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7-[대학생기자단-전혜지] 올해의 이슈, 플라스틱 2018
2018 플라스틱 컵 퇴출운동 6개월, 어떻게 되었나?
지난해 7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HO)에 폐플라스틱, 폐비닐, 폐지 등 폐자재 수입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어로 플라스틱 왕국이라는 뜻의 소료 왕국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중국은 전 세계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 국가였다. 이 선언 이후 미국·영국·독일 등 쓰레기 주요 수출국은 크게 당황했고 플라스틱 쓰레기처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영국을 시작으로 플라스틱을 퇴출하자는 사회운동 이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 역시 플라스틱 대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 4월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내 2차 재활용 수거업체들이 4월부터 폐비닐·플라스틱 수거를 거부하면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며칠 동안 처리되지 못한 채 쌓여있는 플라스틱을 보면서 시민과 정부는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에 큰 경각심을 가졌다.
8월 1일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실시하면서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8월 21~22일간 1000 여 곳의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을 조사한 결과, 매장 이용 소비자 중 81%가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매장 내 플라스틱 컵의 소비량이 낮아진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지난 11월 한국소비자원 ·한국부인회가 주요 도시의 커피전문점 매장 75곳을 조사하여 매장 이용 소비자 중 82%가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테이크아웃 이용객 중 대부분인 92.5%가 여전히 1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보는 재활용법
경기도의 어느 커피전문점에서 일하고 있는 인터뷰 응답자(왼쪽) 자원재활용법 포스터(오른쪽)
재활용법 이후 6개월, 이 정책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시민은 이 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 다음 글은 경기도 구리시의 어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Q. <매장 내 플라스틱 컵 규제>를 처음 실시하였을 때, 카페 이용객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A. 처음 시행됐을 때, 전체 손님 중 절반이 여전히 플라스틱 컵을 요구하였습니다. 정책을 설명 드리면 대부분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해해주셨지만 머그컵의 위생을 의심하며 다회용 컵을 거부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애먹었습니다. 매장에서 이용하는 모든 머그컵은 중성세제로 거품을 내서 1차 세척 후 식기세척기 이용해 소독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정도로 깨끗합니다. 언론의 홍보 덕분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부터는 거의 모든 이용객들이 이 정책에 참여하셨습니다. 지금은 제가 받는 손님 모두가 100% 매장 내 플라스틱 컵 규제에 동참하십니다.
Q. 규제 이후 카페 내에서 실제로 플라스틱의 소비가 낮아졌나요?
A. 예전에는 하루에 2~3번 플라스틱 컵을 뜯어서 놔야 했는데 지금은 2~3일에 한번 뜯어서 채워놓습니다. 전체 플라스틱 컵 소비량이 5~6배 줄어든 셈이죠. 그러나 빨대 소비량은 전과 같습니다. 오히려 빨대가 구비되어있으니까 컵에 입을 대고 마시려다가도 빨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텀블러 이용 시의 할인 제도가 있는데 이용률이 어떻습니까?
A. 전보다 텀블러를 이용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이용률은 전체 고객의 2~3% 정도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일단 저희 매장에서는 텀블러 이용 시, 300원 할인되는 데, 텀블러를 집에서 챙겨오는 정성과 바꾸기에는 할인율이 너무 적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텀블러는 세척하기 어려워서 가정에 식기소독기가 있지 않는 한 쾌적하게 사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크기도 제각각이라 작은 텀블러의 경우 내용물 계량은 똑같이 해도 얼음이나 물, 우유 양이 적게 들어갈 수도 있어 이용률이 낮은 것 같습니다.
Q. 어떤 정책이 이용객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을까요?
A. 사실 저는 카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정책은 지금 너무 잘 진행되고 있고 이미 충분한 것 같습니다. 커피전문점 업계에서도 현재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하는 추세라 매장 내 플라스틱 사용량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덧붙여 가장 플라스틱을 줄여야 하는 곳은 배달음식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 플라스틱 컵 규제의 한계와 의의
플라스틱 컵 규제로 인해 분명히 매장 내에서의 플라스틱 컵 사용량이 줄었다. 하지만 이 규제는 ‘플라스틱 컵’만 제한할 뿐 종이컵이나 빨대 등의 다른 일회용품까지는 통제하지 못했다.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외의 배달음식의 플라스틱 사용량에 대한 지적도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모바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배달 어플리케이션의 급성장으로 업주들은 위생과 편리성을 위해 일회용 그릇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중, 3중으로 감싸진 과한 포장으로 알맹이보다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유통업계의 포장 방식 또한 문제 되고 있다. 플라스틱 컵 규제를 시작으로 요식업·유통업계의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전혜지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