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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1-[엄민용 전문기자의 <우리말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⑰>] 우리말을 알면 음식맛이 더 좋아진다

프로필_엄민용1

 요즘은 ‘맛집 열풍’ 시대입니다. 이 방송 저 방송 앞을 다퉈 맛있는 먹거리를 소개합니다. ‘맛장수’(아무런 멋이나 재미없이 싱거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사투리로 쓰이던 ‘맛집’이 이제는 “맛있기로 유명한 음식집”을 뜻하는 말로 두루 쓰이는 세상이 됐습니다. 물론 ‘맛집’은 아직까지 표준어는 아닙니다.

 그런데요. 그런 ‘맛집 방송’을 보다 보면 잘못 쓰는 ‘음식’ 또는 ‘음식 재료’ 이름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그렇게 우리말을 잘못 쓰는 일이 흔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유래를 알지 못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초의 실학자 서유구가 지은 <난호어목지>라는 책을 보면 “함경북도의 임연수(林延壽)란 사람이 잘 낚아 사람들이 ‘임연수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이런 사실을 알면 ‘임연수어’를 ‘이면수’로 잘못 부르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또 포장마차 등에서 안줏거리로 인기가 좋은 ‘오돌뼈’ 역시 이것을 씹을 때 ‘오도독’ 하는 소리가 나니 ‘오도독뼈’가 바른말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음식들은 대부분 참 재미난 유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유래를 알면 바른말을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우리의 문화와 역사도 알게 됩니다. 그야말로 말을 알면 세상이 보입니다.

우리나라 대표 음식 중 하나인 ‘깍두기’에도 재미난 유래, 기가 막힌 우리의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깍두기’는 조선의 제22대 왕 정조의 딸인 숙선옹주가 궁중 종친 회식 때 내놓아 호평을 받으며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라 하는데요. 당시 종친 어르신들이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묻자 “평소 남는 무를 ‘깍둑깍둑’ 썰어 버무렸더니 맛이 있어서 이번에 내놓게 됐습니다”라고 해 ‘깍두기’로 불리게 됐다고 합니다. 이때 지금의 ‘깍두기’를 한자로 음차해서 ‘각독기(刻毒氣)’라 했는데, 그 의미는 말 그대로 “독기를 없앤다”입니다. 무가 가진 해독성에 딱 들어맞는 이름인 것이지요.

정조의 할아버지 영조도 무를 정말 좋아했다고 합니다. 영조는 성격이 깐깐한 탓에 평소 소화불량에 시달렸는데, 무를 먹으며 배앓이를 이겨냈다고 합니다. 그 덕에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이 40대였지만 그는 82세까지 장수를 하지요.

이렇게 우리 몸에 좋은 ‘무’를 ‘무우’ 또는 ‘무수’라고 부르는 분들도 많은데요. ‘무우’와 ‘무수’는 모두 바른말이 아닙니다. 또 “무청째로 김치를 담그는, 뿌리가 잔 무”를 ‘알타리무’라고 부르는 일이 많은데, 이는 ‘총각무’가 바른말이고요.

참, ‘도루묵’에도 재미난 유래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생선은 조선 제14대 왕 선조와 인연이 있다고 하는데요.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을 가다 ‘묵’이라는 생선을 먹게 됐다고 합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한동안 배고팠다가 먹었으니 당연히 맛있었겠지요. 그래서 선조가 “이 맛있는 물고기에게 ‘묵’이란 촌스러운 이름은 격에 맞지 않는다”며 그 자리에서 ‘은어’라는 이름을 지어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궁궐에 돌아와 옛날을 생각하며 ‘은어’를 찾았는데, 이번에는 아주 맛없게 느껴졌다고 하네요. 배가 부르니 당연히 그러했겠지요. 그러자 선조는 그 자리에서 “도로 묵이라고 하라”고 일렀다고 합니다. 그 ‘도로 묵’이 ‘도루묵’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런 유래설은 하나의 설일 뿐입니다. 국어학계에서는 선조와 관련한 유래설보다는 ‘돌묵’이 변한 말로 보는 견해가 더 강합니다. ‘묵’이라는 생선이 있고, 같은 종류의 생선에서 좀 맛이 빠지는 것이 ‘돌묵’이지요. 사과와 돌사과, 배와 돌배, 묵과 돌묵을 생각하면 어떤 것인지 느낌이 올 겁니다. 그 맛없는 ‘돌묵’이 ‘도루묵’으로 변했다는 게 국어학계의 견해이지요.

 그런데요. 국어학계의 그런 견해보다는 그냥 민간에 알려진 유래설이 ‘도루묵’을 더욱 맛나게 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민간 유래설이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