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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몽골] 크리스마스 선물 – 박지혜 단원

작년 이맘때 예전 직장 선배가 물었다.
“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라고
그때 나는 대답했다.
“조금씩 이겨내다 보면 살만한 이유가 생길꺼에요.
딱 죽겠다 싶어도 이유는 생기더라구요.
못살겠어도 이유만 생기면 충분히 이겨내고 살아야할 이유가 생겨요.
그렇게 살아가는거지머.“ 라고.

그래서 지금의 내가 살만한 이유, 살아야할 이유는 뭘까?

#1.
북콘서트가 끝이 났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말도 많고 일도 많고 사람도 많던…
지난 봄 스치듯 보람대리님과 나눈 대화에서 시작해 결국 밀어붙여 실행했다.
하나하나 맞춰가며 의견을 듣고 존중해준 보람대리님과
늦은 시간까지 번역을 도와가며 늘 옆에 있었던 나모나간사님.
겨울이 되어서야 휴가를 내서 쉬고 계신 수혜팀장님은 휴가 중에도 시간을 내주셨고,
한국말이 서툰 헝거르졸 부팀장님도 출간되지도 않은 책을 파일로 읽어가며 열심히 준비해주셨다.
시험기간에 신질파티 기간이라 바쁠텐데도 대학부 어용데레는 손수 멘트를 써가며 함께했고,
도움 요청에 한걸음에 달려온 난디아는 제 몫 이상으로 일을 하고 나 포함 다른 사람들을 다 케어해줬다.
“뭐 도와줄거 없어요?”하며 늘 옆에서 우리 일을 도왔던 동기 지훈단원도
사람 키만 한 판넬 때문에 택시도 못타 패딩이 젖을 정도로 뛰어온 바쯔라 아저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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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어를 모르고, 몽골의 문화를 모르고, 무엇보다 몽골사람을 잘 모르는 상황에 북콘서트는 쉽지는 않았다. 컨펌 받느라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됐고, 다른 일들과 맞물려 진행하기엔 너무 바빴다.
그럼에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해준 사람들 덕분이다.
몽골에서 처음 해보는 북콘서트라 어렵고 힘들었을 텐데도 불만 없이 힘든 내색 없이 같이 해준 수혜팀장님, 헝거르졸 부팀장님, 어용데레, 난디아, 지훈단원, 바쯔라아저씨.
그리고 늘 함께한 보람대리님, 나모나간사님.
평가를 하면서도 힘들었다는 말보다 “잘 준비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었던 사람들. 덕분에 제가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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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에르덴 주민분들을 위한 공예교실이 센터에서 3일간 열렸다. 업무를 다 끝내고 컨펌을 기다리는 중 생각지 못한 여유가 생겨 사진도 찍을 겸 공예교실에 함께했다.
몽골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주민분들이 기꺼이 내가 수업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남는 재료 있나 눈치 보느라 수업에 뒤쳐진 나를 위해 선생님은 친절히 도와주셨고, 속도 따라가느라 쉬지 않고 바느질 하는 내게 주민분들은 수테차와 간식을 가져다주시며 잘 한다고 칭찬해주시고 응원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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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따뜻했다. 말은 못 알아듣지만 함께 웃고 속닥거리는게 재밌었다. 이래서 현장파견단원들이 행복해했고, 기쁨대리님이 다음엔 에르덴으로 파견오라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 때문에 끝까지 함께하진 못했지만 잠깐이나마 따뜻하고 행복했다.

#3.
12월은 참 아프고 추운 나날들이었다.
일이 바빴고, 약속 어기는 사람들로 인해 실망도 많이 하고 화도 많이 났었다.
일주일 감기몸살에 시달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기운이 빠질 대로 빠졌는데
조금 괜찮아진 오늘 대청소를 하고 차근차근 집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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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한국에서 동현이가 겨울 따뜻하게 보내라며 보낸 방한용품과 간식들.
오랜만에 돈드고비에서 올라온 나리단원과 효선단원이 고마웠다며 전해 준 스파용품들.
빨리 낳으라며 지훈단원이 선물로 주고 간 스프와 죽.
스트레스로 힘든 순간에 “힘나게 해줄까요?”라며 너무 기쁜 소식 안겨준 나모나도.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올 한해 산타클로스한테 사랑 받나 봐요.”라고.

선물 같은 나날들이었고, 그 모든 날들엔 선물 같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그게 지금의 내가 살만한 이유고, 살아야할 이유다.
다시 바쁜 일상이 시작되고 나면 잊을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지금을 되돌아볼 일이 생기면
내 인생 제일 추운 겨울을 몽골에서 보냈지만, 사람들의 온기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따뜻한 기억들 덕분에 잘 살 수 있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