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4

vol.99-[Main Story] 미국 발 ‘그린 뉴딜’,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대담한 전환

2018년 11월 8일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유례없는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서울시 면적인 60,700ha가 불타고 84명 사망, 475명 실종 그리고 1만 4천 가구가 불탔다. 이렇게 대규모 피해를 가져온 산불이 재해 대응 시스템을 잘 갖춘 미국에서 발생했다. 산불을 피해 피난을 가는 사람들이 탄 자동차들 밑으로 불씨가 날아와 차들도 함께 불타는 기가 막힌 일들이 미국에서 벌어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일제히 기후변화가 산불의 규모를 키웠다고 발표했다. 이번 산불은 선진국들도 예외 없이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즉각 젊은 시민운동가들을 움직였다. 산불이 발생한 11월, 미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Nancy Pelosi)의 집무실을 젊은 시민운동가들이 점거했다. 그들은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응해온 시민운동단체인 ‘선라이즈 무브먼트’(Sunrise Movement)와 ‘정의와 민주주의’(Justice Democrats)에 소속된 활동가들이었다. 이 활동가들은 펠로시의 집무실에서 농성하면서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미국이 이제 ‘그린 뉴딜’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들의 목소리는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의 그린 뉴딜 제안은 단 3개월 만에 미국 정치인들과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슈가 된다. 누가 이렇게 되리라 상상을 했을까? 2019년 2월 7일 목요일부터 CNN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방송사와 언론은 일제히 그린 뉴딜을 알리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가장 핫한 뉴스로 부각된 것이다.
왜 지금 그린 뉴딜이 미국에서 중대한 현안이 되고 있을까?

 

‘그린 뉴딜’ 결의안, 민주당과 미국 시민들을 사로잡다

2019년 2월 7일 민주당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Ocasio-Cortez)와 민주당 상원의원 에드워드 마키(Edward Markey)는 ‘그린 뉴딜을 실행하기 위한 연방 정부의 의무’를 정하는 결의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그러자 하원의원 64명과 상원의원 9명이 이 결의안에 서명했다. 서명한 상원의원 중 5명은 2020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었다. 미 민주당은 2020년 대통령 선거의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그린 뉴딜 정책을 수용한 것이다. 결의안 초안을 만든 오카시오-코르테즈는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10선의 전임자를 누르고 뉴욕 주에서 당선되었다. 그녀는 기후변화가 젊은 세대의 주요 관심사임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오카시오-코르테즈는 이미 작년 11월 펠로시의 집무실에서 농성을 해온 시민운동가들과 합류를 해왔다. 이때부터 오카시오-코르테즈와 준비 팀은 그린 뉴딜의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렸다고 한다. 2018년 12월 민주당 하원은 공식적으로 오카시오-코르테즈 팀에게 그린 뉴딜 결의안을 만들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3

민주당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Ocasio-Cortez)
/ 사진출처 Sunrise Movement

결의안을 만드는 동안 미국에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사건이 새롭게 발생한다. 그 사건으로 미국 시민들의 기후변화 관심도가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2019년 1월 20일부터 1월 30일까지 미국의 중서부와 중북부로 북극의 한파가 내려온 사건이다. 1월 30일 미네소타주 인터내셔널 폴스 지역은 영하 48℃까지 내려갔다. 미시간 호수는 너무 낮은 온도로 인해 얼음 안개가 관찰되었다. 땅속에 있는 수분이 얼면서 일어나는 결빙지진(frost quake)도 발생했다.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살인적인 한파가 미국을 덮쳤던 것이다. 원인을 NASA가 발표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을 둘러싸고 도는 강력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제트기류의 띠가 남쪽으로 내려온 것이 원인이었다. 일련의 이런 사건들은 그린 뉴딜에 대해 들어 본적도 없는 미국 시민들을 처음부터 움직였다. 기후변화 해결의 대안으로 그린 뉴딜을 지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여론조사 하나를 소개하면 이렇다. ‘그린 뉴딜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를 질문하자 응답자의 82% 정도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을 한다. 그런데 ‘그린 뉴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을 하면 81% 이상이 긍정적으로 대답을 하고 있다.(Yale Program on Climate Change Communication, 2018.12) 이런 시민운동가들의 제안과 기후변화 사건들을 타고 2월 7일 그린 뉴딜 결의안은 매우 시의 적절하게 제안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해 금세기말 미국은 매년 5천 억 달러(550조 원) 이상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라는 2018년 12월 발표된 「제4차 국가기후평가보고서」도 미국 정치와 시민들을 움직이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린 뉴딜 결의안, 무엇을 담고 있는가?

14페이지 그린 뉴딜 결의안은 기후변화 해법으로 대담한 제안을 하고 있다. 결의안이 담고 있는 6개의 목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10년 내에 미국의 전기에너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미국 전기에너지원 11% 재생에너지임, 9%가 원전임)
2. 에너지 효율화 위한 ‘스마트 그리드’ 도시 건설, 모든 빌딩을 녹색 빌딩으로 전환
3. 제조업과 농업부문, 완전한 탈탄소화 실현
4. 해안과 도시, 교통, 수송 분야 등에 기후변화 대응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실행
5. 온실가스 감축과 포집 분야 대규모 투자를 실행
6. 녹색기술, 산업, 지식, 상품과 서비스를 미국의 주요 수출품으로 만든다. 미국 이외의 나라들이 완전한 탄소 중립 경제로 전환을 돕는 국제 리더의 역할을 함

이런 목표를 갖는 결의안은 1) 1조 달러 이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하고 2) 1천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3) 건강보험의 전국적 적용, 대학무상등록금, 기본소득, 생활 보장 최저임금 등 포괄적인 사회보장을 확보하면서 4) 이를 위해 과감한 재정적자 정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결의안 설명 과정에서 재정적자 정책의 중요함을 부각시킨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진행한 뉴딜 정책처럼 초기에는 적자를 보나 이후에는 6배 이상의 성과가 난다는 전망을 제시한다. 이 전망을 달성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오카시오-코르테즈는 2월 7일 결의안을 외부에서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대담한 결단을 요구한다.

2018년 12월 미하원의장 낸시 펠시집무실에서 농성하는 젊은 시민운동가들
/ 사진출처 Sunrise Movement

“50년 전 케네디 대통령도 달에 가자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했을 때 어떻게 갈 것인지는 이야기 안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했다. 마찬가지로 그린 뉴딜을 위해 한 번도 인류가 만든 적이 없는 새로운 합금(metal alloys)을 만들고 이 합금으로 만든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거대한 로켓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그녀는 호소를 했다. 결국 그린 뉴딜이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인류가 한 번도 만들어 본적이 없는 발상을 하고 투자를 하고, 모델을 만들고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나는 이런 발상을 하는 ‘그린 뉴딜’이 반드시 성공했으면 한다.

 

그린 뉴딜로부터 배울 점은 무엇일까?

나는 2020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지 않을 경우 그린 뉴딜을 달성할 수단은 제한될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 뉴딜은 미국만이 아니라 인류가 가야할 중요한 이정표로 보인다. 나는 기후변화를 환경현안으로 이해하여 환경적인 대응으로 좁혀서는 안 된다고 본다. 기후변화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전 지구적으로 종합적이고 통합적으로 접근을 할 때 비로소 그 해법이 보인다. 현재 시민운동가들과 오카시오-코르테즈가 제안한 그린 뉴딜은 이런 종합적인 접근을 넘어서고 있다. 즉 과감하게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그린 뉴딜을 진행하자는 점이 좀 특별하다.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기존의 발상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시민참여’ 이것은 기후변화 해법의 성공을 만들어 가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나는 한국이 기후변화 대책이나 미세먼지 대책을 세울 때 비록 늦었지만 그린 뉴딜이 제안하는 대담함, 발상의 전환, 시민참여를 적극 수용해야할 것이다. 한국에도 과거 녹색 뉴딜을 비록 시늉에 그쳤지만, ‘녹색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제안들이 뉴딜이 아니라 낡은(old) 딜로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딜이라는 말은 원래 카드놀이에서 나온 표현이다. 뉴딜은 새로운 카드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녹색성장’처럼 기존의 시스템을 연명하기 위해 사용한다면 결코 뉴딜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도 5천 만의 관심사인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해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면서 대담한 전환을 하는 뉴딜을 했으면 한다. 문제가 크다면 해법도 커야한다. 이런 발상의 전환과 시민참여야말로 이번 오카시오-코르테즈의 결의안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다.

글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개의 복이 온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