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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8-[강찬수 환경전문기자의 에코사전㉚] 아랍 민중봉기 촉발한 바이오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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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

2010년 12월 아프리카 튀니지에서는 민중 봉기가 일어났다. 무허가 청과물 노점상이던 모하메드 부아지지(26)라는 청년의 분신이 도화선이 됐다. 이 청년은 경찰 단속에 적발돼 청과물을 모두 빼앗겼고, 되돌려달라고 민원을 해도 소용이 없자 휘발유를 온몸에 붓고 분신했다. 튀니지 국민이 함께 들고일어나면서 23년 동안 이 나라를 철권 통치하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은 2011년 1월 권좌에서 축출됐다. 시민 투쟁은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면서 이웃 이집트·알제리·예멘 등으로 퍼져나갔다. 이른바 ‘아랍의 봄’을 불러온 것이다. 재스민 혁명은 튀니지의 나라꽃인 재스민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이 재스민 혁명의 배경에 바이오에너지 보급 확대가 있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혁명은 분명 장기 독재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에다 곡물 등 생필품 가격이 급등한 것도 ‘독재 타도’ 구호를 외치게 만든 주요 원인이었다는 주장이다.실제로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월 사이 국제 식량 가격은 15%나 상승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곡물 수확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바이오에너지 생산 확대도 한몫했다. 2011년을 기준으로 미국 옥수수 수확량의 40%가 에탄올 생산에 소비됐다.유럽연합(EU)은 2010년 3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바이오 연료 사용 확대는 농산물 가격의 상승을 초래해 최빈국의 소비자들에게 식량 부족사태나 가격 폭등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작고한 미국의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장은 지난 2006년 “25갤런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의 탱크를 한번 채우는 데 들어가는 곡물은 한 사람의 1년 치 식량”이라고 지적했다.석유 가격 폭등 같은 에너지 위기에 대비할 수도 있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일 수도 있다고 해서 세계 각국이 관심을 쏟는 것이 바이오에너지다. 하지만 논란도 많다. 바이오에너지 보급으로 오히려 지구 환경을 훼손할 수도 있고, 식량 가격을 치솟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은 줄이면서도 온난화를 막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는 바이오에너지는 없을까.

━생물체로부터 얻는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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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잔가지 등으로 만든 바이오 연료 우드펠릿.

바이오에너지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만드는 식물의 광합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식물체라는 형태로 저장된 에너지를 활용하는 게 바이오에너지이고, 바이오에너지를 소비하면 결국 이산화탄소로 되돌아간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이기도 하다.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도 식물체가 땅속의 고온·고압의 조건에서 오랜 시간 변화된 것이다. 화석연료는 긴 시간 동안 만들어진 에너지를 짧은 순간에 소비할 뿐이고 재생되지는 않는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목재와 숯을 땔감으로 사용했는데, 가장 전통적인 바이오에너지다. 하지만 목재를 그대로 태울 경우 미세먼지를 포함해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는 단점이 있고, 액체가 아니어서 자동차 연료 등으로는 사용하기 부적합하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바이오에너지는 훨씬 다양하다. 생물체에서 얻는다는 점에서는 전통적인 바이오에너지와 같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오염을 줄인다는 개념이 추가됐다. 목재 부산물인 톱밥을 뭉쳐서 일정한 크기로 만든 펠릿도 있고, 옥수수·사탕수수·갈대·해조류 등 식물체를 분해·발효시켜 얻는 에탄올도 있다. 콩·해바라기·유채·쌀겨 등 식물 씨앗이나 조류(藻類)의 기름으로부터 얻는 바이오디젤, 하수처리장이나 쓰레기 매립지, 가축분뇨에서 배출되는 메탄 등 바이오가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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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음식물 바이오 에너지 센터

바이오디젤이나 에탄올은 각각 기존 디젤유나 휘발유에 일정 비율로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버려지는 식용유, 동물의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톱밥이나 버려진 나무, 왕겨 등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고 이때 나오는 열도 사용하는 바이오매스(biomass, 생물체) 열병합발전도 넓은 의미에서 바이오에너지에 들어간다.

━지하수 고갈시키고 수질오염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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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옥수수 벨트. 미국 옥수수 수확량의 40%가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투입된다.

바이오에너지를 얻기 위해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물이 많이 소비된다. 옥수수를 재배해 에탄올 1갤런(3.785L)을 생산하는 데 물 2100갤런(약 8㎥)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지하수 등 수자원 고갈로 연결될 수 있다. 또, 작물 재배에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는 것도 생태계에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비료의 과다한 사용은 강과 호수, 연안의 부(富)영양화와 수질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오에너지 작물 재배 때 농기계를 사용하고, 에탄올 등 생산과정에도 에너지가 투입된다. 환경단체 등 일부에서는 바이오에너지 작물 재배에 과도한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바이오에너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지 않다고 비판한다. 차라리 그 돈을 다른 데 투자하면 온실가스를 더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팜오일을 친환경 연료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하기도 했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17%로 신재생에너지 연료 프로그램의 기준인 온실가스 20% 감축에 미달했다는 것이다. 2008년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바이오에너지와 기존 휘발유·디젤·천연가스와 비교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다른 환경파괴 때문에 총환경비용은 화석연료보다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사이언스에는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해 초지를 개간했을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매년 생산하는 바이오 연료로 줄일 수 있는 양보다 93배나 많았다는 논문도 게재됐다.

━열대림 파괴하는 팜오일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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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림을 파괴하고 들어서는 팜오일 농장.

더 큰 문제는 삼림의 파괴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는 바이오에너지인 팜오일(야자유)을 얻기 위해 개간을 한다. 1995~2010년 사이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지역에서 들어선 팜오일 플랜테이션 농장의 90%는 산림벌채의 결과였다. 개간 과정에서 주민들은 밀림에 불을 지르는데, 이는 대규모 산불이 이어진다. 산불이 발생하면 땅속의 토탄·갈탄이 불타면서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밀림이 파괴되면 오랑우탄·호랑이 등 야생동식물도 피해를 본다. 우리가 아직 파악하지도 못한 야생 동식물이 멸종될 수도 있다. 브라질에서도 에탄올 생산을 위해 사탕수수 재배지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아마존 삼림 훼손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논란으로 2000년대 초반 붐을 이뤘던 바이오에너지는 대략 2007년 무렵부터 분위기가 급속하게 냉각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바이오 연료 생산량이 전년도보다 줄어들기도 했다.유럽연합(EU)은 지난 2013년 식용작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사용을 2020년까지 수송분야 에너지 소비량의 10%에서 6% 이하로 제한하는 조처를 했다. 또 지난해 1월 유럽의회는 재생에너지 규정을 개정, 팜오일 바이오디젤은 2021년부터, 다른 식물에서 채취한 바이오디젤은 2030년부터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세계 에너지 수요의 4.5% 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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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암사동 바이오에너지 생산 체험 농장에서 어린이들이 유채 씨를 사용해 만드는
친환경 에너지인 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을 체험 학습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바이오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4.5%를 충당하고 있다. 또 전력생산만 보면 2016년 기준으로 500테라와트·시(TWh)로 전 세계 전력생산의 2%를 차지한다. 1테라와트(TW)는 1조 와트(W)로 100만㎿(메가와트)에 해당한다. 하지만 바이오에너지는 일부 국가가 집중된 게 현실이다.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바이오에너지의 경우 90%가 브라질과 중국, 미국, 유럽연합(EU)에서 생산된다. 팜오일의 85%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80%가 생산한다. 한편, 국내 바이오에너지 사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체 신재생에너지 비중 자체가 4%(발전량으로는 약 7%)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에서 폐기물 소각이 60%, 바이오에너지는 15%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2007년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는 제도를 도입됐다. 2011년까지는 정유사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됐고, 2012년부터는 의무화됐다. 혼합 비율은 2007년 0.5%로 시작해 2015년 7월까지 2.0%로, 2015년 8월부터는 2.5%로 끌어올렸다. 정부는 당초 혼합 비율을 2012년 3%, 2015년에는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늦어지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유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바이오디젤 혼합에 소극적이다.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여전

지난해 광주테크노파크 2단지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광주 바이오에너지 연구개발센터’가 문을 열었다. 부지 2만3150㎡, 건축 연면적 5111㎡로 연구실험동(지하 1층· 지상 3층) 파일럿 실험동, 폐수처리시설 등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바이오가스와 바이오 연료, 고체폐기물 연료 등의 실증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지난해 2월 8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과 김현권 의원, (사)농어업정책포럼 산림분과가 주최한 ‘산림 바이오에너지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현 산림청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 산림에서 나오는 바이오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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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림바이오에너지 발전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김재현 산림청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뜨거울 정도는 아니라도 꾸준한 편이다.

━차세대 바이오에너지 개발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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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로부터 바이오에너지를 얻는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파리 기후협정에서 정한 시나리오, 즉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묶으려면 오는 2060년에는 바이오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수요의 2060년에는 17%로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 투자액은 연간 250억 달러(26조7600억원) 수준인데, 2030년까지는 연간 600억 달러, 2050년에는 2000억 달러씩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확인된 사실이지만 식량 생산을 희생하는 바이오에너지, 삼림을 파괴하는 바이오에너지는 더는 설 자리가 없다. 결국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식량안보를 해치지 않는 바이오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폐목재나 짚 같은 산림·농업 부산물, 갈대·억새 등 비식품 식물섬유를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바이오에너지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또 바다에서 기르는 해조류도 여전히 주목할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