중에 있는 침수엽인데 뿌리처럼 잘게 갈라져 수분과 양분을 흡수한다. 가을엔 물에 잠기고 번식을 위한 포자낭이 침수엽에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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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밥이나 네가래와 달리 한해살이 식물이지만 실내에서 키운다면 여러해살이가 된다. 조건에 따라 수명을 조절하는 식물의 능력이 부럽고 놀랍다. 한방에서는 오공평(蜈蚣泙)이라 부르며 부종, 화상, 습진, 해독에 사용한다.

생이가래 부수엽은 항상 물에 뜬다. 비밀은 부수엽 상표피에 0.3mm 길이의 모용(털 모양의 조직)이 조밀하게 분포하는데 그 구조적 특징 때문이다. 한때 포스텍에서는 생이가래 모용과 같은 미세구조를 만들어 방수코팅막을 제조하기도 했다. 최근 국립생물자원관은 생이가래가 중금속과 농약에 민감히 반응함을 확인하여 생태독성 표준시험종으로 활용할 계획이라 한다. 현재 ‘물환경보전법’과 ‘농약관리법’에 의거해 수생태계 생태독성 시험종으로 큰물벼룩, 붕어, 송사리 등 총 27종이 쓰이고 있는데 생이가래가 이들을 대체할 유력한 후보라 할 수 있다.

 

자라풀

택사과 자라풀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여러해살이 부엽식물이다. 조건만 맞으면 무리지어 잘 자라지만 한 때 멸종위기까지 몰렸었고 지금은 많이 회복되어서 남서부 지역과 도서에서 접할 수 있다. 둥근 부수엽 한쪽이 반쯤 갈라졌는데 마치 수련 잎을 축소한 듯하고 왜개연이나 어리연 잎을 보는 듯하다. 이 부수엽 뒷면에 그물 무늬의 스펀지 같은 공기주머니가 볼록하게 돌출되어 있는데 그 모양이 자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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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깊이에 따라 길어지는 줄기는 길게 옆으로 뻗고 마디에서 잎과 뿌리가 난다. 희고 투명한 꽃은 보풀, 벗풀을 매우 닮았는데 늦여름에 수면 위로 10cm 솟는 꽃대에 달리며 단 하루 만에 피고 진다. 꽃잎은 3장이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마뇨화(馬尿花)라 하며 부인병에 쓴다.

 

둥근잎택사

자라풀과 같은 택사과인 둥근잎택사는 취약종이다. 여차하면 멸종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있는 여러해살이 부엽식물인데 국내에 1속(屬) 1종인 귀한 신분이다.

택사라 불리는 식물들은 보통 하천 습지에 자생하는데 잎이 길죽하거나 큰 질경이잎 비슷하다. 대체로 몸을 꼿꼿이 세우면서 물 아래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잎과 줄기는 수면 위로 솟으면서 자라는 편이다. 그런데 둥근잎택사는 뿌리에서 모여나는 작고 둥근잎을 어릴 때는 수면에 띄워 부엽하다가 성숙하면서 서서히 수면 위로 솟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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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에 꽃자루가 층을 이루며 돌려나고 꽃자루마다 3장 꽃잎의 흰꽃을 피운다. 꽃잎이 3장이고 흰색이라는 점은 자라풀과 같으나 생김새가 확연히 다르다.

보통 동남아, 아열대 등 따듯한 지역에 주로 자생하며 따뜻한 제주도에서는 1998년 처음 확인되었다. 남부 낙동강 주변에서도 간간히 볼 수 있었던 이 식물이 2011년 추운 지역인 파주 민통선 내에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가장 흔한 질경이택사는 제주와 중북부까지 고루게 발견되지만 둥근잎택사가 북부에서 발견된 것은 수수께끼다.

 

순채

둥근잎이 반쯤 갈라진 형태로는 용담과의 어리연과 택사과의 자라풀, 수련과의 수련, 개연, 왜개연, 남개연을 들 수 있다. 연꽃과의 연은 잎이 크고 둥굴다.

깊이 1.5m 이내의 맑은 못에서 자생하는 순채과(어항마름과)의 순채는 수련처럼 부엽하는데 지름 4~6cm의 잎은 갈라짐 없이 둥굴고 예쁘며 잎 뒷면은 자주색이다. 잎과 길이 1m 이상인 줄기에는 마치 구리스를 바른 듯이 점액이 진득하게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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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순채꽃은 신비하다. 꽃자루마다 1개씩 피는데 암꽃이 하루 핀 그 자리에 다음날 수꽃이 핀다. 첫날엔 암술이 돋보이다가 오후에 수중으로 가라앉고 다음날 같은 꽃자루에 수술이 크게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올라온다. 즉 하나의 꽃이 하루는 암꽃이었다가 다음날 수꽃이 되는 것이다.

어린잎과 줄기는 순나물이라 하여 된장국으로 나물로,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을 곁들여 식용하는데 끈적한 점액질에 비타민이 풍부하다. 예로부터 서민들의 음식이었지만 임금 수라상에도 올랐다 한다.
잎도 예쁘고 식용이다 보니 남획되는 경우가 많고, 개발로 습지가 사라지면서 위기를 맞은 멸종위기 2급 식물이다. 한방에서는 위장질환과 호흡기질환. 해열, 해독에 사용한다.

 

부레옥잠

몽실몽실 예쁘기로는 물옥잠과인 부레옥잠도 빠질 수 없다. 잎자루에 공기가 가득한 듯 부풀어 올라 있어서 물에 뜨는데 그 효용이 물고기 부레와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산지는 아마존이지만 지금은 아열대와 온대지역까지 두루 퍼져있고 세계 10대 잡초 중 하나라는 오명까지 얻은 정수식물이다. 뿌리를 물 밑 진흙에 내리지 않으면서도 번식력이 대단해서 빠르게 주변을 장악하는데 개체수가 너무 많으면 수중 산소 부족을 초래하여 물고기에게 재앙이 되기도 한다. 아열대에서는 이런 이유로 골칫거리지만 우리 환경에서는 한해살이이므로 큰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염된 물의 중금속을 흡수하고 질소와 인을 소모하기에 정화식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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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이 대단해서 물이 마르면 마른 대로 흙에 뿌리를 내리며 잘 적용하는데 꽃은 단 하루만 피운다. 이름도 다양하다. 잎자루의 공기주머니가 혹처럼 보여서 혹옥잠이라 하고, 번식을 잘해 물을 장악해 배처럼 떠다니므로 배옥잠이라 하며, 꽃이 히아신스 닮았다 하여 워터하야신스라 한다. 꽃의 촛불무늬가 봉황의 눈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봉안련이라 하고, 물에 뜬 연꽃이라 하여 수부연이라고도 한다.
한방에서는 수호로(水葫蘆)라 하며 해열, 해독에 사용한다.

동글이잎 식물은 다음회에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