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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0-[송상훈의 식물이야기] 향신료 식물3

프로필_송상훈

지난 회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향신료라 할 수 있는 후추와 그 비슷한 이름으로 불리는 식물들, 계피와 그 유사한 맛과 향을 내는 식물들을 살펴 보았다.
이번 회에서는 엄청나게 비쌌거나 비싼 향신료의 모태가 되는 식물들을 알아 보겠다.


식민지를 부른 육두구(肉荳.蔲. Nutmeg)와 정향(丁香 Clove)

‘향신료의 제왕’인 후추가 십자군전쟁의 촉발 원인 중 하나였고 베네치아를 살찌웠으며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의 동기가 되었다면 육두구와 정향은 식민국가 형성의 동기가 되었다. 17세기 들어 네덜란드, 19세기에는 영국이 향신료 무역을 주도하였는데 네덜란드와 영국이 주도할 때 주요 향신료는 인도네시아 몰루카(Molucca)제도 원산인 육두구와 정향이었다. 이 시기에 육두구와 정향을 카리브해의 그레나다(Grenda)와 탄자니아의 잔지바르(Zanzibar)에 심어 본격적으로 생산하였는데 그레나다와 잔지바르는 향신료 생산을 위한 식민지였던 것이다. 향신료를 위해 식민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레나다 국기에는 육두구나무를 심어 유럽으로 이송하던 배와 육두구나무 열매인 육두구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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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향신료 중의 향신료’라 불리는 육두구는 인도네시아 룬(Run)섬과 뉴욕을 교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동인도 무역권을 쥐고 있던 네덜란드가 룬섬을 장악하면서 대가로 아메리카의 뉴암스테르담(지금의 뉴욕)을 영국에 할양한 것이다.
지금은 아주 비싼 향신료라 할 수 없고 정향보다 싸게 취급되지만 당시 육두구 값이 500g에 소 7마리 값으로 후추의 10배였음을 고려하면 뉴암스테르담 포기도 이해할 법하다.

식민지가 만들어질 만큼의 매력적인 향과 맛은 2011년 CNN이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50가지’에서 증명되었다. 50가지 음식 중 1위와 2위를 차지한 음식은 ‘렌당’과 ‘나시고랭’라는 인도네시아 음식이었고 여기에 첨가되는 향신료가 육두구와 정향이다.
이 매력적인 향신료들은 후추처럼 미이라 제작에도 사용되었다. 그만큼 매스꺼운 냄새를 상쇄하는 향이 좋다는 의미이다.
육두구는 후추보다는 덜 자극적이고 순한 향미가 있다.
정향은 자극적이면서도 매콤하고 강한 금속성 향미가 있다.

먼저 육두구(肉荳.蔲. Nutmeg) 를 알아보자.
향신료 육두구는 월계수 비슷한 잎과 단풍철쭉(방울철쭉. 도단철쭉. 흰등대꽃. 페클라투스) 비슷한 작은꽃이 피며 살구 비슷한 열매를 맺는 육두구나무(Myristica fragrans 미리스티카 프라그런스. 육두구과)의 단단한 씨앗이다. 이 씨앗은 향이 좋아서 ‘사향냄새가 나는 호두(Nutmeg)’라고도 불린다. 맛은 약간 쓰고 매콤하다. 씨앗의 껍질은 메이스(Mace)라 불리며 별도의 향신료로 취급된다.

육두구나무는 자웅이주이므로 암꽃과 수꽃이 딴그루에서 핀다. 높이 5~20m까지 자라며 열매를 맺기까지는 5년 정도 걸린다. 나무의 암수를 구별하기 어렵고 꽃이 피더라도 암꽃인지 수꽃인지 알기 어렵다. 잎겨드랑이에서 피는 꽃이 암꽃인지 수꽃인지는 꽃을 절개해야 알 수 있다.
잎은 열대지역 나무가 그렇듯이 두터운 편이며 거치가 없다. 수피는 회갈색이다.
목련과 육두구속 나무들은 자르면 붉은 수액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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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두구는 ‘동의보감’에도 거론되는데 기억력을 높이고 위를 강하게 하며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정력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편, 미리스티신(myristicin)이라는 독성이 있어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의 혓를 마비시킨 향료인데 과다섭취하면 경련을 일으키거나 불면을 유발한다. 또한 암페타민 (amphetamine) 비슷한 효과가 있어서 약간의 환각을 부르기도 있기 때문에 소량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독은 잘 다스리면 그 자체가 약”이다. 최근 한방에서는 육두구가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IBD) 외에도 위장관의 난치성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한의학적 치료법에 적용 중이라 한다.

오래 전부터 사랑의 묘약으로, 불로장생 특효약으로 알려진 정향(丁香 Clove)은 8~9월 개화 직전의 꽃봉오리를 햇볕에 말린 것이다. 영명은 Clove는 못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클루(Clou)에서 기원하였다. 정향이 못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정향은 높이 20m에 이르는 도금양과 상록교목이며 수령 6년이 되어야 개화하기 시작한다. 잎에거치가 없고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살짝 말리기도 한다. 꽃봉오리는 연한 녹색에서 점차 진한 녹색으로 바뀌다가 개화 직전 붉게 변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물푸레나무과의 정향나무(털개회나무)나 조선정향(헤이크라. 수수꽃다리)과는 다른 식물이고 꽃이 이들만큼 향기롭지도 않지만 식물 전체에서 향긋한 아로마향이 나고 꽃봉오리를 말리면 특유의 향이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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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후추, 육두구와 함께 육류의 누린내를 상쇄하는 효과가 컸기에 수요가 많았다. 후추에 집중하던 포루투갈과 달리 1605년 몰루카(Molucca)제도 장악한 네덜란드는 몇 군데 섬을 제외하고는 모든 정향나무를 베어냈다. 독점을 위해서였다. 그만큼 정향은 자본 축적에 큰 역할을 했다. 지금도 정향은 현재 모든 향신료 중에서 샤프란(Crocus saffron), 바닐라(Vanilla), 카다몬(Cardamon) 다음으로 비싸게 거래된다.

후한의 《한관의 漢官儀》 기록에 의하면 정향은 황제를 알현할 때 신하의 구취를 제거하는 유용한 도구였다. 한방에서는 위를 튼튼히 하고 토사곽란에 사용하였으며, 몸의 염증을 제거하는 등 쓰임새가 매우 다양해서 치약과 각종 화장품, 세척제로도 활용된다. 은단과 가스할명수의 재료이기도 하며 방부제나 국소마취제로도 활용된다.
인도식 카레나 오향장육 등 사용할 때는 못의 몸에 해당하는 줄기는 제거해야 하는데 쓴맛 때문이라 한다.
인도네시아가 원산지만 정향의 최대 수입국 또한 인도네시아다. 담배와 정향을 혼합한 ‘크레텍(kretek)’ 인기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재 가장 비싼 향신료 샤프란(Crocus saffron)과 바닐라(Vanilla)

‘지중해의 금’으로 불리는 향신료 사프란(Crocus saffron)은 현재 존재하는 향신료 중 가장 비싼 향신료이다. 푸아그라(foie gras 거위간)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라 불리는 송로버섯(Truffle)이나 캐비아(Caviar 철갑상어알)보다 비싼 값으로 거래되며, 맛은 쓰고 매콤달콤하며 요오드 향이 난다. 향신료 외에도 염색제, 향수, 약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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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샤프란은 샤프란 꽃 하나에 2~3개만 존재하는 붉은 암술머리를 말린 것이다. 1g의 향신료를 얻으려면 200~500개의 꽃이 필요하고 일일이 조심스레 쪽가위로 떼내어 말려야 한다. 사람이 하루 종일 채취한다고 해야 60g 정도이니 재료비는 물론 인건비와 공임비 모두 크다.

샤프란은 크로커스(Crocus) 재배종으로 번홍화라는 이명을 가진 붓꽃과 식물이다. 봄에 개화하는 크로커스와 아주 비슷하지만 가을에 개화하는 차이가 있으며, 크로커스와 달리 꽃 밖까지 나오는 길고 붉은 암술이 특징이다. 일조량이 많고 강수량이 적은 소아시아와 지중해, 인도 등에서 재배된다.
가을에 개화하기에 구근을 심을 때도 가을에 해야 한다. 보기보다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그리스신화에도 크로커스가 등장한다.
첫째, 인류에게 불을 선사한 프로메테우스가 카우카소스산에 묶여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당했는데, 이때 떨어진 피가 피운 꽃이 크로커스라 한다.
둘째, 스밀랙스(Smilax)라는 요정을 사모하다가 죽은 청년 크로코스(Krokos)가 꽃으로 환생한 것이라고도 한다. 스밀랙스도 청미래덩굴로 환생했다 한다.
셋째, 제우스의 아들이자 전령의 신이면서 도둑이었던 헤르메스의 아내 이름이 크로커스인데 그녀가 떨어져 죽은 절벽에 피어난 꽃이 크로커스라고도 한다.
넷째, 크로커스라는 청년이 코린투스라는 여인을 사랑했는데 어머니가 둘을 헤어지게 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비너스가 비둘기를 통해 둘의 사랑을 이어주었는데 이를 안 크로커스 어머니가 활을 쏘았고 비둘기가 아닌 죽고 말았다. 비너스가 이를 애처롭게 여겨 꽃으로 피어나게 했다 한다.
이러한 크로커스 신화는 샤프란 신화이기도 하다. 가울에 피는 크로커스가 샤프란이니 말이다.

샤프란은 난초과이지만 과가 다르면서 비슷한 꽃이 몇 있다.
백합과인 콜키쿰(Colchicum)은 샤프란과 달리 암술이 짧고 잎 없이 개화한다. 마치 상사화가 그러하듯이. 샤프란 이름을 빌린 나도샤프란(제피란시스 Zephyranthes)이 있는데 수선화과인 이 꽃은 개감체 비슷하게 소박하고 암술이 짧으며 잎이 부추처럼 가늘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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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식물만 알지 향신료로 맛을 본적 없는 샤프란은 빻거나 갈 경우 은은한 맛이 덜하므로 말린 그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과다 투입하면 매워지고 쓴 맛이 나므로 소량만 사용하고 음식에 직접 투하하기 보다는 물이나 육수에 담가서 10분 우린 노란물로 소스를 만들어 음식과 섞는다 한다.
수프와 해산물, 쌀밥요리, 빵, 감자요리 대부분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치자, 민들레, 홍화 등도 노란색을 내지만 샤프란이 비싼 이유는 그 이상의 향과 맛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향신료 바닐라는 난초과 바닐라속 덩굴식물인 식물인 바닐라(Vanilla)의 녹두 같은 길죽한 꼬투리 열매를 말린 것이다. 2만종이 넘는 난초과 식물 중 유일하게 식용 가능한 열매다.
멕시코 원산이며 지금은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재배되는 바닐라는 높이 15m까지 지주목을 감고 오르면서 마디마디에 있는 공기뿌리(氣根)로 수분을 흡수한다. 5cm 정도의 녹황색 꽃이 하루만 피고 지므로 열매를 얻으려면 꽃이 피자마자 인위적으로 수분해 주어야 한다. 야생 바닐라는 토착벌인 Melipone bee에 의해서만 수분되는데 꽃도 빨리 지기에 열매를 보기가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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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하고 수분한 후 7개월이 지나 성숙하는 열매는 15~25cm 정도로 큰데 쓰고 맵지만 햇볕에 말리거나 열을 가하여 점차 초록에서 검게 변해갈 때 비로서 연한 계피 비슷한 그윽한 바닐라 향이 가득하게 된다. 이 때 꼬투리를 가르면 단맛까지 첨가된 까만 작은 알맹이들이 가득한데 향은 꼬투리의 껍질인 깍지에 있고 알맹이인 과육에는 없다. 가끔 바닐라 알갱이를 갈아서 사용한 바닐라아이스크림을 만날 때도 있지만 향의 의미는 없다. 따라서 향신료로 쓸 때는 꼬투리를 통째로 사용한다.
아즈텍 인디언들이 쓴맛의 카카오를 순화시키기 위해 바닐라를 활용했듯이 초콜릿이 유럽에 도입되면서 바닐라 수요는 더욱 높아졌다. 현재 바닐라는 샤프란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샤프란 다음으로 비싼 향신료이다. 한정된 지역에서 생장 제한이 많으므로 바닐라는 확대생산이 어렵기에 값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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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는 거의 모든 음식에 풍미를 더해 준다. 커피의 향에 더해지기도 하며 콜라를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해산물 소스로도 손색 없다.
바릴라 향이 가득한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인기 있다. 아이스크림에 천연 바닐라를 사용할 수도 있겠으나 보통은 바닐라 꼬투리를 알코올로 분해해 사용한다. 바닐라 주요 성분인 바닐린(vanillin)은 기화 성질이 강하므로 알코올로 추출할 때 가장 효과적이며 적은 양으로 풍부한 발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동물 비버의 생식선 주머니에서 추출한 캐스토리움(Castoreum. 해리향)을 사용하기도 한다

‘향신료 식물’은 다음회에도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