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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1-[송상훈의 식물이야기] 향신료 식물4

프로필_송상훈

지금까지 후추, 계피, 육두구, 정향, 샤프란, 바닐라 등 세계사와 관계 깊거나 매우 비싼 향신료 식물들을 살펴 보았다.
이번 회에서는 광의의 향신료에 포함되지만 보통 허브(herb)라 불리는 식물들을 살펴보자.
토종 허브식물로는 박하, 배초향, 차즈기, 꽃향유, 회향, 고본, 당귀, 누룩취, 냉이, 깨, 갓, 더덕, 취, 쑥 등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배초향과 꽃향유를 살핀다. 서양 허브식물로는 파슬리(Parsley), 세이지(Sage), 로즈마리(Rosmary)를, 그리고 토종으로는 백리향이라 불리는 타임(Thyme)을 살피겠다.

 

배초향

배초향은 여러해살이풀이고 여름에 연보라 꽃이 개화하여 9월이면 진다. 높이 40~90cm로 꽃향유보다 높이 자라지만 전체 수형이 엉성한 느낌이다. 줄기는 꽃향유처럼 사각형이다. 꽃은 원통형이며 잎에 상쾌한 방향성 향기가 있어 음식의 잡내를 제거하는 위해 사용했다. 예전부터 절간에서 고수(코리엔더 coriander. 실란트라 cilantro. 호유실. 빈대풀)와 함께 많이 재배하던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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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초향은 경남지역에서 방아 또는 방애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방아풀이라는 식물이 따로 존재하기에 헛갈릴 수 있다. 배초향 실체가 어떠하든 지역마다 이름을 달리 붙일 수 있으니 굳이 따질 일도 아니지만 방아풀이 따로 존재한다. 방아풀은 산행 중에 흔히 볼 수 있는 꽃도 아주 작고 보잘 것 없으며 향도 미미한 꿀풀과 식물이다.

한편 배초향의 지상부 줄기를 말린 것이 곽향(藿香)이라는 식품의학안전처 설명이 있으나 곽향이란 식물을 따로 분류하는 이들도 있다. 이때의 곽향 역시 꿀풀과인데 쉽게 볼 수 없는 식물이다. 식물 전체에 잔털이 가득하고 배초향과 달리 가지를 많이 치지 않으며 꽃은 방아풀꽃을 확대한 듯한 단정한 꽃들이 핀다. 식물의 세계는 아직도 정리되지 않아 매번 새롭다.

 

 

꽃향유

배초향이 지고 구절초와 쑥부쟁이, 개미취도 시들해질 가을에 기분 좋은 향을 발산하는 향유와 꽃향유가 비로서 존재를 드러낸다. 모두 한해살이풀이고 꽃은 주로 한쪽으로 향하는 편방향이지만 원통형도 있다. 높이 30~50cm로 배초향보다 작은 편이며 배초향과 달리 잎줄기(잎병)에 옅은 날개가 있다. 배초향에 비해 꽃자례가 짧다.

꽃향유는 향유보다 훨씬 빽빽하고 화려한 꽃을 피운다. 꽃향유 잎은 향유에 비해 투박하고 거친 느낌인데 그물맥이 더 분명하고 커치가 더 크다. 향유가 산 밑 평지와 들판에 자생하는 편인데 비해 꽃향유는 산비탈에 무리지어 자행한다.
꽃향유라는 이름이 왠지 허약한듯 곱상해 보이지만 의외로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나 중금속을 흡수하며 정화하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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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와 꽃향유 모두 잎에 강한 방향성이 있고 차로 음용한다. 바로 밑에서 설명하는 서양의 허브와 마찬가지로 모두 구취제거에 잎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염증과 열을 낮추는데 주로 사용하며 어린순은 나물로 식용한다.

 

 

Scarboruogh Fair의 허브

1967년 마이크니콜스(Mike Nichols) 감독이 만들고 더스틴호프만(Dustin Hoffman)이 열연한 ‘졸업(The Graduate)’은 꽤나 유명한 영화다. 필자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의 주제가들은 영화 이상으로 사랑 받았다.

‘The Sound of Silence 침묵의 소리’, ‘Mrs. Robinson 로빈슨 부인’도 매우 잘 알려진 음악이지만 서정적으로 느리게 진행되는 ‘Scarboruogh Fair’는 특별한 하모니로 더욱 기억에 남는다. 모두 Paul Simon과 Art Garfunkel의 작품인데 여기서는 허브 식물이 등장하는 ‘Scarboruogh Fair’를 소개한다.

스카보로는 영국 뉴요크셔 주에 위치하며 중세 때부터 무역상들이 머물러 다양한 물품을 교환하던 장소였다. 1235년 헨리3세가 스카보로에서 매년 8월 15일~ 9월 29일까지 박람회를 개최하도록 명하면서 무역상의 상품 외에도 각종 볼거리가 추가되어 전시박람장의 성격이 더 강해졌다.
이 무렵부터 ‘Scarboruogh Fair’라는 민요가 구전되었고 이를 Simon & Garfunkel이 개작하였는데우리에게는 스카보로 시장, 스카보로 박람회, 스카보로 추억으로 소개되었다.
노래를 들어보시라.

https://www.youtube.com/watch?v=jOFZ2Y4_1Jg
https://youtu.be/LfGL0a_pK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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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
Remember me to one who lives there / For once she was a true love of mine

On the side of a hill in the deep forest green / Tracing of sparrow on snow-crested brown /
Blankets and bedclothes the child of the mountain / Sleeps unaware of the clarion call

Tell her to make me a cambric shirt /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
Without no seams nor needle work, /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On the side of a hill in the sprinkling of leaves / Washes the grave with silvery tears /
A soldier cleans and polishes a gun / Sleeps unaware of the clarion call

Tell her to find me an acre of land /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
Between the salt water and the sea-sands /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War bellows blazing in scarlet battalions / Generals order their soldiers to kill
And to fight for a cause they have long ago forgotten

Tell her to reap it with a sickle of leather /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And gather it all in a bunch of heather /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
Remember me to one who lives there / For once she was a true love of mine

이 노래의 원곡인 민요는 13절로 구성되는데, 중세 전쟁터에서 죽음을 앞 둔 병사가 과거 스카보르에 살던 사랑했던 여인과의 대화 형식이다. 병사와 과거의 여인은 서로의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서로 가능하지 않은 요구를 들어달라고 읊조리는 형식이다. Simon & Garfunkel은 이중 3절만 옮겨서 개작했고 모두 남자의 요구로 바뀌었다.

불가능한 요구라 함은 이음새도 없고 바늘로 꿰매지도 않은 셔츠(천의무봉 天衣無縫)를 만들어 달라거나, 바다와 해변 사이에 있는 1에이커의 땅을 찾아 달라는 것. 당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가던 시기였고 지구는 평편했기에 수평선 너머 바다 끝엔 죽음의 나락 외엔 아무 것도 없다고 믿을 때였다. 거기에서 자길 위한 땅을 찾아달라는 불가능한 부탁을 하는 것이다. 또 가죽으로 반달모양의 낫을 만들어 곡식을 베고 추수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나를 사랑한다 것을 비로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기적인 주문과 함께 전쟁터에서 아스라이 죽어가는 남자의 심정이 흐른다. 서정적이지만 가슴이 아려오는 이 노래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허브식물인 파슬리(Parsley), 세이지(sage), 로즈마리(rosemary), 타임(thyme)이 여러 번 반복되는데, 이 식물들의 꽃말은 각각 승리, 힘, 추억, 용기다.

중세 때 마녀들은 이들 식물들을 섞어서 사랑의 묘약을 만들었다. 죽음을 앞 둔 병사가 사랑을 고백하고 쟁취하는 사랑의 묘약으로 이 식물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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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슬리(Parsley)

승리라는 꽃말을 가진 2년생 식물 파슬리는 양미나리라 불리는데 곱슬잎파슬리와 이탈리안파슬리(프랜치파슬리), 함부르크파슬리 3종류가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파슬리는 곱슬잎파슬리인데 요리에 장식하기 편하기에 많이 소비된다. 곱슬잎파슬리만해도 37가지 품종이 있다. 이탈리안파슬리는 야생종에 가깝고 고수 비슷한 잎에 향도 강하다. 함부르크파슬리는 이탈리안파슬리와 잎이 같지만 뿌리로 수프를 만들 때 쓰인다. 파슬리는 미나리과의 상쾌한 향기를 갖춘 식물로 2000년 전부터 재배되었다. 습기가 많고 배수가 좋은 북아프리카와 동부지중해, 남동부유럽 토양에서 잘 자라지만 지금은 미국과 북부유럽도 주요 생산지다. 첫 재배지는 이탈리아였으며 후에 독일과 북유럽으로 퍼져 개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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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식용으로 장식으로 모든 음식에 파슬리가 두루 사용되지만 그리스∙로마시절의 파슬리는 식용이 아니었다.
약성이 뛰어났기에 고대 그리스 때부터 치료제로 이용되었는데 현대과학이 밝힌 바 미리세틴(Myricetin)과 아피게닌(Apigenin)이 풍부해 암과 당뇨병을 예방한다. 신장과 방광에도 특효해서 요산을 정상화시키고 담석을 제거하며 배뇨를 촉진한다. 알레르기와 관절염에도 탁월하다. 미네랄 또한 풍부하다.

한편 로마시절에는 파슬리가 음식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믿어 식탁 주변에 놔두기도 하고 목에 두르기도 했으며, 씨앗은 낙태를 유도하고 남성들 이뇨∙강장제로 활용했다. 식용하는 현대에서도 파슬리는 특유의 정유성분으로 입냄새 제거에 탁월하며 소화를 돕기도 한다.
미용으로도 탁월한데, 노화도 얇아진 진피층을 복원하고 콜라겐 합성을 높인다.


세이지(Sage)

앞에서 세이지의 꽃말이 힘이라고 소개했지만 인내를 의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세이지 전설은 슬픈 사랑이다. 세이지는 빈 참나무에 사는 요정인데 왕을 사랑했고 왕 또한 세이지를 사랑했다. 그러나 요정은 뜨거운 사랑의 온도를 이기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둘이 포옹하자 마자 죽고 말았다. 죽을 줄 알면서도 뜨거운 사랑을 확인해야 했던 세이지는 죽어서 꽃으로 피어났다.

인내와 숙명, 그리고 힘을 상징하는 세이지(Sage)는 샐비어(Salvia)의 다른 이름인데 종류가 많다. 어린 시절 꽃을 뽑아서 꿀을 빨던 붉은 사루비아(깨꽃)도 세이지다. 물론 블루 사루비아도 있고 흰 사루비아도 있다. 연분홍꽃이 앙증맞은 코랄림프세이지(Sage Coral Nymph), 잎이 라벤더 비슷한 라벤더세이지, 꽃이 블루여서 블루세이지, 요즘 많이 심는 합립세이지(Sage Hot Lips), 잎이 크고 투박해서 세이지라는 생각이 안드는 클라리세이지(Sage Clary), 잎이 날씬하고 단정한 멕시칸세이지, 잎에 분취처럼 잔털이 많은 클리링세이지(Sage Creeping), 연노랑꽃이 박하처럼 피어나는 예루살렘세이지(Sage Jerusalem), 오피키날리스샐비어(Salvia Officinalis)와 오피키날리시 보다 잎이 더 날렵한 스페니쉬 세이지(salvia lavandulaefolia) 등등 종류도 많고 이름도 다양한데 분류방법이 제 각각이어서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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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중적인 세이지는 오피키날리스샐비어이고 그 다음이 스페니쉬세이지이다. 모두 잎의 그물맥이 볼륨감 있고 뚜렷하다. 꿀풀과의 차즈기류 잎들이 그러하다.

샐비어가 ‘구원 받을 것’이라는 그리스어 Salvere에서 비롯되었는데 오피키날리스는 ‘약용’이라는 의미까지 있느니 오피키날리스샐비어는 말 그대로 치료약이다. 그만큼 오래 전부터 대중에게 애용되었다. 
이들 세이지는 면역을 높이고 항염효과가 분명하며 호흡기질환과 심장질환, 소화기질환, 관절염, 부인과질환, 당뇨에도 효과 있다.

맛은 상큼씁쓸하며 매콤하다. 각종 유류와 스프의 풍미를 높여주지만 과용하면 비린맛이 더 강해질 수 있으므로 소량만 사용한다.


로즈마리(Rosemary)

라벤더 비슷한 향기를 발산하는 로즈마리(Rosemary)는 여러해살이 상록식물로 커피숍에서도 가정에서도 화분에 담긴 높이 40cm 미만의 로즈마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로즈는 이슬을 뜻하고 마리는 바닷가를 뜻한다. 그래서일까, 북아메리카와 지중해 바닷가에서 아침 무렵 이슬을 머금은 높이 2m의 풍성한 로즈마리를 볼 수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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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는 기원전 1세기 고대 로마 의사 디오스코리데스(Pedanius Dioscorides)와 갈레노스(Galen) 및 동시대 정치가이자 박물학자인 플리니우스(Pliny)에 의해 그 효능이 기록된 바 있으며, 1552년 Bancke는 통풍과 치통에 로즈마리 활용법을 기술하기도 하였다.

17세기 초에는 전염병의 치료제로 쓰일 만큼 그 약효는 꽤 신뢰되었던 듯하다. 헝가리제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지마비와 통풍으로 시달릴 때도 로즈마리로 만든 향수가 특효했다고 전해진다.

무기질과 엽산이 풍부해서 임산부와 태아 모두에게 좋다. 물론 백혈병과 유방암을 막는 향암과 항산화도 기본 효능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증가하는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으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어 정신안정에도 좋다. 그렇지만 과용하면 오히려 위장 이상을 부르고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로즈마리의 꽃말은 기억이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는 햄릿(Hamlet)에서 “로즈마리, 그것은 추억이야. 그대여 기억해”라는 문구를 남긴 바 있다.

신성한 의식에도 자주 활용했다. 신부의 화환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신부 들러리와 하객들의 리본으로 쓰이기도 했다. 또한 고인을 추모하며 무덤에 던져 지거나 놓여졌는데,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이렛(Romeo and Juliet)에서도 이 장면이 나오고 오늘날에도 비슷한 관행이 이어진다.

맛은 쓴편이지면 상쾌하고 자극적이어서 입맛을 돋군다. 세이지와 마찬가지로 육류의 잡내를 제거할 때도 많이 사용한다. 생선과 야채의 맛을 풍성하게 할 때도 첨가한다.


타임(Thyme)

타임(Thyme)이라 하면 정확히는 잎에 털이 있는 유럽에 자생하는 선백리향을 말하는데 캐러웨이타임, 레몬타임, 독일타임, 영국타임, 프랑스타임, 가든타임 등등을 말한다. 토종타임은 백리향과 섬백리향을 말한다.
유럽의 타임은 토종타임 비슷한 향을 풍기기도 하지만 종에 따라서는 솔향을 풍기기도 한다.

백리향은 햇볕이 잘들고 배수가 좋은 고산지대에 높이 10~30cm로 낮게 깔리는 식물이며 섬백리향은 백리향에 비해 잎이 훨씬 크고 두껍고 꽃도 큰 개체다.

몽골에도 백리향이 지천이다. 몽골엔 초원이 많더라도 지대가 높기에 평지에서도 높이 10cm 미만의 개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 타임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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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전체를 활용하는 타임에 대한 연구도 오래 전부터 있었다. 로즈마리를 연구했던 로마의 플리니우스(Pliny)가 타임의 효과도 연구했으며, 중세시대 여성신학자이자 의사인 힐데가르드 빈겐(Hildegard von Bingen)에 의해서도 효과가 인정되었다.

타임은 그리스어 ‘소독하다’를 의미하는 ‘thuo’에서 유래 되었다. 살균력이 있기에 로마에서는 곡물 부패를 막기 위한 방부재로 사용했으며, 현대에서도 가공식품을 저장하기 위한 보존제로 쓰인다. 이러한 타임의 강력한 살균력은 최근 브라이턴 대학의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는데, 타임의 성분이 MRSA(황색포도상구균) 병원균인 슈퍼 박테리아를 확실히 제거할 수 있다 한다.

또한 통증을 진정시키고 기침을 멎게 하고 혈압을 낮추며 소화를 돕고 불면을 줄이기에 차로도 애용된다.
맛은 쓰고 상쾌하며 맵다. 육류 잡내를 제거하고 소스의 맛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폭넓게 이용된다. 비누, 치약, 화장품, 향수로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상품화 되었다.

‘향신료 식물’은 다음 회에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