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4

vol.97-[송상훈의 식물이야기] 자주 듣는 식물용어③

프로필_송상훈

이번 회에서는 매우 자주 듣지만 구분하자면 쉽지 않은, 구분이 있음을 알면 족할 뿐 꼭 기억할 필요는 없는 용어를 살펴 보겠다.


씨앗, 열매(과일)

밑씨가 성숙하면 씨앗이 된다. 씨앗은 종자식물에게 있으며 속씨식물과 겉씨식물은 종자식물이다. 씨방이 없는 겉씨식물이 씨앗을 만들면 그 씨앗은 그대로 드러난다. 이에 비해 씨방이 있는 속씨식물은 씨방이나 꽃받침 또는 꽃턱(꽃받기)이 발달하여 열매를 만든다. 즉, 열매는 속씨식물에게만 허용되는 용어이며 보통 과일이라 부르기도 한다.

gsgs

열매의 종류는 다양한데, 사과나 배처럼 풍부한 과육이 씨를 감싸는 경우도 많지만 과육 없이 메마른 과피가 씨방을 감싼 경우도 많다. 과육은 동물이 열매를 섭취하고 씨앗을 배설하여 번식을 계속하기 위한 진화라 할 수 있지만 미풍에도 멀리 날아가 번식할 필요가 있는 식물에게서는 볼 수 없다.

겉씨식물도 생식해 종을 지속 하지만 꽃이 있고 꽃가루가 있어 가루받이로 수정하는 속씨식물과는 큰 차이가 있다. 겉씨식물의 솔방울도 편의상 열매로 보기도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열매는 속씨식물의 특징이다. 거듭 밝히지만 겉씨식물은 꽃이 아니니 꽃가루도 없고 당연히 열매도 없다. 그러나 암술을 대신하는 암구화수(암毬花穗)와 수술을 대신하는 수구화수(수毬花穗)가 있다. 암구화수는 소포자낭이 붙은 소포자옆의 집합체이고 수구화수는 대포자낭이 붙은 대포자엽의 집합체이다. 수구화수 가루가 암구화수와 만나 수정되면 암구화수의 밑씨가 씨앗으로 자란다. 결국 암구화수는 씨앗이 들은 구과(毬果. 솔방울)가 된다.
모든 겉씨식물이 솔방울을 갖지는 않는다. 은행과 소철, 주목 등은 다른 방식으로 씨앗을 만든다.

2 3


참열매, 헛열매, 겹열매, 홑열매, 취과, 건과, 액과

자, 그러면 열매, 즉 속씨식물의 결실에 대해 알아보자.
속씨식물의 씨방, 꽃받침, 꽃받기, 꽃자루 등 통합하여 심피(心皮)라 부르는 조직이 변하여 열매가 되는데 종류가 다양하다.

씨앗을 품은 씨방만이 발달하여 생긴 열매를 참열매라 하는데, 매실, 복숭아, 오이, 호박, 가지, 토마토, 감, 포도, 콩, 귤 등이 해당된다.
꽃받침이나 꽃턱(꽃받기) 등 씨방 이외의 부분이 발달하여 생긴 열매는 헛열매라 한다. 이 경우 꽃받침이나 꽃턱이 씨방을 감싼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과육은 씨방일 수도 있고(참열매) 꽃받침이나 꽃턱, 꽃자루(헛열매)일 수도 있다.

4

헛열매는 씨방을 기반으로 한 참열매를 다른 기관이 과육의 형태로 감싼 열매이다. 대략 살펴보면
꽃받침과 꽃턱이 발달해 생긴 배.
꽃턱이 발달해 생긴 사과와 딸기,
꽃받침이 발달해 생긴 석류 등이 해당된다.
꽃자루가 변해서 열매가 되기도 하는데 파인애플이 그렇다.
겉씨식물의 구과도 편의상 열매로 인정한다면 이 역시 헛열매에 포함될 것이다.

겹열매는 주로 다핵과(多核果)를 지칭하며 상과(桑果)라 한다. 여러 꽃이 밀집한 꽃자례가 성숙하여 전체가 융합된 한 개의 열매가 된 것이다. 즉 두 개 이상의 씨방이 성숙하여 한 개의 열매처럼 보이지만 실은 여러 개의 씨앗을 품고 있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Black mulberry 블랙멀베리), 무화과, 파인애플을 들 수 있다.
다핵과와 비슷해 보이지만 여러 개의 개별적인 씨앗이 모여 있는 경우를 취과(聚果)라 한다. 한 개의 꽃에서 여러 암술이 포함된 심피(心皮)가 성숙한 결과인데, 보통 씨방 또는 꽃턱에 여러 씨앗이 같이 있는 경우다. 딸기(strawberry 스트로베리), 산딸기(raspberry 라즈베리), 복분자(black raspberry 블랙라즈베리), 흑딸기(blackberry 블랙베리) 등 딸기류와 목련, 백합나무가 그렇다.
딸기의 과육은 꽃턱이 발달한 것이다. 딸기의 진짜 열매는 이 과육 겉에 깨처럼 박힌 것들이다. 이 깨 같은 열매 안에 씨앗이 따로 들어 있다. 열매는 최소한의 구성요소가 씨방이다. 겉보기에는 씨앗이지만 과피가 덮인 씨앗이라 이해해도 무방하다.
앞서 언급한 오디나 블루베리(blueberry)나 크랜베리(Cranberry)는 베리란 이름이 붙었을 뿐 딸기와는 다른 식물들이다.

5

용어가 헛갈리고 어려운가? 그렇다. 각각의 용어가 구분 기준에 따라 한 식물에도 여러 용어가 붙여지기 때문이다. 가령 딸기는 취과이면서 액과이고 홑열매이면서 헛열매다. 1개의 씨방에서 발달한 열매이기에 홑열매라 하며 과피(씨를 제외한 나머지)의 상태과 수분이 많아 부드러움을 유지하기에 액과(液果)라 한다. 또한 씨방이 아니라 꽃턱이 발달해 과육을 이루었기에 헛열매라 한다.
액과는 장과(漿果)라고도 불리는데 포도, 딸기, 바나나, 피망, 오이, 으름, 감, 토마토 등이 해당된다. 건과(乾果)는 액과의 대립어다. 일반적으로 건과는 다시 세분류되는데, 열매가 성숙한 후에 껍질이 열려 씨앗이 떨어지는 열개과(裂開果)와 껍질이 열매와 매우 밀착하여 갈리거나 열려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폐과(閉果)로 분류한다.


골돌과, 협과, 삭과, 절두과, 분열과

열개과에는 많은 식물이 포함되는데, 크게 골돌과(蓇葖果), 협과(莢果), 삭과(蒴果), 절두과(節豆果), 분열과(分裂果)로 구분한다.

6

골돌과는 1개의 심피가 성숙한 열매로, 껍질이 한 개의 봉합선이 터지면서 조개 입 벌리듯 벌어진다. 껍질 안에는 여러 개의 씨방에서 발달한 씨앗들이 있다. 박주가리, 작약 목련 모란, 매발톱, 초피나무, 산초나무 등에서 볼 수 있다.

협과는 1개의 심피가 성숙한 열매로, 꼬투리과로 불리는 껍질의 2개의 봉합선을 따라 씨앗이 성숙하는데 아까시나무, 박태기나무처럼 꼬투리 있는 콩과식물에 쉽게 볼 수 있다.

절두과도 1개의 심피가 성숙한 열매이며 분리과(分離果) 또는 절협과(節莢果)로도 불린다. 차풀, 자귀풀, 도둑놈의갈고리처럼 꼬투리 비슷하지만 씨앗 한 개 씩 들어있는 마디가 매우 잘록하여 잘리듯 분리되는 특징이 있다.

삭과는 2개 이상의 심피가 결합되어 생긴 열매 속이 여러 칸으로 나뉘고 칸마다 씨앗이 많다. 열매가 열리는 모양은 세로, 가로 등 다양하다. 무궁화, 질경이, 채송화, 병꽃나무, 칠엽수, 능소화, 화살나무, 배롱나무, 진달래과, 녹나무과가 포함된다.

장각과는 2개 이상의 심피가 결합되어 생긴 열매인데 길죽하고 많은 씨앗이 있다. 무, 배추 등 십자화과에서 볼 수 있다.

단각화도 2개 이상의 심피가 결합되어 생긴 열매이며 짧고 평편한 편이다. 냉이 등 십자화과와 꽃다지 등에서 볼 수 있다.

그 밖에 열매가 좌우로 분리된는 분리과가 있으며 쥐손이풀과, 미나리과, 단풍나무과가 포함된다.


견과, 익과, 영과, 수과, 낭과

폐과는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식물이기에 알아두면 유용한데 크게 견과(堅果), 익과(翼果), 영과(穎果), 수과(瘦果), 낭과(囊果)로 구분한다.

7

견과는 흔히 아는 바와 같이 밤, 도토리, 호두, 잣 등 껍질이 단단한 열매를 말한다.

익과는 시과(翅果)로도 불리는데 열매에 날개가 있는 식물의 열매로 단풍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등에서 볼 수 있다.

영과는 과피와 씨껍질이 거의 붙어 있어 분리가 어려운 열매를 말함인데 벼, 보리, 밀, 옥수수 등 볏과식물이 포함된다.

수과는 메밀, 해바라기, 으아리, 국화과, 쐐기풀과, 미나리아재비과처럼 과피가 얇지만 질겨서 잘 터지지 않는 열매를 말한다. 열매 속이 칸으로 나뉘며 칸마다 씨가 들어 있는 경우도 많다. 앞서 딸기의 깨같은 열매를 논했는데. 이 딸기의 열매도 수과에 포함된다.

낭과는 열매가 주머니 또는 배게 모양인데 과피가 얇으면서 씨를 둘러싸고 있는 식물의 열매다. 고추나무, 새우나무, 명아주, 개구리밥, 맨드라미, 비름에서 볼 수 있다.

이상의 복잡한 분류는 식물의 특징을 특정하려는 학자들이 저마다의 기준을 달리한 결과다. 구분하고 분류하려다 보니 복잡 난해해졌다. 상기 소개한 용어 외에도 아래 그림처럼 몇 가지 용어를 더 섞기도 한다. 식물 용어들은 매우 낯설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데 이는 대부분의 일본말 풀이에 기초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8

과일(열매), 채소

씨앗과 열매(과일)가 구분되는가? 그렇다면 과일과 채소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열매는 속씨식물의 씨방, 꽃받침 꽃턱(꽃받기), 꽃자루 등 심피가 발달한 것이다. 꽃피우는 식물이 속씨식물이니 은행나무와 침엽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식물은 모두 열매를 맺는다고 보면 옳다.

따라서 앞에서 살폈듯이 속씨식물인 벼, 밀, 보리, 옥수수도 과일(열매)를 맺는다. 곡기를 해결할 열매라 하여 곡물이라 부르지만 과피와 씨껍질이 거의 붙어 있어 분리가 어려운 영과(穎果)라는 용어로 불린다. 당연히 콩, 오이, 아보카도도 과일이다. 
과일의 식물학적 용어는 이러하지만, 우리에게 통념상 과일은 과즙이 많은, 즉 씨앗을 품은 씨방을 감싸고 있는 과육에 과즙이 풍부할 때 열매라고 인식한다.

이 통념상의 과일과 채소는 어떻게 다를까? 일상에서 우리는 과일뿐 아니라 속씨식물의 뿌리와 줄기, 잎도 즐겨 먹는다. 속씨식물의 뿌리와 줄기, 잎이 변형된 형태로 섭취 가능한 것을 채소라 한다. 무나 배추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만 우리는 열매를 먹지 않고 뿌리와 잎을 먹는다. 감자와 고구마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열매를 먹지 않고 다른 부분을 식용할 수 있는 초본식물을 채소라 한다.

채소에도 종류가 있다.
무, 당근, 고구마(덩이뿌리), 마 등 뿌리를 먹는 뿌리채소.

배추, 시금치, 죽순 등 잎과 줄기를 먹는 잎줄기채소.

감자처럼 덩이줄기를 먹는 덩이줄기채소.

오이, 수박, 참외, 딸기, 옥수수, 가지, 고추, 강낭콩, 땅콩, 토마토처럼 열매를 먹는 열매채소 등.

참고로 땅콩을 뿌리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열매다. 수정 후 수정된 밑씨를 품은 씨방자루가 땅을 향해 자라다가 땅을 파고 들어가서 결실을 맺은 것이 땅콩이다.
앞에서 토마토는 열매채소라 하였는데, 이는 토마토가 열매냐 채소냐는 법적 시비 끝에 나온 결론이다. 19세기 미국의 관세법은 과일에는 수입관세가 면제되고 채소에는 관세가 매우 높았는데 자국 채소 재배 농민들을 보호하려는 조치였다. 미국이 토마토에 관세를 부과하자 수입업자가 토마토는 과일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토마토는 식물학으로는 열매이므로 과일이지만 주로 요리에 사용하며 후식으로 먹지 않는다며 채소라 판결했다. 토마토는 과일이기도 하지만 채소로도 활용되므로 과채류(果菜類) 즉 열매채소라 부른 것이다.
법원이 식물학적 정의보다 사회 보통관념을 따른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판단일 뿐이다.

이상의 분류와 구분이 혼란스러운가? 필자도 혼란스럽다.
과학적 정의는 그대로의 효용이 있고 사회의 통념적 정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사용하는 용어야 어떠하든 그 의미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으면 족하다.
이상으로 3편에 걸친 ‘자주 듣는 식물용어’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