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g

[2018몽골] 겨울아이 – 박지혜 단원

12월 말, 9번의 추위가 온다는 시기가 시작되었고 온도는 이전보다 떨어지기 시작했다.
몽골은 새해(신질)파티로 바빴고, 사무실 분위기도 들떠있었다.

나는 북 콘서트가 끝나고 긴장이 풀리니 감기몸살이 왔고,
약 먹고 쉬면 낫겠지 했던 감기는 기침이 심해져 결국 병원을 다니게 됐다.
그리고 감기가 다 나아갈 때 쯤 새해가 되었다.

#1. 해피뉴이얼
매년 새해는 타종식이나 행사가 진행되는 곳에서 맞이했었다.
몽골에선 매년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불꽃놀이 및 신년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지훈단원과 함께 참석했다.

1

12시가 되기 10분 전 만나 추위에 벌벌 떨며 카메라를 잡고 있었고, 몽골어로 5-4-3-2-1 카운트를 세니 사람들이 일제히 한곳으로 쳐다봤다.
소박하지만 형형색색의 불꽃이 하늘을 물들였고, 무대에선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조명이 힘찬 새해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10분간의 짧은 불꽃놀이가 끝나자 사람들은 바로 집으로 향했고, 남은사람들은 무대에서 진행해주는 디제잉에 20분간 신나게 춤추고 집으로 갔다. 지훈단원과 나는 뒤에서 뛰 놀다 방송인터뷰를 했는데 TV에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2. “Sun Train” Багахангай 해돋이 기차 여행
12월부터 기대한 몽골 해돋이 기차여행. 수혜팀장님의 도움으로 티켓을 구하게 됐고, KCOC 단원 중에 몰라서 못가거나 혼자라서 못가는 단원이 있을 것 같아 단톡방에 공지를 올리고 사람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사람은 9명. 시간 내서 함께해준 단원들을 위해 밤새 간식을 준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는 4인 침대열차였고, 특별 기차라 6인 동행까지 가능했다.

2

기차는 2시간정도 달려서 Багахангай에 정차했고, 50분정도 해돋이를 볼 시간이 주어졌다.
기차에서 내려 모닥불 근처로 걸어가는데 수백명의 사람들이 꽁꽁 싸매고 줄지어 걸어가니 꼭 난민이 된 느낌이 들었다.

3

시간이 조금 지나니 금방 해가 떴다. 엄청 붉고 큰 해가 눈앞에 드러나자 사람들은 “우라-”를 외치며 땅과 불에 술을 뿌렸는데 날씨가 추워서인지 뿌리자마자 바로 얼었다.
처음 보는 광경과 차가운 공기, 기대에 찬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들떴고 우리는 새로운 광경에 계속 셔터만 눌렸다.
해의 기운을 받아 2019년은 나의 사람들에게 즐거운 일만 일어나길…
왠지 모르게 나에게도 기운찬 한해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3. 겨울아이
1월 6일, 몽골에서 맞는 생일이었다. 한 달 전부터 나모나가 생일에 뭐 할꺼냐며 신경써줘 생일 하루 전 날을 같이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번 생일은 몽골에서 나에게 친구가 되어준 나모나와 푸제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4

친구들이 좋아하는 블루핀에서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나는 물론이거니와 나모나와 푸제도 델을 입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을 해주고파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오늘은 꼭 노래방을 가야된다며 나를 데려가더니 공연을 준비했다며 ‘겨울아이’를 불러줬다. 참 따뜻했다. 타국에서 날 위해 한국 노래를 불러주는 아이들. 해준 것도 없는데 날 위해 시간을 내주고 선물을 전해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감사해 더 없이 행복했다.

5

생일 당일은 신년파티도 할 겸 지훈단원과 GCS 단비단원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함께한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어느덧 몽골이라는 나라에서 희노애락을 같이한 동지가 되었다. 타국에선 한국인을 제일 조심해야하지만 제일 의지가 되는 것도 한국인인지라 참 많이 의지하고 지냈다. 어려웠을 텐데도 먼저 다가와주고 마음을 내어준 것에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6

7

2018년은 한국이 아닌 타국에 있어 지인들과 연락을 자주하지 못했는데, 감사하게도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외롭지 않고 따뜻한 새해를 맞이했다. 생일 미역국 챙겨먹으라고 식품을 보내준 슬이와, 몽골에 스타벅스가 없는걸 알고 커피를 보내준 봉우리, 편히 쉬라며 가습기와 책을 보내준 동현이. 그리고 매 계절마다 동해바다와 한국의 숲을 찍어 보내주시는 에코1팀 김범중선생님의 멋진 사진까지. 사람의 관계는 함께한 시간도 물리적 거리도 아닌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4. 함께 나아가기
새해가 되자마자 인솔자원봉사자 교육과 대학부 조직 재정립 일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교육에 회의에 소모임에 평일, 주말, 낮밤 할 거 없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하루 1분 1초도 허비할 시간이 없이 너무 소중했다.
매주 교육 받으러 먼 길을 오는 자원봉사자 친구들과 대학부 학생들의 열정은 더 잘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고, 늘 즐기며 환하게 웃어주는 모습에 더 없이 뿌듯했다.

8

자원봉사자 교육 중 개학으로 인해 마지막 교육을 참여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어 미리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다들 처음엔 믿지 않는 눈치였는데, 교육이 끝나고도 집에 가지 않고 맴돌더니 “우리 2월에 한번만 더 만나요.”라며 옆에 붙어있었다. 찰나 잠깐 울컥했다. 외국어라 그런지 말도 잘 못 걸던 친구들인데 마음을 표현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평소 몽골 학생들이 쉽게 받기 어려운 교육이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기로 나모나 간사와 약속했는데 오히려 학생들 보다 우리가 더 성장한 기분이 든다. 학생들이 푸른아시아와 함께하는 한 더 많은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9
나모나 간사가 아르갈란트 주민분들을 위한 공예교육을 진행해야 돼서, 교육 날 나도 동행했다. 이번엔 낙타인형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전 교육보다 훨씬 쉽고 낙타의 퀄리티가 시중에 판매하는 물품보다 좋아 만드는 내내 너무 재밌었다. 주민분들이 나누는 농담도, 작은 손짓 하나에도 뭐가 그리 웃긴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마냥 신이 났다. 일을 하고 있는데도 나모나 간사와 나는 “우리 진짜 오랜만에 앉아서 쉬네요.”라며 웃었다. 생각을 다 내려놓고 한숨 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요즘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
“내게 주어진 순간에 행복하자. 우리의 젊음은 흘러가니까.
흘러 흘러가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 아무 것도 기다려주지 않아. 쉼 없이 계속 흘러가.
흘러 흘러가 우리의 청춘은 흘러가. 모든 일은 흘러갈거야. 흐르는 데로 둬. – 한올/청춘-“
남은 파견기간 30일. 시간은 지금도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