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5-[에코투어 후기] 20년이 지나서야 나무 한 그루

지난 여름, 푸른아시아 에코투어를 함께 한 안성영 나비훨훨 지역아동센터장님의 글입니다. 그때의 추억을 되새겨보며, 안 센터장님의 에코투어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열독할 때 내 나이는 서른 즈음이었다. 양치기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의 삶에 감복하여 오랫동안 프랑스 남부의 그리움과 아련함을 마음 한 켠에 품어왔다. 하지만 잊혀지는 건 잠깐 이더라. 일상은 늘 분주했고 긴급한 삶의 주제들이 때마다 절박하게 말을 걸어올 때 마다 나는 나무를 심은 사람을 뒤로 물리고 밥벌이의 고단함과 내면적 삶의 지향, 이 두 기둥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근근이 살아왔다.

지난 여름의 더위는 천당은 모르겠으나 지옥의 이미지는 분명히 가르쳐주지 않았나 싶다. 그러던 차에 우리 공부방 청소년들을 포함한 스무 명 남짓 동네 청소년들과 몽골 사막화 현장에 나무를 심고 물주는 일주일 동안의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요즘 청소년들이 여간 성가신 탓에 나도 입술이 터지고, 양동이로 수백 번 물을 퍼 나르느라 오른쪽 팔꿈치 관절에 탈이 났다.
“삶이 참 신비롭지 않는가!” 라고 내 스스로에게 그리 묻게 되더라.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었던 감동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내가 정말 황무지에 나무를 심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아이들이 인생 최고의 노가다(2000그루에 물주기와 100그루 나무심기)를 사흘 동안 하고 나서 이러는 것이다. 첫날 반응은 “물주는 것이 정말 지겨워요”, 둘째 날 “어제 보다 물주는 속도가 빨라지네요. 끝나면 컵라면 주실 거죠~~” 닷새 째 되는 날, 테를지 국립공원 안에 있는 몽골 2올레길 트레킹을 하다 보니 아름다운 톨 강을 바지 걷고 네 번이나 건너야 했다. 놀랍게도 세 번째 강물을 건널 때부터는 아이들이 신발을 신은 채 첨벙첨벙 아주 즐겁게 내달리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에게 엊그제 까지 물은 고통이었다. 물 만난 물고기 같이 강을 즐겁게 건너고 있는 저 모습은 또 무엇인가. 그 순간 나는 고통과 행복이 하나의 근원에 있다는 말을 새삼 새기게 되었다. 높은 파도와 잔잔한 파도가 둘이 아니라 하나의 파도이듯이 말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책을 읽으라고 아이들에게 더 닦달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이십년이 지나서야 책이 가르쳐 준 한 대목을 살아보는 것이 많이 많이 부끄럽기 때문이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 시간은 줄여주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나비훨훨 아동센터가 아이들의 미래비전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소중한 곳이 되도록 더 많은 후원이 필요하다. 또 이웃 분들에게 후원회원이 되도록 권유해 주셨으면 좋겠다. 후원은 단순한 선행 이상의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후원자 자신의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주저없이 실천하셨으면 좋겠다. 어린이와 청소년, 곧 참된 사람이 되도록 성장시키는 일만큼 보람 있는 일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아이들과 방문했던 아리야발 사원입구에 줄지어 선 경구 한 마디를 옮겨 보면서(단지 저에게 하는 말일 뿐!) 나비훨훨 아동센터를 지지해 주시고 기도해 주심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A parrot can recite many mantras but at same time it eats many worms. Do not be like a parrot that does gray deeds.

(앵무새가 많은 만트라들-주문-을 읇조릴 수 있으나 그러나 동시에 많은 벌레들을 먹어댄다. 회색 행위를 하는 앵무새 같은 존재가 되지 말라)

글 안성영 나비훨훨 지역아동센터장(사랑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