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5-[송상훈의 식물이야기] 자주 듣는 식물용어①

프로필_송상훈

지난 2회에 걸쳐 식물이 매우 영리하고 전략적인 존재임을 밝혔다. 그전의 4회에 걸쳐서는 식물이 어떻게 수분하고 번식하는지를 살펴 보았다. 그러나 식물과 관련된 용어는 독자들에게 아직도 낯설고 이해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용어를 보충 정리하여 설명하겠다.

겉씨식물과 속씨식물

식물은 이끼류, 양치식물, 겉씨식물, 속씨식물 순으로 발달해 왔다. 원시 지구의 바다 속의 갈조류, 홍조류, 녹조류가 광합성을 하면서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고 고생대 중후기인 데본기에 이르러 녹조류는 육상으로 진출하여 양치식물이 극성하였다. 이끼류와 양치식물의 생식기관은 홀씨 또는 포자라 하며 이들은 꽃을 피우거나 씨앗을 만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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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 퍼진 양치식물은 급작스런 지질변화로 땅이 솟구쳐 산맥으로 변하면서 물이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되었고 이 때 종자식물인 겉씨식물이 탄생했다. 따라서 겉씨식물의 조상은 양치식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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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대 후기까지는 대륙 전체가 고온다습하고 물이 많았기에 양치식물이 주를 이루었다. 이후 페름기에 들어 여러 대륙이 모여 판게아를 이루고 산맥이 형성되면서 대륙 중앙은 건조하게 되었고 이 틈을 타 은행나무와 소철 등 초기 겉씨식물이 세력을 형성하여 세계를 지배하였으며 중생대에 이르러 후기 겉씨식물인 1000여 종의 침엽수가 등장했다.
은행나무는 사실상 침엽수이지만 잎 모양이 많이 다르다. 은행나무가 침엽수인 이유는 나무를 구성하는 섬유세포의 크기 때문이다. 침엽수는 4~5mm이고 속씨식물인 활엽수는 0.5~2.5mm인데 은행나무 섬유세포가 침엽수와 같기 때문이다.
혹자는 은행나무잎 잎맥이 침엽수 바늘잎을 여러 개 펼친 모양이기에 침엽수라 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 잎모양이나 잎맥 기준이 아니라 섬유세포 크기가 침엽수와 활엽수를 나누는 기준이다.
따라서 겉씨식물 모두 광의의 침엽수라 불러도 무방하다.

속씨식물은 꽃을 피우는 식물이어서 현화식물(顯花植物)이라 한다. 선태식물과 양치식물, 겉씨식물과 속씨식물 둥 오로지 속씨식물만이 꽃을 피운다.
약 1억 3천만년 전인 중생대 말기에 등장하여 곤충이 증가한 신생대에 급증하였고, 현존 식물의 90%(총 식물 26만종 중 23만 5천종) 이상을 포괄할 정도로 번영기를 맞았다.
속씨식물의 가까운 조상은 목련인데 이때는 벌과 나비가 없었다. 벌과 나비에게 가루받이를 의존하는 많은 속씨식물과 달리 목련은 아직도 가루받이를 딱정벌레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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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화수, 암구화수

침엽수(광의의 침엽수)인 겉씨식물은 꽃에서 볼 수 있는 수술과 암술이 없다. 대신 양치류의 포자 또는 속씨식물의 꽃의 역할을 하는 스트로빌루스(strobilus)라는 기관이 있는데 아직 분명한 우리말 용어가 정립되지는 않았으나 수술을 대신하는 수구화수(수毬花穗)와 암술과 밑씨를 대신하는 암구화수(암毬花穗)로 부르기도 한다. 결실은 솔방울이다. 속씨식물의 열매에 해당한다. 겉씨식물 중 솔방울을 맺는 상당수 침엽수를 구과식물이라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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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양치식물의 진화, 즉 정자를 만드는 소포자낭과 난자를 만드는 대포자낭의 진화이기는 하지만 꽃이 아니다. 꽃은 꽃잎, 꽃받침, 암술, 수술을 모두 갖춘꽃 또는 암술이 없거나, 수술이 없거나 꽃잎이 없거나, 튤립처럼 꽃받침 없는 안갖춘 꽃도 있지만 겉씨식물은 꽃잎도 꽃받침도 암술도 수술도 없다.
겉씨식물에도 수술과 암술을 대신할 수구화수와 암구화수가 있어서 이를 편의상 꽃이라고 부르지만 꽃이 아니다.

단성화(자웅이화)와 양성화(자웅동화), 자웅이주, 자웅동주

앞서 겉씨식물은 꽃이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장을 설명함에 있어 겉씨식물은 거론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겉씨식물의 암수화구와 수구화수를 편의상 꽃으로 보자는 일반적 관념에 기준하여 구분해 보도록 하자.

한그루의 식물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면 자웅동주고 암꽃과 수꽃이 각기 다른 그루에 각각 피면 자웅이주이다.
하나의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으면 양성화(자웅동화)이고 암술과 수술이 각기 다른 꽃에 있으면 단성화(자웅이화)이다. 대부분의 종자식물(겉씨식물과 속씨식물)은 양성화에 포함된다.

자웅이주는 오로지 단성화이다. 속씨식물 중에는 식나무, 무궁화, 생강나무, 뽕나무과, 녹나무과, 버드나무과, 초피나무, 시금치 등등 여럿이다. 겉씨식물로는 은행나무, 소철, 비자나무, 주목 등을 들 수 있다.

생강나무꽃은 산수유꽃과 헛갈리기도 하는데 산수유는 양성화며 자웅동주라는 큰 차이가 있다. 두 나무 모두 이른 봄 잎이 나기 전에 꽃부터 피는데 비슷해 보이지만 많이 다르다. 주로 눈에 띄는 생강나무꽃은 수꽃이다. 암꽃은 9개의 수술 사이로 긴 암술 한 개가 솟는다. 산수유는 하나의 꽃에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다. 생강나무 수피는 밋밋하지만 산수유 수피는 매우 거칠고 생강나무는 산에 자생하지만 산수유는 민가에서 키운다.
생강나무는 개동백으로도 불린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의 동백꽃이 생강나무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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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웅이주인 은행나무는 당연히 암나무에서만 씨앗이 달린다. 구워 먹는 은행이 씨앗인데 마치 과육처럼 보이는 지방산으로 쌓여 있다. 이 지방산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난다.
암그루와 수그루 구분을 할 수 없었던 과거에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었는데 암구루가 상당수였기에 이 맘 때면 행인들이 고약한 냄새로 곤혹을 치렀다. 해서 최근에는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은행나무 암수를 구별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씨앗을 맺지 않는 수그루 가로수가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

자웅동주는 양성화가 대부분이지만 단성화도 있다. 자웅동주면서 양성화로는 참나무, 단풍나무, 오리나무, 소사나무 등 속씨식물 70% 이상이 포함된다. 자웅동주면서 단성화로는 속씨식물의 호박, 수박, 오이, 수세미, 박 등 박과식물이 해당되고 겉씨식물은 소나무가 대표적이다.

위의 구분은 식물학자가 아니라면 해당 식물을 꼭 기억할 필요는 없다. 혹 얼마 후 시험 치를 수능생이라면 기억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인은 용어의 개념만 이해하면 족하다.

앞서 겉씨식물, 속씨식물 순으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종자식물(겉씨식물과 속씨식물)은 단성화와 양성화가 있는데 속씨식물에서는 양성화에서 단성화로 진화한 식물도 있다. 이는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함이다. 단성화한 속씨식물은 처음부터 꽃이 아니었던 겉씨식물과 달리 관다발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런대, 겉씨식물보다 속씨식물이 더 진화한 것일까? 겉씨식물 중에서도 후기 겉씨식물이 전기 겉씨식물보다 진화한 것일까? 동물적 특성을 가진 식물이 있다면 식물진화의 최고봉이 아닐까?
여기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1896년 동경대 히라세교수가 밝힌 연구에 따르면 전기 겉씨식물은 생식에 있어서 동물과 흡사하다. 은행나무와 소철은 정세포가 아닌 정충이 난세포를 파고 든다. 암수딴그루인 이 식물들은 꽃가루관이 씨방에 닿기 전 터지면서 정충 2마리가 나와 난세포를 향해 헤엄친다. 보통 식물은 가루받이 후 1시간 또는 며칠 안에 수정이 이뤄지지만 은행나무와 소철은 정자가 난세포에 도달하기까지 길게는 5개월까지 걸린다. 겉씨가 땅에 떨어져 수정이 이뤄지지도 한다는 것이다.

잎맥, 관다발, 형성층, 심피

양치식물과 종자식물은 모두 관다발식물이다. 다습한 장소에서 자생하던 선태류보다는 상대적으로 건조한 육지에서 자생해야 했기에 양치식물에서는 토양의 물을 흡수하기 위한 관다발(세로로 통하는 가늘고 긴 세포의 다발) 조직이 발달했다. 이 양치식물의 후손인 종자식물 또한 관다발식물이다.
양치식물의 잎맥은 두갈래맥이다. 1개의 잎맥이 2개로 갈라지고 다시 각각 2줄씩 갈라진다. 한편 종자식물 중 겉씨식물인 은행나무의 잎맥도 두갈래맥이다.
종자식물 중 속씨식물의 잎맥은 나란히맥과 그물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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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겉씨식물 중 은행나무를 제외한 모든 침엽수는 어떤 잎맥일까? 사실상 나란히맥이지만 잎맥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나란히맥과 그물맥은 속씨식물 내에서 분류할 때 쓰이는 용어이지 겉씨식물에 해당되는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종자식물 중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들은 떡잎이 1개(외떡잎. 주로 옥수수, 벼, 보리, 강아지풀, 방동사니 같은 벼과와 사초과 식물과 속씨식물인 자주달개비 등에서 볼 수 있다. 잎맥이 일자인 나란히맥이며 잎자루가 없는 홑잎) 또는 2개(쌍떡잎. 속씨식물 중 벼과와 사초과를 제외한 대부분 식물. 잎맥은 그물맥이고 잎자루가 있다)인데 비해 겉씨식물은 더 많은 떡잎을 가진다. 외떡잎식물 관다발은 흩어져 있고 쌍떡잎식물 관다발은 원형으로 가지런하며 물관과 체관 사이에 형성층(부름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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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은 관다발 안쪽이며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무기양분의 이동 통로이다. 체관은 관다발 바깥쪽이며 잎에서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유기양분의 이동 통로이다.
형성층은 세포분열을 하면서 나무의 부피가 커지게 한다. 세포분열을 하면서 점점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물관은 사실상 죽은 세포로 구성된 이동 통로이고 체관은 산세포로 구성된 이동 통로이다. 물관과 체관에는 각각 여러 개가 통로가 존재한다.
세포분열을 하면서 물관은 단단한 목질이 되고 바깥인 체관은 부드러운 목질이 된다.
봄여름에는 세포분열이 많고 겨울엔 적은데 이에 따라 묽은 나이테와 진한 나이테가 형성된다.

식물 용어는 다음 회에도 계속된다.