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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8-[송상훈의 식물이야기] 향신료 식물1

프로필_송상훈

이번 회부터는 향신료 식물들을 알아 보겠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어느 대륙이나 풍미 있는 음식이 많은 곳에서는 다양한 색상의 향신료 전문점을 만날 수 있다. 치유를 위해 섭취하는 향신료 중 제법 잘 알려진 것만도 100여종 이상인데, 대체로 염증을 줄이고 심장의 건강을 증진하며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암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등 여러 가지 유익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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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에 대한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향신료에 관한 전문가들의 풍부한 이야기를 서가와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에 필자 역시 잘 알려진 여러 자료를 취합할 것인데, 다만 향신료 모태인 식물을 추가 설명하여 이해를 돕도록 할 것이다.
이번 회에서는 향신료의 역사와 의미를 간략하고 다음 회부터 향신료의 모태인 식물을 선별하여 다룬다.

향신료 특성

향신료(香辛料. spices)는 한자와 영문에서 보듯이 향이 독특하면서 맵거나 쓰면서 자극적인 맛을 내는 부재료이다. 정향(丁香 clove)∙육두구(肉荳䓻 nutmeg)∙육두구의 껍질인 메이스(mace)는 향료라 불리었고, 매운맛을 가진 후추, 강황, 고추 등이 더해지면서 향신료라 불리게 되었다.

존 매퀘이드(John McQuaid)는 『미각의 비밀』에서 인류가 불을 사용해 조리 함으로써 미각과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이 모두 향미 감각화 되었는데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맵고 쓴맛을 즐긴다 하였다. 즉 인간만이 향신료를 즐긴다는 이야기다.

향신료는 매우 다양하기에 고소하고 씁쓸하고 달콤하고, 시큼하고, 온화하고 산뜻한 향과 맛을 내는 부재료도 상당하다. 그러나 대체로 독특한 풍미(Flavor)와 매운 맛(Hot, Bitter, Spicy)이 향신료의 대표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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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시각으로 볼 때 인간의 혀는 달고 시고 짜고 쓴 미각을 느끼지만 매운맛은 혀가 아니라 대뇌가 느끼는 통각이다. 인류가 통각을 즐기는 이유는 기후와 전통과 습관 때문이다. 아마도 오로지 매운 재료 하나만 섭취하지 않고 이를 섞어 섭취하는 인류의 영리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조류는 매운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없어서 매운맛 자체를 모르지만 초파리는 매운맛을 안다는 최근 연구로 볼 때 인간만이 매운맛을 아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류만이 매운맛을 알고 이를 즐기며 오랜 역사를 함께 해왔다는 것이다.

5천년 전부터 활용되어온 향신료는 하늘과 신에게 바치는 제사에서부터 영생을 위한 미이라 방부제로, 식품첨가제로 이용되어왔다. 유럽에 도입된 계기는 십자군전쟁이었으며 유통과정이 멀고 복잡하여 그 값은 매우 높았다.
십자군을 지원한 베네치아는 물론 큰 부흥을 맞이했었다. 중세유럽에서 육두구 1kg은 소 한마리 값이었고 후추 한 알은 진주 한 알과 동가였으며 말린 후추 열매 1파운드(약 453그램)는 농노 1명과 동가였다. 당시 후추는 기분 좋은 향을 제공하면서 채비신(chavicine)과 피페린(Piperine) 성분이 고기의 잡내를 제거하고 식욕을 돋구었다.
후추뿐 아니라 다른 향신료도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다.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capsacin), 생강의 진저롤(Gingerol)∙쇼가올(Shogagol)∙ 진저론(Zingerone), 마늘의 알리신(Allicin), 겨자의 아릴이소티오시안산(Alyl isothiocyanate), 계피의 신남알데하이드(Cinnamaldehyde) 등도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를 도우며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며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돕고 위산 분비를 촉진하며 체지방 분해에 도움을 준다.

향신료와 역사

향신료의 독특한 맛과 향은 지역적 특징과 관련 있고 다른 지역에서 인위적 재배가 어려웠기에 향신료에 대한 열망은 모험을 부추겼다. 이미 인도를 정복해 후추(black pepper)를 독점한 포르투갈에 맞서 새로운 인도항로를 개척하고자 했던 스페인을 설득해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는 1차 항해에서 대서양을 가로질러 카리브해 바하마에 상륙하여 감자, 옥수수, 고구마, 토마토를 유럽에 소개하였고, 2차 항해에서 아이티에 상륙하여 후추처럼 매콤한 고추((Red pepper. Chili pepper)를 유럽에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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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는 1차 항해와 2차 항해 모두 인도에 도착했다고 믿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도가 아님을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럼버스를 칭송하기 위해 사람들은 카리브해 일대를 서인도제도(West Indies)라 칭했던 것이다. 이러한 항해사는 매콤함에 대한 인류의 욕망을 말해준다. 포르투갈의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와 스페인의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allanes)의 항해도 향신료에 대한 집착을 말해준다.

콜럼버스가 후추 대신 고추를 발견한 사건은 무역 중심을 페르시아와 이탈리아에서 서유럽으로 옮기게 하였고 아메리카는 인도와 중국의 대체지가 되었다. 유럽에서 고추가 후추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했는데 향이 적고 많이 매웠기 때문이다. 고추 수요를 충족하고자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는 아프리카, 인도, 중국을 거쳐 일본에 이르렀다. 실크로드에 버금가는 스파이스 루트(Spice Route)가 이때 개척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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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와 고추 외에도 육두구(Nutmeg)와 정향(Clove)에 대한 열망은 식민지배를 강화하고 자본국가 형성을 촉진하며 새로운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는데, 십자군원정을 지원한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12세기부터 향신료무역을 주도했다면 15세기 중반부터 포르투갈이 주도하였고, 17세기부터는 네덜란드가 주도했으며 19세기부터는 영국이 주도하였다.

이러한 흐름에서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고려 공양왕 때 후추가 처음 송나라로부터 도입되었으며, 콜럼버스가 유럽에 유입한 고추는 임진왜란 때 포르투갈이 일본에 전해주고 일본을 통해 조선에도 유입되었다(이와는 반대로 조선에서 일본으로 유입되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임진왜란 발발 전의 조선 서적들에 이미 고추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김치가 붉어진 것도 이 무렵이다.

고추 특유의 매운맛은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고추에 독이 있으며 세간에서는 왜개자(일본 겨자)라 부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백성들은 일본이 조선을 말살하려고 들여온 독초가 고추라고 믿었던 때였다.

고추 이전에도 이미 한반도는 매운 맛에 대한 열망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마늘, 파, 부추, 생강, 산초, 후추, 겨자 등이 그것이다. 고추 유입은 생강, 산초의 수요를 축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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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는 새로운 향신료에 의해 대체되고 축소되기도 하지만 저장기술의 발달로 대표적인 향신료가 위축되기도 한다. 냉장고의 발달과 보편화는 후추, 정향, 육두구 등 항균성 향신료의 사용을 대폭 축소시켰다.

그러나 모바일의 발전으로 전세계가 동시에 같은 정보를 접하는 현대사회에서 향신료의 영향력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접하지 못했던 음식에 대한 관심과 향신료를 통한 건강 증진이 맞물리면서 다양한 음식이 선보이고 포장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대부분의 향신료 원산지는 동남아와 아열대에 많으므로 대체로 성질이 따뜻하다고 한다. 따라서 속에 열이 많은 북방민족에 너무 자주 섭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기억해야 한다.

향신료 정의

향신료의 종류가 다양하듯이 그 정의도 단일하지 않다. 일반적 정의에 따르면 향신료는 오로지 식물에서 채취하여 음식 주재료에 맛과 향과 시각적 효과를 더하는 양념(부재료)이다.
짜고 달고 신 맛을 내지만 시각적 효과가 별로 없는 부재료인 소금, 설탕, 식초는 향신료가 아닌 조미료로 따로 분류한다. 또한 동물로부터 채취한 재료는 향신료라 하지 않는다. 따라서 멸치다시다, 소고기다시다 등은 조미료이지만 향신료는 아니다.
향신료는 주로 음식에 첨가여 섭취하므로 오로지 향신료만을 활용한다면 같은 재료라도 향신료라 칭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인간사에 영향을 미친 향신료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식물을 가공하기에 그 종류는 수백~수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향신료 전문점에서 접하는 색감은 마치 화려한 염료를 보는 듯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 화려한 색상과 향과 맛이 오롯이 식물에게서 비롯되었음에 놀라고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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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동물성이 아닌 조미료까지 포함하여 넓은 의미의 향신료로 부르기도 한다. 이 분류에 따른다면 소금, 설탕, 식초, 간장, 고추장, 된장도 향신료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 생활의 필수재료이므로 추가적 의미가 있는 향신료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할 것이다.

혹자는 향신료와 ‘허브(herb)’를 구분한다. 식물의 잎을 제외한 부분에서 채취한 것이 향신료이고 식물의 잎에서 채취한 신선한 것은 허브라고 규정한다. 이 때 허브는 신선한 잎을 의미하므로 마른 잎을 활용한다면 향신료가 될 것이다. 이러한 구분 또한 모호하기는 마찬가지기에 여기서는 향신료와 허브를 구분하지 않겠다.

향신료가 되는 식물의 다양한 부위

향신료로 쓰이는 식물의 부위는 다양하다. 일부 예를 들면

열매(Fruit) : 바닐라(Vanilla), 올스파이스(Allspice: Pimenta dioica), 파프리카(paprika), 카르다몸(Cardamom), 팔각(star anise), 타마린드(tamarind), 후추(black pepper), 산초(chinese pepper), 고추(chili pepper. Red pepper) 등등
씨앗(Seed) : 아니스(Anise), 캐러웨이(Caraway), 쎌러리(Celery), 고수(Coriander), 커민(Cumin. 마근), 회향(Fennel), 호로파(Fenugreek), 겨자(Mustard), 양비귀씨(Poppy seed), 육두구(Nutmeg), 참깨(sesame), 딜(Dill) 등등
뿌리줄기 또는 뿌리(Rhizomes or Roots) : 생강(Ginger), 갈랑갈(Galangal 태국생강), 강황(Turmeric), 고추냉이(wasabi) 등등 
잎(Leaves) : 월계수잎(Bay leaves), 마저람(Marjoram), 파슬리(Parsley), 세이지(Sage), 로즈마리(Rosemary), 타임(Thyme), 쑥갓, 미나리, 배초향 등등 
껍질(Bark) : 실론계피(실론시나몬. Cinnamon), 계피(카시아 Cassia), 진피(귤껍질)
꽃부분(Floral Parts) : 샤프란(Saffron), 정향(클로브 Clove), 케이퍼(Caper) 등등
구근(Bulbs) : 양파, 마늘, 셜롯(Shallot) 등등
가종피(Aril) : 메이스(mace) 등

향신료는 하나의 식물로만 구성되기도 하지만 여러 식물을 혼합하여 활용도를 높이기도 한다.
잘 알려진 복합향신료로는 몇 가지를 살펴 보면 아래와 같다.
라스 엘 하루트(ras el hanout) — 강황, 생강, 계피, 고추, 육두구, 메이스, 정향, 올스파이스, 고수, 커민, 월계수잎, 호로파, 후추의 배합
오향(five spice powder) — 계피, 산초, 정향, 팔각에 회향 또는 진피의 배합 
마살라(masala) — 계피, 육두구, 메이스, 월계수잎, 정향, 카르다몸, 커민, 후추의 배합
커리(curry) — 강황, 겨자, 계피, 고추, 육두구, 마늘, 롱페퍼, 생강, 양귀비씨, 정향, 카르다몸, 캐러웨이, 커민, 호로파, 코리앤더, 회향, 후추의 배합 
칠미(시치미 shichimi togarashi) — 고추, 산초, 참깨, 생강의 배합 
칠리(cnilli) — 고추, 오레가노, 딜의 배합 
 카트르 에피스(Quatre e’pices) — 육두구, 생강, 정향, 후추의 배합

다음 회에서는 이러한 향신료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식물을 선정하여 특징을 살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