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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몽골] 조림지에서의 여덟 달 – 양효선 단원

 쉼
조림사업이 마무리되고 난 뒤 나무들은 처음 마주했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문득 4월 눈 덮인 조림지에서 나무를 처음 봤을 때 생각과 느낌이 떠올랐다. ‘으스스하고 황량하다. 나무는 어디 있는 거지? 오……, 이 얇은 게 나무구나. 와, 신기하다.’등등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풍경과 너무 달라 놀랐던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새롭고 다채로운 풍경들과 함께 하다 보니 7개월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나무들과 몇 달을 같이 보내며 나무들의 일과를 알고 나니 지금의 풍경이 다르게 다가온다. 분명 4월과 매우 비슷한 모습인데 황량함보다는 ‘고요한 쉼’이 느껴진다. 알다시피 몽골의 자연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매서운 모래바람과 무럭무럭 자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 무엇이든 말려버리는 건조한 기후……, 이런 자연 상황에서도 나무들은 묵묵히 잎 틔우는 봄, 푸르른 여름, 황금빛 가을을 일궈나갔다. 모든 과정들을 함께 지내고 나니 잎을 떨어뜨리고 가지만 남은 그 모습이 그렇게 평온해 보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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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한 해를 보내고 다음을 위해 쉬는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대견함인가? 하고 스쳐가듯 생각했으나 내가 감히 자연을 대견해할 수 있겠나 싶어 그 생각은 일찌감치 내려놓았다. 음, 아마도 이 감정은 존경심인 것 같다.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할 일을 해내는 그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고 닮고 싶다. ‘자연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운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솔직히 썩 와닿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 경험을 통해 왜 이런 말들이 나왔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같은 풍경 다른 느낌. 바라보는 내가 변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 세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즐겁다.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선택지가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